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임시완

소년과 남자. 침잠하는 목가적 풍경에서 어스름처럼 돋아나는 임시완의 순수, 데카당스.
BY 에디터 장은지 | 2024.10.21
임시완 싱글즈 화보 이미지, 소년시대 ,  오징어게임2 , 사마귀, 넷플릭스, 임시완 화보, 싱글즈 임시완 화보.
페이크 퍼 코트는 잉크.
오늘 촬영 장소가 이천이라 오는 게 수고스럽지 않을까 했는데 마침 대전에서 촬영 중이라고 들었다. 맞다. 지금 영화 <사마귀>를 촬영 중이다.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의 스핀오프 작품이다. 오늘 화보 촬영이 끝나고 다시 촬영장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오전에 비가 왔다. 축축한 오늘 날씨처럼 습한 기운이 표정에서 느껴졌는데 킬러 역할에 몰입 중이라 그런가? 꼭 그렇지는 않다.(웃음) 내가 맡은 역할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음침하고 과묵한 킬러라기보다 좀더 캐주얼한 캐릭터다. 패션도 좋아한다. 좀 스타일리시한 킬러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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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민소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레더 셔츠는 올세인트, 레더 팬츠는 어네스트 더블유 베이커 by 10CC,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어제도 하루 종일 액션 신을 촬영했다고 들었다. 이번 작품을 위해 액션 연습도 많이 했나? 이번 작품에 들어가기 전부터 액션 스쿨에 다녔다. 또 액션 신의 감도를 높이는 기민한 몸짓을 만들기 위해 중간 중간 복싱이나 킥복싱도 배웠다. 과거 인터뷰에서 가장 이해 못하는 게 ‘운동 중독’이라고 한 적이 있다. 그런데 킥복싱도 배우고, 요즘은 러닝에 빠졌다는 소문도 있더라. 변절한 건가? 절대 아니다. 아직도 운동 중독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여전하다.(웃음) 다만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성향과 상반된 직업을 갖고 있지 않나. 보여지는 직업으로써 관리는 필수다. 그래서 운동 중에 그나마 내가 좀 덜 힘들어하고 흥미를 느끼는 종목을 찾아서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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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민소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레더 셔츠는 올세인트, 레더 팬츠는 어네스트 더블유 베이커 by 10CC, 패턴 페이크 퍼 코트는 가니 by 비이커,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트롤리는 라운지(Rounge), 옐로 프린팅 티팟과 잔, 포커 카드는 모두 에르메스.
오늘은 목장에서 말과 함께 촬영했다. 이런 목가적인 풍경에 말과 함께한 임시완을 보니 문득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떠올랐다. <미생>의 장그래를 비롯해 임시완이 맡은 대부분의 캐릭터는 좋은 놈이고,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의 준영은 나쁜 놈이고, <소년시대>의 병태는 어딘가 이상한 놈이었다. 실제 임시완은 어떤 쪽인가? ‘이상한 놈’에 가깝지 않을까? 병태를 연기할 때 편하다고 느끼기도 했고, 병태의 느낌이 실제 내 모습과 가장 가까운 것 같다. 애써 태연한 척하지만 속에는 은근히 찌질한 구석이 있다. 스스로 찌질하다고 인정하는 것 자체가 안 찌질한 것 같다. 그런가? 근데 곰곰이 생각해봐도 나는 대체로 ‘병태’ 과다. 다만 변동성이 많은 편이다. 정서의 기복이 심하다고 느낀달까. 어떤 날은 아침에 눈 뜨자마자 별다른 이유없이 텐션이 올라 하루 종일 되게 밝은 사람인 것 같다가도 어떤 날은 스스로 굉장히 진지한 사람인 것만 같다. 그런 정서적인 레벨의 진폭이 크다 보니 결국 이상한 놈이 맞는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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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와 니트 케이프는 보테가 베네타.
그럼 원래 임시완은 그런 사람이었던 걸까, 아니면 배우로서 감수성을 예민하게 유지하다 보니 그렇게 달라진 걸까? 원래 그랬던 사람이다. 그런데 배우 활동을 하고 연예계 생활을 하며 그 높낮이가 더욱 벌어진 게 아닐까 싶다. 오늘은 어떤 정서였나? 가장 고점이나 저점의 끝을 달린 날은 분명 아니었다. 어제 하루 종일 액션 신을 소화하느라 에너지를 다 끌어당겨 쓰는 바람에 살짝 소강 상태? 약간 지친 모습이 퇴폐적으로 느껴져 오늘 화보가 더 멋졌다. 배우가 가진 여러 가지 정서가 이렇듯 얼굴에 잘 묻어나니 연기자로서 더욱 유리할 것 같다. 나도 내가 평소에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하는 의문을 가질 때가 있다. 나를 구성하는 무수한 정서가 있고 그게 잘 보여진다는 건 적어도 연기에서만큼은 도움이 되는 지점이 있다. 어떻게 연기로 승화시키나? 내가 가진 것 중 캐릭터에 맞는 가장 가까운 정서를 먼저 연상한다. 나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 그 캐릭터와 비슷한 모습이 나온 적이 있나하고. 그렇게 찾아내면, 그것을 증폭하기도 하고 확장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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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드는 에르메스.
올해로 데뷔 14년 차더라. 지금까지도 데뷔 초반에 보여준 소년의 얼굴이 있는데 마냥 순진하고 천진한 소년의 모습이 아니라 폐부를 찌르는 날것의 감각이 여전하다. 같은 자리에서 세상 돌아가는 이치나 생태를 깨우치면 능글맞고 느끼해지는 사람도 있는데 임시완은 한결같이 예리하다. 왜일까? 그렇다면 세상의 이치를 아직 못 깨달은 게 아닐까?(웃음) 세상 돌아가는 거나 주변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은 많이 한다 분명. 예전보다 많이 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근데 그걸 많이 앎으로 인해서 느끼해지고 매력이 반감된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니까, 뭐든 너무 여러 꺼풀을 벗겨내려거나 파헤치려 들진 않는 것 같다. 어떤 부분들은 모른 척 내버려두기도 한다. 마치 알고 있지만 그게 절대적이거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같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게 아닌가, 내가 아는 것보다 더 큰 관념, 더 넓은 관점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지금 편협한 시각으로 섣불리 정의 내리려는 건 아닌가 하고 스스로를 자주 의심한다. 웃긴 게, 20대 초반에는 오히려 명확한 가치관이 있었단 거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알면 알수록 모르겠다. 세상을 흑과 백, 옳고 그름으로 명확하게 분리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일까. 아는 걸 장담하지 않는 게 더 고수같다. 과거엔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행동해야 돼’ ‘그게 좋은사람이야, 그게 멋진 사람이야’라는 것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생각들이 매일 새로고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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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레더 코트와 트렌치, 쇼츠, 니트 부츠는 모두 보테가 베네타.
그럼 지금 임시완이 멋있다고 생각하는 건 뭘까? 어른이 될수록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사회적 약속이나 안전 장치를 뛰어넘어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위해 도전하는 것. 그럼 지금 상태를 뛰어넘어 무엇에 도전하고 싶나? 아무것도 안 할 거다.(웃음) 사실 이것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해보았는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직업만큼 좋은 결과값을 낼 수 있는 일이 없겠더라. 이만큼 많은 관심을 받고 능력을 인정받는 것 이상으로 내가 잘할 수 있는 또 다른 일은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땐 이렇듯 연기를 진심으로 하게 될 줄 알았을까? 전혀 몰랐다. 연기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이런 작업 환경이 내 적성에 잘 맞는다 정도였다. 이런 작업이라면 계속하고 싶다, 한 작품, 다음 한 작품, 이렇게 한 작품씩만 계속 연결되면 좋겠단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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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 니트 케이프, 쇼츠, 삭스는 모두 보테가 베네타.
첫 영화 데뷔작인 <변호인>에서 송강호 배우와 함께했다. 또 그후로 <불한당>의 설경구 배우, <비상선언>의 이병헌, 전도연 배우, <1947 보스톤>의 하정우 배우까지. 연기 장인 수집가가 아닌가 할 정도로 동료 복이 많은데, 그들과 함께 작품을 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나? 선배들의 노하우를 내가 잘 흡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까? 물론이다. 나는 반짝반짝 빛이 나는 선배들의 모든 것을 다 흡수해야지라는 걸 기본으로 염두에 뒀다. 어떤 의도라기보단 본능적으로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감사하게도 내가 지향하고 있는 방향 그 이상에 이미 도달해 계신 선배들과 작업할 기회가 많았다. 운이 좋았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비상선언>에서는 악의 평범성을 보여줬는데, 이후 <소년시대>의 병태는 정말 참신한 트위스트였다. 이렇게 킹 받게 잘 망가질 거 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고맙다.(웃음) 망가지는 것에 대해서는 원래 스스럼이 없었다. 나와 코미디는 원래 큰 접점이 없는 독립된 개념이었는데 대본이 워낙 탄탄하고 짜임새 있다 보니 그 서로 다른 개념들을 이어 붙여주었던 것 같다. 대본을 읽을 때부터 재미있었다. 도전 의식을 자극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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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는 프라다.
그동안의 작품들에서는 선배들의 재능을 흡수하려는 입장이었다면 후배 연기자가 많았던 <소년시대>에서는 반대였을 것 같다. 임시완의 재능을 흡수하려는 후배들이 있었나? <소년시대>는 정말 다들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것처럼 열정이 가득한 현장이었다. 신인이나 연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배우가 많았기 때문에 서로 조금이라도 더 좋은 모습을 보이려는 건강한 욕심들로 그득그득했다. 다들 열정이 대단해 꼭 한 명을 꼽기가 어렵지만 함께한 배우 중 이상진이라는 친구가 연기에 대한 사랑과 욕심이 크더라. 서로 그런 에너지를 알아채면 금방 친해지는 것 같다. 본인과 비슷하다고 느꼈나? 동질감을 느끼는 것 같다. 연기로 몇 마디 합을 나눠보면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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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님 셔츠와 팬츠, 부츠는 모두 로에베, 안경은 젠틀몬스터. 로킹 암체어는 라운지(Rounge).
<소년시대>가 끝나고 에도 나와 각종 밈을 생산했다.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고 연기도 잘하는데 SNL에서 웃기기까지 하니까 세상은 불공평하단 생각이 든다. 아직도 더 놀라게 할 일이 남았나? 새로운 모습을 계속 보여주려고 해야지. 스스로 발견하고 또 해내야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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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팬츠, 부츠는 모두 로에베, 모자는 유니버셜 케미스트리.
연말에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 2>가 공개된다. 캐스팅만으로도 화제가 됐는데 처음 캐스팅됐을 때 어땠나? 이미 세계적으로 성공한 시리즈에 합류하는데 부담은 없었나? 정말 감사하고 반갑기도 했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장르이고 취향이기도 해서 하루 만에 다 몰아본 작품인데 그게 마침 세계적인 열풍을 주도했다. 한국 콘텐츠의 가치나 품격을 높여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대단한 작품의 두 번째 시즌에 합류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부담보단 연기자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찬사라고 생각했기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하겠다고 했다. 부담은 촬영을 하면서 천천히 느꼈다. 큰 작품이라 부담이 됐나? 작품의 스케일 때문이 아니라 캐릭터에 대한 부담이었던 것 같다. 이 역할을 제대로 잘 수행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부담. 결국 연기적 고민인 거네. 그런 거지. 임시완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줄 수 있는 힌트는 없나? (한참을 생각한다.) 말하면 안 되는 거지? 기대해주길 바란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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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건, 점프슈트, 코트는 모두 디올 맨, 네크리스는 불가리.

인턴에디터

이유진, 황보나현

사진

강혜원

스타일리스트

김이주

메이크업

이지선

헤어

이재선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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