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실타래

아시아, 여성 최초의 노벨문학상, 변방의 언어 한국문학이 마침내 주류로 올라설 때.
BY 에디터 양윤영 | 2024.10.21
한강이 이뤄낸, 역사적 사건
한강, 아시아, 여성 최초의 노벨문학상, 변방의 언어 한국문학이 마침내 주류로 올라설 때.
한강이다. 어떻게 운을 뗄지 고민했지만, 이게 답이다. 그의 이름을 대신할 어떤 문장이 없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 이광호의 말을 빌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변방의 언어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의 주류로 올라선 것과 더불어 오랫동안 이어져 온 서구-남성-백인의 거대 서사를 무너트리는 역사적 사건이다. 한국어는 세계 보편 언어의 장에서 주변부에 속해 ‘번역’이라는 특수한 매개의 과정이 필요했다. 봉준호 감독의 칸 영화제 수상이 큰 의미를 가졌던 건 ‘자막’ 없이도 세계 중심에 우뚝 선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상대적으로 비주류에 속한 동양-여성-여성언어에 대한 주목과 아직 평가받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수면 위로 드러낸다는 데 의의가 있다.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선보였다.” 스위스 한림원이 밝힌 선정 이유다. 한강은 한 인터뷰에서 홀로코스트처럼 인간이, 인간의 이름으로 행한 잔학 행위들을 볼 때면 구토가 치밀어 오르거나 며칠을 후유증에 시달린다고 말한 적 있다. 허나 한강은 물러서지 않는다. 한강은 이를 또렷이 직시할 용기가 있다. <채식주의자>에서는 남성 중심 권력에 대한 식물성의 저항을, <소년이 온다>에서는 1980년 5월 18일 광주라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는 제주 4.3에 대한 아픔을 문학적으로 승화했다. 문학은 힘이 있다. 무력감에 빠져도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 처절한 현실과 과잉된 삶에서 희망을 발굴하는 힘, 세계 평화와 사랑의 이름을 되새길 힘.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스웨덴 공영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역사를 통해, 말을 통해 배울 기회가 많이 있었는데, 분명히 (그런 역사는) 반복되는 것처럼 보인다”며 “언젠가는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름답고도 잔혹한 인간 내면에 대한 탐구. 한강의 오래된 질문은 이제 세계적인 보편성을 갖는다. 우리도 답을 찾을 차례다. “언어는 우리를 잇는 실”. 한강의 말처럼 문학은 세상을 잇기 위해 놓지 말아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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