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SINGLE! 비혼인 곽민지와 함께한 인터뷰

‘비혼은 그저 라이프스타일’이란 말을 몸소 실천하는 곽민지 작가를 만나 비혼에 대한 인사이트를 구했다.
BY 에디터 장은지, 김화연, 이유진, 황보나현 | 2024.12.12
싱글즈 특집 기사, 싱글, 비혼, 인터뷰, 곽민지, 비혼세
현직 예능 방송 작가이자 비혼 라이프 가시화 팟캐스트 ‘비혼세’를 4년째 진행하고 있으며 종종 에세이를 쓰고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요즘 비혼에 관한 서치를 하던 중 곽민지 작가의 ‘미혼 아닌 비혼이 일반화되어야 한다’는 말이 굉장히 고무적이었어요. 제가 처음 꺼낸 얘기는 아닐 거예요. 하지만 제가 많이 강조하는 이야기이기도 하죠. 제가 방송 쪽에 종사하고 있잖아요. 예전엔 연예인이 아닌 사람을 일반인이라고 불렀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일반인이라는 말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어서 비연예인이라고 표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거든요. 과거엔 흔히 장애인, 정상인으로 구분했지만 정상인이라는 말이 장애인에 대한 혐오로 비춰질 수 있어서 장애인, 비장애인 이렇게 이야기를 하죠. 비혼도 비슷한 맥락이에요. 미혼이라고 할 때는 ‘미’라는 말 자체가 ‘미성년자’처럼 어딘가에 아직 도달하지 못한 상태를 의미하잖아요. 결혼이 모든 사람에게 인생에서 언젠가 도달해야 할 중요한 아이덴티티나 사건이 아닌데 우리 사회가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아요. 물론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 않은 사람은 ‘미혼’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결혼을 안 한 상태를 말할 땐 ‘비혼’을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해요. 복기하고 싶은 곽민지 작가의 명언이 많아요. ‘결혼가정 빼면 그 여집합 자체가 비혼’이라고도 했죠. 맞아요. 제가 비혼이라고 하면 무슨 남성 혐오가 있는 사람처럼 여기는 시선을 종종 마주하기도 하거든요. 육식을 줄이고 있다고 하면, 비건이냐 묻고 또 채식을 하지 않는 사람한테 공격적으로 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요. 그런데 저는 비혼에 관해 뭘 그렇게 주장하거나 어떤 강경한 사고를 주입한 적이 없어요. ‘비혼세’ 팟캐스트도 그냥 일상 이야기들이에요. 사실 내 인생에서 벌어지지 않을 이벤트를 두고 뭔가를 주장하는 것도 이상하잖아요. 우리 모두가 비혼인 상태로 태어나요. 비혼인이야말로 태어난 대로, 스스로 자기가 편안하다고 느끼는 방식으로 물 흐르듯이 쭉 살고 있는 사람인데, “왜 비혼인이냐” “어떤 계기로 비혼주의자가 됐냐”라고 묻는 게 더 부자연스럽지 않나요? 한국 사회에서 30대 이상 여성이라면 ‘미혼인지, 비혼인지’ 묻는 질문을 수도 없이 맞닥뜨리게 되죠. 이런 질문을 받으면 작가는 어떻게 답하나요? 예전에는 저도 그런 질문이 압박처럼 느껴지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무슨 그런 촌스러운 질문을 하냐”며 날 세울 때도 있었는데 최근에는 그 사람이 그런 질문을 하는 것도 그 사람의 서사가 있고 성향이라고 생각해서 혹시 그런 게 왜 궁금한지, 혹시 그런 거를 궁금해하게 된 성장 과정상의 계기나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물어볼 때도 있어요. 그럼 대체로 반응이 어떻던가요? 보통은 머쓱해하셨던 것 같고요.(웃음) 좋은 스몰토크의 재료가 될 때도 있죠. 작가의 과거 인터뷰를 찾아보던 중 작가의 부모님을 두고 ‘파워 결혼주의자’라고 표현한 점이 참신했어요. ‘비혼주의자’라고 하면 급진적인 인상이 있는데 비혼을 결혼으로 치환하니 그들이 보편의 집단이 아닌, 가족에 관해 보수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일부인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그 외에도 작가가 이름 붙였거나 치환해 부르는 말이 있을까요? 친하게 지내는 한 커플은 동거는 오래 했지만 결혼 제도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결혼을 안 하려 했다가 이사할 때 대출 문제로 혼인신고를 했어요. 저희 팟캐스트에서 그들을 ’비혼 실패자’라고 해요.(웃음) 또 저와 아주 가까운 이웃이고 거의 가족처럼 지내는 레즈비언 부부가 있거든요. 미국에서는 혼인 신고를 했는데 한국에서는 못했어요. 그들은 ‘강제 비혼자’라고 불러요. 비혼인이라 하면 많이들 결혼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동성 커플처럼 결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어요. 사실 비혼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특권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는 미혼이다, 비혼이다, 결혼을 왜 안 하냐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결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을 전혀 못 보고 있는 거죠 고정관념을 깨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반려견 이름도 김정원이라고 지었다죠. 사람 같은 이름을 지은 건 그렇다 치고 왜 작가를 따라 곽 씨가 아닌가요? 제가 저희 엄마, 아빠를 엄청 사랑하는 것과 별개로 개인적으로 곽 씨 성이 부르기 좋거나 예쁘다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또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성을 물려주는 것과 동시에 따라오는 문화들에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어요. 제가 김이나 작사가와 김희진 배구 선수의 팬이거든요. 만약에 성을 물려주는 행위가 그 사람의 어떤 유산을 넘겨주는 의미라면 나는 차라리 우리 엄마, 아빠의 성보단 김이나 작사가와 김희진 선수의 성을 물려주겠다, 겁 많은 우리 강아지가 그들의 강인한 내면을 닮았으면 해서요. 저희 엄마는 강아지가 엄마나 아빠의 성의 따르지 않았다고 내심 서운해하지만요. 가족관계가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보통 비혼주의자나 비혼인이라고 하면 사랑 없는 불행한 가정에서 자랐을 거라는 편견도 있죠. 정말 많이들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저희 부모님은 거의 칠순이 다 돼가는데 아직까지도 사이가 좋고 맨날 손 잡고 다니시고 그렇거든요. 저희 ‘파워 결혼주의자’ 부모님조차도 “이렇게 우리가 단란한데 ‘왜 넌 결혼을 안 하려고 하냐”며 저를 채근하시죠. 그런데 저희 집안의 문제 중 대부분은 곽 씨 집안의 어떤 대소사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해요. 친구들이랑도 자주 얘기하지만 프랑스에는 생활동반자법인 ‘PAX’ 법이 있어서 결혼을 안 해도 출생 신고나 복지에 아무 문제가 없거든요. 그래서 저도 부모님께 드리는 말씀이 그거예요. 엄마, 아빠도 결혼을 안 하고 살았으면 훨씬 행복했을 거라고. 제 프랑스인 지인의 부모님은 동거한 지 40년 만에 결혼하셨어요. 그 친구의 어머님이 그러셨대요. “이만큼 살았으면 나쁘지 않은 남자인 것 같다”고.(웃음) 비혼인이 살기에 한국은 어떻다고 느껴요? 불리한 점이 많죠. 일단 거주 문제가 가장 큰 것 같아요. 청약 점수도 비혼인들에겐 너무 불리하고 또 최근엔 1인 가구를 위한 청년주택이 있다고 해서 들여다봤는데 7~8평 정도의 열악한 원룸들이더라고요. 1인 가구도 버젓한 거실이 필요하고 많이 양보해도 한 15평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요? 그냥 1인 가구를 위한 주택 지원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싱글세’ ‘반려동물 보유세’ 같이 비혼인에게 불리한 정책도 논의되고 있어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싱글세 자체가 비혼인에게만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게 아니라 결혼한 사람에게도 기만적인 법이라고 생각해요. ‘싱글세를 내게 하면 결혼을 할 거고, 그러면 아이를 낳을 거다’라는 가정은 그럼 결혼한 사람은 출산이 의무인가요? 비혼인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국가적으로 하루빨리 논의되었으면 하는 사안은요? 가장 시급한 건 역시 ‘생활동반자법’의 법제화죠. 결혼한 사람들끼리는 나중에 헤어질 때 재산 분할 문제에 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지금은 어떤 혈연이나 결혼으로 맺어진 가족끼리의 권리만 인정하니까 실제로 부조리한 일이 너무 많이 벌어지잖아요. 단순하게 생각하면 친구들이랑 같이 사는 비혼인들에게만 필요한 법 같지만 아니에요. 부모님이 연락이 끊긴 상태에서 외할머니랑 손자가 서로를 돌보면서 살다가 나중에 문제가 됐을 때 그 권리를 아무것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생활동반자법이 있다면 혼인 신고를 안 한 사람들끼리 아이를 낳아도 두 사람을 다 보호자로 등록할 수 있어야 아이가 복지 혜택도 누릴 수 있고, 그리고 나중에 재산 분할 문제라든지, 생활동반자법이 인정하는 보호자가 수술 동의서에 사인을 할 수 있다든지,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비혼인으로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뭐예요? 저를 비롯한 제 주변의 비혼인 친구들이 요즘 가장 많이 꽂혀 있는 키워드가 ‘돌봄’이에요. 우리끼리 예를 들면 누구 하나가 갑자기 아파서 수술을 해야 돼서 당분간 일을 못하거나 할 때 서로 돌봐주자고요. 사실 요즘에는 ‘돌봄’이라는 게 비혼인들에게만 필요한 건 아니에요. ‘서로 돌봄’이 작동하지 않는 가족들도 있죠. 특히 한국은 돌봄에 관한 사회적 시스템이 많이 부족해요. 해외 여행만 가더라도 장애인이 혼자 마트 가서 버스 타고 돌아올 수 있는데 국내에선 장애인 돌봄이나 아니면 아픈 사람 돌봄을 가족에게 떠맡겨서 집 안으로만 고립되게 만들잖아요. 비혼인이든, 기혼인이든, 자식이 있든 없든, 특히 어디가 아플 때나 나이가 들었을 때 돌봐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 같은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gwak.min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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