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비통, 마이키타와 협업! 박서보 화백의 유산을 이어가는 박지환 디렉터

박서보 재단의 아트 디렉터이자 아티스트 원오브제로(1 OF 0) 박지환을 통해 패션이라는 캔버스 위에서 재탄생한 故 박서보 화백의 예술적 세계에 대해.
BY 에디터 윤대연 | 2024.11.01
한국 현대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故 박서보 화백의 손자 박지환 디렉터를 만났다. 그는 패션에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LCF(London College of Fashion)를 졸업한 후 현재 박서보 재단에서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와 전시 큐레이션을 담당하며 할아버지의 유산을 이어가고 있다. 루이 비통과 마이키타, 독자적 세계를 구축한 두 브랜드와 특별한 협업을 지어낸 박지환 디렉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패션, 패션 화보, 故 박서보 화백, 박지환 디렉터, 인터뷰, 묘법, 마이키타, 루이 비통
박서보 화백을 상징하는 컬러 중 ‘단풍색’을 입힌 안경은 가격 미정 마이키타, 레드 컬러를 강조한 투톤 스트라이프를 통해 박서보 화백의 <묘법>을 오마주한 더블 페이스 코트, 박서보 화백의 수직 붓질을 연상시키는 텍스처를 반영한 셔츠, 박서보 화백의 <묘법>을 에피 가죽으로 표현한 부드러운 송아지 가죽 소재의 키폴 반둘리에 25, (중지에 착용한) 18K 화이트 골드 소재에 양각으로 로고를 새긴 앙프렝뜨 라지 링은 모두 가격 미정 루이 비통.
지난 8월 공개한 루이 비통의 2024 가을 컬렉션에 이어 이번 마이키타와의 협업까지 올해 두 차례에 걸친 협업을 선보였다.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패션은 상업적 측면에서 결과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박서보 화백의 작업 철학은 과정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라 할 만큼 결과물보다 작품 안에 담긴 행위와 정신을 중시한다. 이번 루이 비통과 마이키타와의 협업 프로젝트는 각 브랜드와 할아버지의 철학을 고루 살피며 진행됐다. 디자인부터 개발까지, 반복된 샘플 작업을 통해 박서보 화백의 정신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려 했다. 협업 과정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할아버지의 반복적 수행 과정을 닮았다. 예술과 상품 두 영역의 전문가들이 만나 시너지를 내어 일상에서 예술을 즐기도록 하는 데 협업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故 박서보 화백은 생전에 루이 비통과 마이키타 제품을 즐겨 착용했다고 들었다. 할아버지는 브랜드의 장인정신과 예술가의 정신이 유사하다고 평가하셨다. 루이 비통이나 마이키타처럼 각 분야에서 독보적인 전문성을 갖춘 브랜드의 가치를 알아보신 거다. 협업을 진행하시면서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목도하시고 만족해하셨다. LCF에서 남성복을 전공한 패션 학도로서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를 것 같다. 마이키타와 루이 비통, 두 브랜드와의 협업에서 어떤 부분에 가장 집중했는지? 올해 공개한 두 개의 협업은 할아버지가 생전에 진행 과정을 직접 보셨던 마지막 작업이다. 비록 최종 결과물은 보시지 못했지만, 할아버지가 언제나 예술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했던 열정이 그대로 담겨 있다. 구순이 넘어서도 새로운 시도와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멈추지 않으셨던 할아버지의 정신이 컬렉션 곳곳에 스며 있다. 특히 루이 비통과의 협업은 <묘법(Écriture, 에크리튀르)>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재해석하고 재창조한 모습이 매력적이다. 박서보 화백의 작품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패션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점에 몰두했다.
패션, 패션 화보, 故 박서보 화백, 박지환 디렉터, 인터뷰, 묘법, 마이키타, 루이 비통
박서보 화백의 <묘법> 시리즈는 오랜 시간을 축적한 끝에 나타나는 아름다운 색채의 미학을 담고 있는데, 마이키타와의 협업 제품에서 이러한 색채를 구현한 점이 인상적이다. ‘공기색’, ‘풀잎색’, ‘단풍색’, ‘ 아궁이색’ 등 박서보 화백을 상징하는 컬러를 캔버스가 아닌 다채로운 소재로 구현하는 과정은 어땠는가? 박서보의 작품을 가까이서 살펴보면 그 안에 다양한 색상이 풍부하게 녹아 있다. 이번 마이키타와의 협업에선 박서보 화백의 형태적인 요소보다는 색채 구현에 집중했다. 마이키타 안경에 박서보를 대표하는 ‘단풍색’, ‘아궁이색’, ‘황금 올리브색’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마이키타 본사로부터 무색의 프레임 샘플을 제공받아 다양한 색상 조합을 프레임 위에 직접 시현해보면서 테스트를 진행했고, 이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세 가지 색상을 선택했다. 프레임 내부와 외부에 각각 다른 색을 적용해 박서보 화백이 담아낸 다양한 색을 하나의 안경에서 볼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루이 비통 2025 폴 컬렉션은 처음엔 가방 제작 프로젝트에서 시작된 것으로 들었다. 이후 의류와 액세서리 라인까지 확장된 과정이 궁금하다. 2023년 4월, 루이 비통 측으로부터 남성복 협업을 제안받았다. 화상 미팅을 가졌고, 처음엔 남성복 컬렉션에 사용할 가방 디자인으로 시작했다. 나는 항상 루이 비통의 시그니처인 ‘에피가죽’이 할아버지의 작품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왔는데, 브랜드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장치 역시 에피 가죽이었다. 샘플을 주고받고 논의를 이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의류와 액세서리로까지 그 범위가 확장됐다. 할아버지의 작품은 선 하나하나의 높낮이와 색상이 다채롭게 표현되어 있다. 이러한 특징이 에피 가죽에 유연하게 밀착될 것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가죽 샘플에 <묘법>의 색감을 입혀 루이 비통 측에 전달했고, 메종에서는 몇 가지 색상을 최종 선정해 디자인을 완성했다. 모든 과정은 파리 본사의 디자이너들과 메신저를 통해 소통했지만, 멀리 있어도 옆 사무실 동료들과 일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나의 의견에 많은 지지를 보내줘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다. 루이 비통 협업 컬렉션의 다양한 아이템 중 유독 애착이 가는 제품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단풍색의 에피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과 플레어 팬츠 세트업이 마음에 든다. 디자인 과정에서 퍼렐이 이 옷을 입는 모습을 상상하며 작업했는데, 며칠 전 한 시사회에서 실제로 퍼렐이 착용한 모습을 보니 무척 기뻤다.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은 상업적 성공과 예술적 가치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브랜드와의 협업 중 박서보 화백의 예술적 철학을 지키면서도 상업적 요구에 균형을 맞추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은 없었는지? 사실 지금까지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함께한 브랜드들이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한 브랜드이고, 그들과 공통된 가치관을 공유했기 때문에 각자의 요구를 최대한 균형 있게 반영하는 데 모두 심혈을 기울였다. 앞으로도 장인 정신에 기반해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브랜드와 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언제나 열린 자세로 임할 것이다. 박서보 화백의 작업과 철학이 ‘박지환’의 작업에는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할아버지가 사랑한 건 시간과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이것이 자연, 건축물, 패션 등 다양한 형태로 표현할 수 있다고 믿으셨고. 나는 할아버지가 구축한 <묘법>의 세계관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예술의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는 거다. 할아버지가 종종 “예술은 별게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박서보 화백의 유산을 이어가는 데 부담감이나 어려움은 없나? 할아버지의 작품을 다룰 때마다 두려움과 긴장이 따라온다. 잘못하면 할아버지의 명성에 누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부담감이 크다. 루이 비통과의 협업에서도 마찬가지. 할아버지의 작품과 함께하는 만큼 기존의 협업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다행히도 이런 부담감은 책임감과 함께 앞으로 더 나아갈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할아버지의 예술적 정체성과 명성을 지키면서도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내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아티스트로서 ‘원 오브 제로’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이름에 담긴 의미나 철학이 있는지 궁금하다. ‘원 오브 제로(1 OF 0)’는 순환과 무(無)를 상징하는 숫자 0과, 최초이자 최고, 그리고 유일함을 의미하는 숫자 1의 관계를 탐구해 완성한 이름이다. 이 두 숫자엔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다. 박서보 화백의 <묘법>을 디지털 영상으로 구현한 작업을 보았다.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작업은 어떻게 도전하게 되었나? 그 작업은 작품을 아주 천천히 반복적으로 줌인과 줌아웃하는 간단한 영상이다. 디지털로 작업한 첫 번째 작업물이다.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이 영상을 완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 초고해상도의 카메라를 사용해 작품의 초근접 촬영부터 전체 모습까지 수천 장의 사진을 찍어 영상으로 제작한 것이다. 할아버지의 작업 역시 표면적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수천, 수만 번의 붓질을 통해 완성된 작품들이다. 할아버지는 아날로그 시대의 작가였기에 디지털화된 세상에 대해 종종 걱정했었다. 나는 그런 우려를 안심으로 바꿔드리고 싶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디지털을 통해 더 흥미로운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프랑스 조명 브랜드 세르주 무이와의 협업 전시처럼 전통적인 예술 유산을 현대에 널리 알리는 작업도 흥미롭다.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선보일지 궁금하다. 전통과 현대를 잇는 작업은 내게 뜻깊은 일이고 흥미로운 도전이다.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존재가 아니라, 누군가로부터 이어져온 흐름 속에 있다. 한때 현대였던 흐름은 시간이 지나면서 전통이 되었고, 지금의 현대 역시 언젠가 전통이 될 테니. 비록 시간의 간극으로 인해 전통과 현대는 시각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만, 그 둘을 지탱하는 근본은 언제나 같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공통된 본질을 찾아내어 한 단계씩 나아갈 테니 앞으로 지켜봐달라

사진

박종원

모델

이호진

헤어

유동호

메이크업

임하진

패션
패션 화보
故 박서보 화백
박지환 디렉터
인터뷰
묘법
마이키타
루이 비통
0
SINGLES OFFICIAL YOUTUBESINGLES OFFICIAL YOUTUBE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