김성철의 몰입
게임의 매치 포인트를 앞둔 선수처럼, 조금은 절실하게. 김성철의 지난 10년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BY 에디터 송혜민 | 2024.07.25
버건디 재킷과 버뮤다 팬츠는 셋업, 링은 모두 구찌, 이너 톱은 오프화이트, 레이어드한 바이커 쇼츠는 레씨토, 네크리스는 온리드. 키링은 밀로 우먼, 슈즈와 글러브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벌써 데뷔 10년이다. 실감하나?
영화관에 갈 시간이 없어서 아직 <인사이드 아웃2>를 못 봤다. 아쉬운 마음에 시즌 1이라도 다시 보는데, 기억이 너무 단편적으로 남아 있더라. 왜 이렇게 까마득하지 싶었더니 시즌 1이 개봉한 지 벌써 9년이 지났다고. 그러니까 되게 오래된 거지. 근데 내가 데뷔한 지도 10년이라니. 사실 그 시간들이 되게 빨리 흘렀다거나, 엊그제 같다거나 하진 않는다.
반복적이고 지루한 일상은 기억에 잘 안 남는다. 김성철의 지난 10년은 매일이 새로웠나 보다.
<인사이드 아웃>처럼 좋은 기억 구슬들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대부분의 기억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 있다고 느낀다. 단순하게는 엊그제 한 수중 촬영도 되게 재미있었다. 마찬가지로 중요한 기억 구슬로 남을 것 같다. 데뷔부터 지금까지 거의 쉬지 않고 일했지만 그걸 일처럼 느끼지 않았던 순간이 많아서이지 않을까. 오히려 휴일은 굉장히 따분하고 느슨하게 보낸다. 지난 10년 동안은 쉬는 날보단 일하는 날이 많았기 때문에 그 시간들을 오롯이 느끼고 있다.

네이비 재킷과 아가일 패턴 니트, 패턴 셔츠는 모두 프라다, 볼캡은 웰던, 헤드셋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늘 화보에는 무언가에 치열하게 몰입한 뒤의 얼굴을 담아보고 싶었다. 김성철의 10년이 그렇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으로. 스스로 지난 시간을 정의한다면 어떤 단어들이 떠오르나?
간절함. 배우는 선택받아야 하는 직업이다. 누군가가 나를 궁금해해야만 설 곳이 있는 존재라서 간절함을 잃는 순간 대체되어버리고 만다고 생각해왔다. 나만큼이나 간절히 기회를 원하는 이들이 너무 많거든. 지난 10년의 간절함과 치열함 덕분에 이제는 감사함, 여유 같은 것도 알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는 간절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요즘 더 큰 작품과 역할을 맡으면서 더 많이 깨닫고 있다.
필드 위의 김성철을 나아가게 하는 힘이기도 했겠다.
10년 동안 한 번이라도 기회를 더 잡겠다는 심정이었다. 그렇게 많은 작품, 많은 캐릭터를 만나다 보니 내가 나를 너무 잘 알게 됐다. 내가 잘하고, 잘할 수 있는 걸 선택하는 건 이제 너무 편하다. 그런데 그 간절함이 자꾸만 나를 어려운 선택을 하게 한다. 계속 도전해보고,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싶은 게 나의 원동력이자 욕망 아닐까.
말한 것처럼 10년이나 하다 보면 자신감 반대편에 두려움도 생길 것 같다.
내가 못하고,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사실 그런 두려움은 없다. 나를 잘 아는 팬들이야 드라마, 영화, 연극이나 뮤지컬 등 여러 무대에서의 김성철을 많이 보셨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이 더 많으니까. 내가 해보지 않은 것, 못하는 것에 도전하는 게 아직은 내게 새로운 기회 같거든. 한 분의 대중이라도 내 얼굴을 새롭게 느낀다면 된다.
반대로 지금의 배우 김성철은 어떤 걸 잘하는 배우인 것 같은가?
진짜 어렵다.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것과 단어로 정의하는 건 다른 차원의 일 같다.
그럼 조금 쉽게 질문을 바꿔서, 어떤 것을 좋아하는 배우인 것 같나?
이건 명확하다. 인류애를 다루는 작품을 좋아한다. 인물과 인물 관계의 형태, 캐릭터가 추구하는 사랑의 방법 같은 걸 탐구하는 것이 즐겁다. 배우는 표현함으로써 대중에게 영감을 줘야 한다고 믿는다. 단순한 재미, 흥미로는 안 된다. 그래서 캐릭터를 인간적으로 바라보고, 보는 이들에게 어떤 영감을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네이비 재킷과 아가일 패턴 니트, 패턴 셔츠는 모두 프라다, 볼캡은 웰던, 헤드셋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스로는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
현실의 인물들에 대해 공부한다. 예를 들어 곧 공개될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의 성준우는 대형 교회에서 많은 신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목사다. 그러면 실제 목사님들은 어떻게 행동하고, 말하는지를 살핀다. 교회에 가보기도 하면서. 이후에 현실 인물들의 특징을 어떻게 극적으로 만들 것인지 고민한다.
굉장히 재미있지만 고단한 작업이기도 하겠다.
예전엔 엄청나게 집착하며 공부했다. 인물이 가진 습관, 손끝의 디테일까지도 따라 하고 싶었거든. 그런데 내가 아무리 머리로 이해하고, 안다고 해도 카메라 앞에서 모두 살려서 표현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이제는 인물을 어떻게 ‘김성철화’할지를 더 고민한다. 매체에 따라서도 디테일의 정도를 달리해야 하니까.
실제로 김성철을 보고 ‘안 겪어보면 모를 감정’을 표현한다고 말하는 시청자가 많다. 인물을 해석하는 레이어가 촘촘하게 느껴진다고 할까. 모두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겠다.
예전에는 재능, 타고난 것을 부정했었다. ‘나는 노력했어’라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한 번도 내게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 아, 학교 다닐 때는 잠깐 했다. 뭘 해도 주변에서 잘한다고 해주던 시절이 있었다.(웃음) 근데 학교를 벗어나보니 그건 너무 우물 안이었다는 걸 발견해버렸고, 노력만이 살 길이란 걸 피부로 알았다. 이제는 연기를 잘한다는 기준 자체가 매우 다양해졌고, 내가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가 더 중요한것 같다. 더 공부할 뿐이다.

재킷은 에스티유, 네이비 스트라이프 티셔츠는 레씨토, 레이어드한 이너 셔츠는 프롬아를, 팬츠는 웨스켄, 더플백은 오프화이트.
베테랑의 여유가 느껴진다.
이 업계에 오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같은 말에 더 무게감이 생기는 순간이 온다. 신인일 때는 선배님, 감독님, 제작진 분들이 조언해주는 일도 많고, 여러모로 배울 기회가 많다. 하지만 연차가 쌓이고, 언제부턴가 내게 쉽게 조언의 말을 건네는 분들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 현장에서 내 자유도가 높아지기도 했지만 자칫하다간 고집이 생길 수도 있겠더라. 요즘은 늘 그걸 경계한다.
배우로서 존중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맞다. 분명 감사한 일이지만 단순히 연차, 나이로 존중받는 것이 나의 최종 목표는 아니라서 동료들의 마음과 눈을 읽으려고 한다. ‘과연 동료들이 나의 연기를 만족해하나’ 하면서
지난 10년 중, 강렬했던 기억을 떠올려보자.
2023년은 잊지 못할 해였다. 연극,뮤지컬, 영화, 드라마까지 다섯 작품을 했는데, 정말로 ‘치열’했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해내지 못한다면 준비가 안 된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임한다. 그런데 작년이야말로 내가 준비한 걸 100%, 아니 120% 발휘하고 싶은 마음이 부풀었다. <지옥2>나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처럼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작품도 있어서 여전히 경기 결과를 기다리는 기분이다. 최근에 <지옥2>의 스틸컷을 보는데, 나도 처음 보는 나의 얼굴이 있더라. 스스로 되게 놀랐고, 신선했다.
스스로도 아직 몰랐던 모습이 있다니, 신기하다.
최근에 소년, 청년보다는 좀 더 짙은 색채의 인물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내재되어 있던 것들이 하나씩 꺼내지는 느낌. 연기자로서 나의 성장 과정이기도 하지 않을까? 나도 몰랐던 내 얼굴을, 시청자분들이 더 새롭게 느껴주신다면 좋겠다. 배우의 매력은 새로운 것을 기대하게 하는 잠재력에서부터 오는 것 같거든.

옐로 톱은 꾸레쥬, 블루 톱은 아디다스, 팬츠는 아크네 스튜디오, 슈즈는 웨스켄 x 노츠, 이어커프와 링은 티링제이, 레이어드한 복서와 글러브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지옥2>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처럼 큰 작품 공개를 앞두고, 어떤 마음이 드나?
기대를 안 한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가장 큰 바람은 한 분이라도 더 보셨으면 좋겠다는 것. 예전에는 TV 채널을 돌리다가, 무심코 TV를 틀었다가 영화나 드라마를 접하는 일이 많았는데 요즘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더 까다로워진 것 같아서. 진짜 재미있으니까, 일단 한 분이라도 더 봐주셨으면 좋겠다.
두 작품에서 김성철의 어떤 얼굴을 기대하면 좋을까?
<지옥2>는 말 그대로 ‘새로운’ 얼굴이었다. 작은 목소리로도 위압감이 느껴지는 인물이어야 해서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내공을 총동원해야만 했다. 실제로 엄청나게 에너지를 썼다. 촬영 초반 두 달 정도는 매번 소리치거나 울부짖고 있었거든.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은 인물과 작품의 포맷 자체가 신선해서 대중들에게도 그런 점들이 잘 보이기를 바란다.
한 인터뷰에서 성장 동력으로 ‘기본기’에 대해 말한 적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유효한가?
당연하다. 시대가 흐르면서 기본기가 없어도 주목받을 수 있는 방법은 많아졌다. 단순히 배우의 일이 아니라 다른 모든 일에 적용되는 순리인 것 같다. 하지만 일을 오래, 길게, 건강하게 하려면 기본기는 반드시 중요하다. 10년, 20년 하려면 당장 눈에 보이는 개성만으로는 힘들다. 기둥이 탄탄한 건물이 오래가는 것처럼.

패딩 베스트는 마랑, 네크리스는 온리드, 안경은 젠틀몬스터.
치열했던 작년과 올해 상반기를 보내며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도 있나?
차기작 영화 <파과> 촬영이 며칠 전에 막 끝났다. 이제 다음 작업까지 한두 달 정도 휴식기를 갖는다. 거의 2년 만이다. 여행이나 거창하게 준비해야 하는 취미는 별로 즐기지 않아서 또 조용히 일상을 보내려 한다. <파과>를 찍으면서 몸을 키워놔서 살도 좀 빼고, 피부과도 좀 다니고, 침대에 누워서 체력을 좀 회복해야지.(웃음)
쉬는 시간도 다음을 위한 재정비일 뿐인 거네.
그렇지. 그런데 쉴 때는 좀 생각도 많아져서 뭔가 배우거나 채울 궁리를 많이 한다. 영어 공부를 해서 나중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통역 없이 수상소감을 말하는 상상, 기타를 열심히 배워서 20만 관중 앞에서 멋지게 연주하는 상상,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사람들이 ‘진짜 예쁘다’고 칭찬해주는 상상. 멀리서 보면 따분 그 자체겠지만, 나름 인생 재미있게 살고 있다.
새로 도전해보고 싶은 건 없나? 올해 안엔 테니스나 골프를 시작해보고 싶다.
그런데 이 두 운동이 다른 종목보다 특히 기본기가 중요하더라. 마음먹고 시작 해야 할 것 같다.
'본인등판' 김성철 티라미수 케이크 챌린지
포토그래퍼
김선혜
스타일리스
박선용
헤어
이민아(알루)
메이크업
이은경(알루)
김성철
지옥
티라미수케이크
김성철 노웨이아웃
김성철 지옥2
지옥2
노웨이아웃
김성철 싱글즈 화보
김성철 싱글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