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화연의 이상향
사랑보다 명성이라는 이상향을 좇는 <보물섬> 속 여은남과 이상향으로 가는 길 안에서 의미를 좇는 홍화연이 교집합을 이루는 순간.
BY 에디터 이유진 | 2025.02.24
블랙 레더 재킷은 로우클래식, 벨트는 더 름, 팬츠는 레이스.
오늘은 홍화연의 첫 단독 화보 촬영이었죠. 어땠어요?
설레는 마음도 컸지만 몸이 안 따라줄까 걱정돼 늦은 밤까지 잠을 못 이뤘어요. 그런데 예쁘게 담긴 것 같아 기분이 매우 좋아요.(웃음)
과감한 포즈도 많았는데 너무 잘 소화하던데요.
제가 좀 뚝딱이는 편인데 포토 실장님이 매 컷 들어가기 전에 시범을 보여주신 덕에 잘해낼 수 있었어요. 모두 실장님 덕분입니다.

블랙 재킷은 문선, 메리 제인 슈즈는 시몬로샤, 비니는 바잘, 팬츠와 컬러 타이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제 2월 21일도 얼마 남지 않았어요. 홍화연 배우가 여은남으로 열연한 SBS 드라마 <보물섬>이 첫 방영되는데요. 박형식 배우가 맡은 서동주와 허준호 배우가 맡은 염장선의 치열한 대립 속에서 여은남은 서동주의 전 애인으로 나오죠. 홍화연은 여은남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해석했어요?
겉으로는 냉철하고 팜 파탈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요즘 시대의 평범한 여성을 잘 나타낸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저와 닮은 점도 많고요. 여은남은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는 독립적인 캐릭터인데 저 또한 제가 결정한 것은 바로 실행에 옮길 만큼 추진력이 있거든요.
그렇다면 홍화연과 여은남의 다른 점은요?
은남은 저보다 더 차분하고 어른스럽고 부내가 난다는 것?(웃음)
여은남은 100 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맡은 역할이라죠. 감독님들은 홍화연의 어떤 매력을 봐주었을까요?
부담을 내려놓고 솔직하게 연기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솔직하게 봤다는 게 어떤 의미예요?
긴장하다 보면 원래 제 모습을 100% 보여주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더 저답게 하려고 했어요. 제가 원래도 가감 없이 얘기하는 편인데 일부러 좀더 편안하게 연기했다고 해야 할까요. 저는 은남이가 진실을 좇는 캐릭터라고 생각하거든요. 솔직하게 연기한 제 모습 안에서 진실을 좇는 은남의 얼굴을 발견해주신 것 같아요.
여은남은 진실에 대한 집념이 있는 걸까요?
맞아요. 본인이 생각하는 진실이 있으면 그게 옳고 그른지 확인하고 싶어 하죠.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믿음도 갖고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한번 결정을 내리면 후회를 잘 안 하는 편이거든요. 돌아가고 싶은 순간들도 별로 없고요.

빈티지 브라운 레더 재킷은 프라다, 스카프는 미우미우, 스켈레토 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아직 보여줄 것이 많은 데뷔 3년 차 연기자예요. 은남처럼 복잡하고 입체적인 역할을 소화하는 데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은데 특별히 참고한 다른 작품이나 역할이 있다면요?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 캐리 브래드쇼를 많이 참고했어요. 작품의 톤은 다를 수 있지만 사랑에 그만큼 진심이면서 스스로의 선택으로 인생을 계속해서 만들어가는 모습이 은남이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거든요.
지난 <싱글즈> 2월호에서 먼저 만난 박형식 배우는 드라마 <보물섬> 속에서 ‘보물섬’이 가지는 의미를 ‘한 사람이 추구하는 욕망’으로 해석했는데요. 홍화연은 보물섬을 어떤 의미로 해석하고 있나요?
너무 완벽한 정답을 말해주셨는걸요?(웃음) 저도 같은 의미로 해석하고 싶어요.
그럼 배우 홍화연이 좇는 ‘보물섬’은 어떤 모습인가요?
음… ‘길’이요. 촬영 전에 작가님과 미팅하면서 작가님이 알려준 ‘보물섬’에 대한 키워드이기도 한데요. ‘보물섬’이라는 이상향에 도달하기 위한 각자만의 길이 있다는 이야길 나눴어요. 근데 그 길은 사람마다 다 다르고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라서 하나의 또렷한 실체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제 보물섬은 보물섬으로 향하는 그 길 자체에 있는 것 같아요.
조금은 철학적인 답변인데요.(웃음)
그쵸. 그 길이 있다는 사실만 알아도 절반은 간 거예요. 그게 어떤 방향이든 나아가기만 한다면 보물을 찾을 수 있는 보물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작품 <보물섬>의 영어 제목도 ‘Treasure Island’가 아니라 ‘Buried Hearts’거든요. 여기서 ‘Hearts’가 각자가 생각하는 중요한 것이고 이건 어딘가에 묻혀 있다는 거죠.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그것들을 찾아가는 길에 놓인 거고요.
홍화연의 보물섬은 ‘길’이고, 여은남의 ‘보물섬’은 뭘까요?
진실이요. 은남이의 진실로 인해 여러 사건이 일어나고 그 진실에 더 가까워지기 위해 모든 일이 발생하거든요.

진주 포인트의 화이트 드레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지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 TVING 드라마 <러닝메이트>로 참석했어요. 다가오는 3월에 티빙을 통해 공개된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맞아요. <러닝메이트>라고 하면 다들 달리기하는 드라마로 아시는데, 고등학교에서 전교 회장, 부회장 선거를 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예요.
홍화연은 <러닝메이트>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어요?
전교 1등의 까탈스러운, 또 사회성이 부족해 친구가 없는 캐릭터를 연기해요. 그런데 점점 선거 운동을 하면서 친구들과 단합하며 변화하고 성장하죠. 더 자세한 내용은 다가오는 3월에 확인해주세요.(웃음)
<러닝메이트> 관객들과 인사를 나누는 GV 마지막 멘트에는 울음도 보이더라고요. 홍화연의 눈물로 다들 당황하는 것 같기도 했어요. MBTI가 뭐예요?
‘F’임을 이미 짐작하셨을 것 같은데요. ISFJ예요.(웃음)
그 눈물은 어떤 의미였어요?
부산국제영화제에 한정된 인원만 참석할 수 있어서 함께 촬영한 또래 배우들이 모두 참석하지는 못했거든요. 그런데 GV에 들어가보니 티켓을 직접 구매해 와준 친구들이 있었던 거예요. 너무 반가운 마음에 눈물이….(웃음)
평소에 눈물이 많은 편이에요?
네, 너무요. 드라마나 영화 볼 때에도 몰입을 잘하는 편이라 많이 울어요.
그럼 눈물 셀카도 찍으세요?(웃음)
네, 친구들한테 ‘나 또 운다’ 하면서 보내주죠.(웃음)
그럼 이번 작품을 하면서 여은남에게도 공감의 ‘F력’이 발동됐나요?
네, 은남의 감정에도 깊게 몰입했어요. 은남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이랑 내뱉는 말이 다를 때가 있거든요.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음속에 있는 말을 솔직하게 내뱉지 못하는. 결국 그걸 숨기려고 다른 말을 할 때도 있고요. 그럴 때마다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크리스털 포인트의 원피스는 미우미우.
은남 말고 또 많이 몰입했던 배역은요?
<러닝메이트>를 촬영할 때 친구들끼리 지지고 볶고 싸우는 장면이 있어요. 저는 살면서 누구랑 싸워본 적도 없고 말싸움을 해본 적도 없는데 슛만 들어가면 머리끝까지 화가 나더라고요. ‘내가 이런 감정을 느낄 수도 있구나’, ‘나에게 이런 모습도 있구나’ 하면서 새로운 저의 모습을 발견해서인지 왠지 모를 희열을 느끼기도 했어요.
그게 연기의 매력인가 봐요. 그런데 홍화연은 원래 교육학을 전공했잖아요. 그 이유를 ‘교육은 사람에 대한 믿음과 가능성을 기반으로 하는 학문이라는 사실이 너무 따뜻해서’라고 말했어요. 어쩌면 연기도 감독, 작가, 스태프, 상대 배우를 신뢰하고 서로의 가능성을 믿어야 호흡을 맞출 수 있잖아요. 연기는 ‘인문학’이라는 어떤 배우의 말이 생각났어요. 홍화연 배우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공감해요. 인문학이라는 분야에는 예술도 포함되잖아요. 영화를 찍든, 드라마를 찍든 광고를 찍든 그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의 예술적 철학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럼 홍화연의 연기를 한 단어로 정의해본다면요?
‘퍼즐’ 같아요. 그 인물을 만드는 건 나뿐만이 아니라 함께 연기하는 동료와 선배, 작가님, 감독님, 스타일리스트 실장님, 헤어 메이크업 실장님들까지 모두가 다 모여야 한 인물이 생기는 거잖아요. 아무리 재능이 뛰어난 배우라도 혼자 좋은 연기를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빈티지 브라운 레더 재킷은 프라다, 스카프는 미우미우, 스켈레토 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인간 홍화연도 궁금한데요. 요즘 하는 고민이 있을까요?
고민이 별로 없는 편이에요.(웃음) 오늘의 가장 큰 고민은 ‘이따 뭐 먹지?’예요.
제일 중요하죠.(웃음) 배우 홍화연의 새로운 시작을 알릴 드라마 <보물섬> 속 여은남을 통해 사람들이 홍화연을 어떻게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홍화연이라는 이름보다 ‘여은남’이라는 캐릭터로 기억해줘도 좋을 것 같고요. 비슷한 시기에 <러닝메이트>가 방영되는 만큼 다양한 홍화연의 모습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는 뭐예요?
독립운동가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조금이나마 그 시대의 독립운동가 선생님들의 감정에 몰입해보고 감정을 나눔으로써 감사함을 표하고 싶달까요.
그럼 2025년 홍화연은 어떤 것들에 욕심을 낼 예정이에요?
당연히 여러 부분에서 더 나아져야겠지만 크게 변하고 싶지는 않아요.
스스로를 건강하게 사랑하고 있군요.
그냥 있는 그대로의 제가 좋아요. 그런 의미에서 변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고요. 다만 조금은 덜 게으르고 더 지혜로웠으면 좋겠어요.(웃음)
사진
방규형
스타일리스트
이하정
메이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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