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영화 <개그맨> 주연 배우 허지원이 들려준 이야기

최신 개봉 영화 <개그맨>에 출연한 배우 허지원을 만났다. 에디터에게는 대학교 교양수업 선생님이기도 한 그. 사제지간에서 기자와 배우로 만난 그들은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BY 에디터 김지원 | 2024.11.04
커피향 가득한 혜화 골목의 한 카페에서 허지원 배우가 건네준 손수건은 그와 닮은 깊은 청록색이었다. 한참을 손에 꼭 쥐었다가 돌려주려고 할 때, 그는 나중에 다시 만날 테니 그때 주라고 말하며 얼굴에 가득 찬 미소를 지었다. 혹시 글을 쓸 때 영감을 줄 수도 있지 않겠냐는 장난 섞인 말도 곁들이며.
배우 허지원
영화 <외계+인 2부>, <암살> 등 굵직한 작품에서 조연을 맡고,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 10월 말에 첫선을 보이는 연극 <시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배우다. 그러나 허지원 배우를 처음 만난 건 작년 대학교 교양 수업에서였다. 당시 선생님이었지만, 연기를 참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생각해서 한 번쯤 대화를 오래 나누고 싶었다.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누구를 따라 하고 사람들 앞에서 까부는(웃음) 것을 좋아해 배우를 하게 됐다. 그렇게 연기를 배우다 보니 맡은 인물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나를 탐구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내가 몸을 어떻게 쓰는지, 사건을 맞이했을 때 그걸 처리하는 내 모습을 탐구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더불어 사람들 앞에서 내가 생각한 연기 예술을 증명해 보이는 일도 좋고. 그냥 ‘연기’가 아니라 ‘연기 예술’인 이유가 있나? 어떤 형태가 예술인지 생각해보면, 예술은 모두가 즐길 수 있지만 전문성을 갖기 위해선 공부와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치 오랜 세월 동안 무언가를 만드는 장인처럼 말이다. 나도 아직 부족하지만, 연기적인 측면에서 장인이 되고자 노력한다. 지금까지 연기한 인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있다면? 첫 번째는 연극 <로풍찬 유랑극장>에서 맡은 피창갑이라는 청년. 제주 4.3사건 피해자 역할인데, 그때 연기가 많이 성장했다. 영화 <암살>에서 맡은 독립군 대원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그 시기에 커리어가 잘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암살> 오디션을 보며 이 오디션을 마지막으로 영화계에서 연기하는 걸 고려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중요한 순간이어서 독백을 7개나 준비해 갔다. 나중에 들어보니 경쟁률이 치열했다고 하더라. 그리고 10월 23일 개봉할 독립 장편 영화 <개그맨>에서 맡은 의료기기 회사의 영업사원 근성. 굉장히 입체적인 인물이고 무엇보다 영화 내내 나만 나와서 좋다.(웃음) 조금은 거창하지만, 연기가 허지원 배우의 삶의 이유인가? 연기 생활 초창기만 해도 그렇다고 생각했다. 연기를 하지 않으면 나 자신을 증명하지 못할 것 같았다. 평가받는 일을 하다 보니 상처도 많이 받고, 스스로를 계속 남과 비교하게 됐다. 서른 살쯤까지만 해도 내가 배우로서 잘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시기가 찾아왔다. 사실 빨리 될 일이 아닌데, 내 욕심대로 안 되니 그 욕심이 나를 잡아먹은 거다. 그 뒤로 2년 정도 휴식을 가졌다. 그때 내 삶이 우선이라는 걸 깨달았다. 삶이 안정화돼야 연기하는 것도 의미가 생기니까. 그래서 수업 시간에 ‘마음 운동’을 강조한 거였나? 맞다. 어쩌면 마음이 아픈 시기가 있었기에 삶에서 정말 중요한 걸 배웠고, 그걸 학생들과 나눌 수 있었다. 수업 시간에 항상 말하지만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 등을 훈련해야 한다. 연기 교양 수업에는 연기 비전공자 학생이 많았는데, 배우뿐만 아니라 모든 일을 할 때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는 마음을 갖고 자신을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내가 직접 느낀 것이 있기에, 학생들에게 매번 숙제를 내주며 마음을 돌보는 법을 알려주고자 했다. ‘수업 일지’를 적은 기억이 있다. 수업을 마친 후 하고 싶은 말을 적어 제출하곤 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나? ‘사는 것에 흥미가 없었는데, 살아가는 재미를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업은 배우지만 선생님으로서의 역할도 의미가 남다르겠다. 맞다. 그때 참 뿌듯했다. 또 학생들이 실력과 마음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면 내가 좋은 영향을 끼쳤구나' 싶어서 기쁘다. 뿐만 아니라 연기를 가르치려면 내가 연기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하기 때문에 연기도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선생님에게 수업을 들을 때 알려주시는 만큼 잘 연기를 잘하고 싶었고, 요즘에도 맡은 일을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말해주고 싶은 신기한 경험이 있다. 전에는 내가 나온 작품을 볼 때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얼굴도, 연기도, 다 만족스럽지 않았다. 근데 몇 년 뒤에 그걸 다시 보면 ‘내가 이렇게 잘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 아마 기자님도 나중에 스스로가 한 작업물을 다시 보면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을 거다. 나는 어릴 적 그걸 몰랐다. 내 얼굴에서 얼마나 빛이 나는지. 물론 난 시간이 지나 깨달았지만, 미리 알고 있으면 더 좋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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