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리와 정수빈, 우리만의 특별한 시간
드라마 <선의의 경쟁>을 떠난, 배우 이혜리와 정수빈의 학교 밖 사적인 시간.
BY 에디터 최윤정 | 2025.01.31
혜리 블라우스와 스커트는 씨뉴욕, 티셔츠와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메리제인 슈즈는 레페토.
수빈 원피스는 씨뉴욕, 카디건은 뷔미에트, 메리제인 슈즈는 레페토,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이잖아요? 근데 그런 부분들을 살면서 매번 드러낼 수는 없고요. 어떤 순간에는 이타적인 생각이 이기적인 생각을 이길 때도 있고. 연기를 하면서 그런 모습들을 순간순간 드러낼 수 있어서 재미있었어요.
두 분이 함께한 U+모바일tv 오리지널 드라마 <선의의 경쟁> 원작이 76부작 웹툰이에요. 76부작이면 꽤 긴데, 혹시 촬영 전에 원작을 봤나요?
수빈 네, 지금은 전체적으로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원작이 기반이 된다고 해서 보긴 했어요. 캐릭터 파악도 하고 싶었고, 근데 막상 대본을 보니 원작이랑 많이 달라졌더라고요.
혜리 저는 시나리오를 먼저 받고, 그다음에 웹툰을 봤는데요. ‘너무’ 다른 거예요.
그 정도로요?
혜리 네, 캐릭터 정도만 가져오고, 추가된 등장인물도 많고 새로운 사건도 많아요. <간 떨어지는동거>라는 웹툰 원작 드라마를 한 번 해보기도 했고. 왜, 촬영하다 보면 ‘원작의 어떤 장면이랑 겹치네’ 할 수 있잖아요? 그런 게 딱히 없었어요.
드라마 제목을 듣자마자 ‘갸웃’했어요. 선의의 경쟁이 뭐지? 하면서. 사전적 의미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쟁’이래요.
혜리 뭐랄까. 원작에서도 선의의 경쟁이 되게 반어적인 뉘앙스잖아요. 이런 점에서는 원작이랑 비슷해요. 저희 작품도 ‘반어적인’ 느낌이 강해요.
수빈 언니 말대로 드라마에는 확실히 반어적인 느낌이 담겨 있어요. 그러면서도 한 인물이 성장해가는 측면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차원을 벗어나 뭔가를 ‘같이’ 도모하는 방향을 그리지 않을까 싶어요.
입시 경쟁을 다룬 학원물이 그동안 많이 나왔잖아요. 서로 견제하는 캐릭터? 이런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잿빛 교실 풍경? 어때요, 제가 상상하는 범위를 넘은 관전 포인트가 있을까요?
수빈 개인적으로 혜리 언니랑 작품 하면서 느낀 게, 언니가 아니었다면 제이 역을 이만큼 표현할 수 없었겠다 싶을 정도로 준비를 엄청 많이 했다고 생각해요. 아마 이 점을 시청자분들이 좋아해주시지 않을까….
혜리 제가 아마 전작이랑 캐릭터가 많이 다르기도 해서!

원피스, 니삭스, 로퍼는 모두 미우 미우
아, 그러고 보니 두 분 고등학생 역할 유경험자들이네요. 혜리 씨는 데뷔작부터 <선암여고 탐정단>, 저희가 익히 알고 있는 <응답하라 1988>에서 밝고 당찬 고등학생이었고. 또 수빈 씨도 데뷔 작품인 <라이브 온>부터 캐릭터는 다르지만, 다양한 고등학생 역할을 연기했어요.
수빈 제가 맡은 슬기도 이전과 많이 달랐어요. 드라마 안에 신기한 장면이 많은데, 그런 장면을 연출하면서, 또 제이라는 인물을 만나면서 전과는 다른 경험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제가 다닌 고등학교는 남녀 공학이었는데, 이번에는 여고 안에서 생활하게 돼서 그 점도 큰 차이기는 해요.
혜리 사실 저는 그 역할들을 맡았던 게 거의 10년 전이라서.(웃음)
하하하.
혜리 저는 시나리오를 보고 이런 드라마가 우리나라에 또 있었나? 제가 이런 표현을 평소에는 잘 안 쓰는데…. 이것 말고 표현할 길이 없네요.
뭔데요?
혜리 캐릭터가 되게 ‘발칙’하더라고요.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게 재미있었고, 또 그 욕망이라는 게 한국에서는 잘 그려지지 않던 정서라서 이런 부분들이 참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혜리씨가 그동안 쌓아온 작품들 속 캐릭터들은 한결같이 ‘사랑받고 자란 사람’이라는 인상을 풍기거든요. ‘유제이’라는 캐릭터는 결핍이 느껴져요.
혜리 웜(warm)하다고 해야 하나요. 그동안 맡은 역할들에는 분명 따뜻한 구석이 항상 있었어요. 근데 제이는 날이 선 친구라서 나의 어떤 면모를 끌어와야 뾰족한 구석을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피케 티셔츠와 반팔 티셔츠는 비아플레인, 스커트는 뷔미에트, 리본 브로치는 셀프 포트레이트, 스니커즈는 골든구스,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아, 이 얘기 하면 수빈 씨 쑥스러워할 것 같은데. 고등학교 3년 내내 학급회장이었어요.
수빈 네, 그냥 저는 시키는 공부 열심히 하고, 그러다 회장도 하게 됐어요. 갑자기 연기를 하게 되기 전까지는 제이가 되고 싶기도 하고, 슬기가 되고 싶기도 하던 사람이라.
학급 회장이면 나서기도 해야 할 텐데. 수줍음이 많아 보였는데 의외예요.
수빈 그 시기에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자연스럽게 회장도 하게 된 것 같아요. 어쨌든 생활기록부라는 게 있고, 그 안에 학급회장 이력이 들어가 있으면 좋으니까요. 근데 실제로 하면서 배운 점도 많이 있었어요.
혜리 저도 회장을 계속했었어요. 생활기록부보다는 순수하게 ‘하고 싶어서’가 이유였어요 그땐.
두 사람 보면 온도가 정말 달라요.
혜리 누가 뜨겁고 누가 차가운 거예요?
혜리씨가 뜨겁고, 수빈 씨는 차가워요.(웃음)
혜리 근데 캐릭터는 또 그 반대라서.
그게 재밌네요. 아무래도 두 사람이 붙는 신이 많죠? 에피소드 좀 듣고 싶어요.
수빈 에피소드라기 보다 저는 사실 언니한테 정말 크게 고마웠던 기억이 있어요. 제가 연기 아니면 감정 표현을 잘 못해요. 근데 언니가 어느 순간 “네가 괜찮지 않더라도 그 괜찮지 않은 것도 괜찮아”라고 얘기해주는 거예요. 그때 언니한테 마음이 확 열렸던 것 같아요. 든든한 지원군 같고, 같은 말을 한다고 모두 다 의지하게 되는 건 아닌데. 흔들릴 때마다 언니가 바로 잡아줘서 중심을 지킬 수 있었어요.

혜리 아우터는 렉토, 스커트는 뷔미에트, 슈즈는 레페토, 티셔츠와 니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수빈 레이스 셔츠는 렉토, 원피스는 웰던, 크로셰 카디건은 바네사 브루노, 티셔츠와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왈라비 슈즈는 클락스 오리지널스.
촬영할 때도 보이더라고요. 혜리 씨가 수빈 씨를 이끌어주는 게.
혜리 아니, 자꾸 따라 하더라고요. 전 그냥 머리에 손을 얹으려고 한 건데, 수빈이가 저를 따라서 팔을 올리길래 “내려, 내려” 하고.
아, 맞아요.(웃음) 전 둘이 하트를 만드는 줄 알았어요.
수빈 제 시야에 언니가 손을 올리는 게 보이는데 왠지 저도 해야 할 것 같았어요(웃음).
혜리 촬영장에서 하트 처음 보죠?
그쵸. 요즘은 남녀 커플 촬영할 때도 하트는 잘 안 하니까.(웃음)
혜리 근데 사실 제가 촬영장에서 특별히 뭔가를 한 건 아니에요. 수빈배우가 연기한 슬기가 저희 드라마의 주인공이고, 또 중심이에요. 이 친구가 중심을 잘 잡아야 저희 작품 전체가 흔들리지 않을테니까. 그래서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라고 한 거고. 이전까지는 제가 수빈 배우가 맡았던 포지션에 있었다면 이번에는 뭐랄까 옆에서 지켜보기도 하고 필요할 때 양념을 더하는 포지션이었다고 할까요. 새로운 위치에서 수빈 배우를 보는 게 신선했어요. 수빈이가 연기하는 걸 보면서 감탄하기도 했고요.
그러네요. 단순히 캐릭터만 달라진 게 아니라 포지션의 변화도 있었네요.
혜리 그래서 이 작품이 저한테 굉장히 도전이었어요. 줄곧 밝고 당찬 이미지였잖아요. 처음에 감독님도 긴가민가하셨고, 근데 막상 촬영 시작하고 나니까 많은 분들이 역할과 잘 어울리고 ‘안 착하다’고 해주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다행이다’ 했어요.(웃음)
수빈 언니가 진짜 섬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게 느껴졌어요.
예를 들면요?
수빈 한국 사람들이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는 방식이 아니라 외국 사람들이 카운팅하는 스타일로 하더라고요. 뭔가 더 제이가 할 법한 식으로요.
혜리씨는 레퍼런스를 어디서 찾은 거예요?
혜리 평상시에 인지하고 있던 건데 이걸 제이의 특징으로 활용하면 좋겠다 싶었어요.
수빈 이런 세심한 부분이 정말 많았어요. 슬기가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대중분들 입장에서는 더 공감이 되는 인물이 주인공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언니가 표현한 제이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을 것 같아요.
그쵸, 선한 캐릭터만 사랑받는 건 아니니까요.
수빈 맞아요.



혜리 원피스는 셀프 포트레이트, 레이어드한 스트라이프 티셔츠는 골든 구스, 점퍼는 웰던, 빈티지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수빈 꽃무늬 톱은 블루마린, 블라우스와 크로셰 원피스는 바네사 브루노.
혜리씨는 이번 작품에 참여한 배우들 사이에서 맏언니네요. 오늘 느낀 게 참 시야가 넓은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왠지 촬영장에서도 후배들을 잘 이끌어줬을 것 같아요.
혜리 제가 원래 ‘막내’ 이미지가 엄청 강했어요. 근데 연차도, 경력도 쌓이면서 ‘어리지만은 않네’ 하는 이미지가 조금씩 생기는 것 같아요.
수빈 근데 언니가 없었으면 안 굴러갔을 거예요. 현장에 이제 막 ‘시작’하는 친구들이 많았고, 당시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언니의 배려로 상황이 안정적으로 넘어간 경우가 많았더라고요.
혜리 친구들이 다 착했어요.
좋은 사람들끼리 모였던 거네요.
혜리 맞아요. 수빈 배우랑은 마주하는 신이 많았는데, 다른 배우들은 그러지 않았거든요. 그런데도 다른 친구들 모두 잘 어울렸고, 그래서 너무 감사했어요.
현장 에너지가 아마 작품에도 좋은 영향을 줄 거예요.
혜리 그래서 기대가 돼요.
오늘 찍은 화보도 기대가 되죠?
혜리 수빈이 오늘 첫 화보 촬영이래요.
수빈 네, 맞아요. 저의 첫 지면 화보 촬영도 역시나 언니 덕분에 잘..(웃음) 근데 앞으로 하트는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하하하. 각자 전날 고민을 좀 하고 왔어요?
수빈 제가 아마 고민했으면 하트는 안 했을 것 같아요.(웃음)
혜리 저는 화보 촬영을 하든, 드라마를 찍든 늘 주어지는 대로 하는 편이에요. 근데 이번 촬영만큼은 자발적으로 회사에 아이디어도 이야기하고, 수빈이랑 표현하고 싶었던 뉘앙스가 명확하긴 했어요.
그래서 좋더라고요. 혜리씨가 이번 화보의 방향성을 잡아줬어요. 수빈 배우의 중심을 잡아준 것처럼!
혜리 정말요?
네, 진심으로요.(웃음)

혜리 크롭트 맨투맨은 골든구스, 블라우스는 씨뉴욕, 레오퍼드 스커트는 NO.21, 스니커즈는 컨버스, 진주 목걸이는 빈티지 할리우드,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수빈 럭비 티셔츠와 블라우스, 데님 팬츠는 모두 씨뉴욕, 왈라비 슈즈는 클락스 오리지널스.
작품이 공개되는 2월 10일까지는 얼마 안 남았네요. <선의의 경쟁> 이야기로 마무리할까요?
수빈 우선 제가 현장에서 느낀 좋은 것들이 결과물에 고스란히 잘 담겼을 거라고 생각해요. 배우들뿐만 아니라 정말 좋은 스태프분들과 함께했고, 또 최선을 다했고.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지만 저희가 열심히 만든 작품을 소중하게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어요.
혜리 저도 정말 애정을 가득 담아 행복하게 즐겁게 찍었어요. 작품을 아직 못 봐서 어떤 반응일지 예상이 안 돼요. 처음에 말한 것처럼 작품을 보시면 우리나라에도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품이 있네’ 하고 생각하실 거예요. 이건 자신 있어요.
첫 방은 어디서 누구와 함께 보게 될까요?
혜리 제작발표회 겸 시사회에서 다 같이 보지 않을까요?
수빈 아, 저는 도망갈 수 있는 줄 알았는데….
혜리 안 볼 거야?
수빈 그게 아니라 다 같이 보기 너무 무서워요.
혜리 그럼 미리 보여달라고 하자.(웃음)
사진
채대한
스타일리스트
정희인
메이크업
이나(이혜리), 이채아(정수빈)
헤어
최고(이혜리), 최동욱(정수빈)
장소
헤이헤이 스튜디오
인턴 에디터
윤대연
이혜리
정수빈
선의의경쟁
싱글즈 화보
선의의경쟁 화보
선의의경쟁 이혜리
선의의 경쟁 정수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