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전기차 마칸 4S와 마칸 터보 시승기

포르쉐의 두 번째 순수 전기차 마칸 4S와 마칸 터보를 직접 타본 소감. 마칸 일렉트릭은 ‘포르쉐 전기차’라는 형이상학적 어젠다가 아니다. 마칸 일렉트릭은 그저 마칸 일렉트릭의 길을 간다.
BY 에디터 장은지 | 2025.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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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라도 ‘포르쉐는 포르쉐’란 생각이 잠깐 스쳐간다. 물론 기존 포르쉐만큼 노면을 콱 움켜쥐면서 돈다는 느낌은 덜하지만 회두의 움직임에 따라 뒷바퀴가 사악 따라오는 감칠맛이 있다.
지난 2014년, 포르쉐는 자사의 콤팩트 SUV인 마칸을 선보였다. 마칸이 처음 세상 밖에 나올 때도 우려의 목소리는 있었다. 포르쉐는 ‘외계인이 만들었다’는 소리가 나돌 정도로 한 치의 오차 없는 날카로운 조종감과 제어력으로 운전 재미를 선사하는 브랜드다. 왕관의 무게는 무거운 법. 순도 높은 레이싱 DNA를 간직한 포르쉐가 자사 최초의 SUV ‘카이엔’을 내놓았을 때, 이를 변절이라고 여기던 성골 포르쉐 진영에서 브랜드의 첫 콤팩트 SUV인 ‘마칸’의 존재를 반겼을 리가 없다. 그러나 마칸은 2014년 출시 이후 기술력과 디자인 부문에서 차츰 더 다듬어지고 숙성되면서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입증 시켰다. 오늘날 마칸은 단순히 카이엔의 보급형 모델이 아니다. 카이엔보다 작고 다부진 체구의 마칸은 고성능 트림에 와서는 카이엔보다 경쾌하고 민첩한 조종감을 선사했고, 단순히 ‘살 수 있는 포르쉐’ ‘현실 드림카’ 같은 수식이 함의하는 가격표 이상의 매력을 보여주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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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칸 일렉트릭은 독립적인 12.6인치 디스플레이와 커브드 인스트루먼트 클러스터, 10.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 등 최대 세 개의 스크린을 적용한 최신 디스플레이 구성을 갖추고 있다. 포르쉐 최초로 증강현실 기술을 사용한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옵션으로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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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칸 일렉트릭은 기존 마칸 대비 더욱 넓어진 실내 공간을 제공한다. 전작 대비 2열 레그룸에 아이폰 하나 길이 정도의 여유 공간이 생겼다.
그런 마칸이 이제 차가운 전기 심장을 달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출시 당시 마칸 중 가장 저렴했던 직렬 4기통 엔진을 단 엔트리 모델의 가격은 7000만원대에서 시작했지만 마칸 일렉트릭의 가장 저렴한 버전은 9000만원대부터 시작이다. 이번에 출시된 마칸 일렉트릭은 포르쉐의 순수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에 이은 두 번째 순수 전기차다. 국내 선보이는 모델은 기본 모델인 마칸부터 마칸 4, 마칸 4S, 마칸 터보까지 4종. 이번에 시승한 고성능 트림 4S는 1억1440만원부터, 최상위 트림인 터보는 1억3850만원부터 시작한다. 타이칸의 기본 가격이 1억4410만원부터 시작이니, 이제 가격 이점 때문에 마칸을 힐끗거리던 사람들은 시선을 거두거나 타이칸으로 눈을 돌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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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시승한 포르쉐 마칸 일렉트릭 4S와 터보 트림.
잘 만든 내연기관 모델이 전기차로 돌아섰을 때 모두가 가장 궁금해하는 건 이거다. 전기 파워트레인으로 구동하는 마칸은 기존 포르쉐 마칸이 가지고 있던 매력을 얼마만큼 구현했을까? 먼저 수치상 놀라운 수준이다. 마칸 4S는 최고출력 448마력, 마칸 터보는 584마력인데, 런치 컨트롤 작동 시 각각 516마력, 639마력의 오버부스트 출력을 발휘한다. 4S의 최고 속도는 시속 240km, 터보는 시속 260km다. 전기차의 가속감은 말할 것도 없다. 4S와 터보 모두 페달을 밟는 즉시 지체 없이 튀어나간다. 4S는 초반 가속을 보다 빠르게 캐치하는 경쾌한 느낌이고, 터보는 넉넉한 파워로 고속주행 시 뒤에서 꾸준히, 힘껏 밀어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켜고 가속 페달을 꾹 밟으니 목덜미를 누가 뒤에서 확 잡아챈 것처럼 어깨가 등받이에 짝 달라붙었다. 그러나 내연기관 포르쉐와는 분명 질감의 차이는 있다. 유기적인 기계 맛보다 전자 시스템처럼 반응이 선형적이고 예측 가능하다 보니, 야수를 길들이는 것 같은 역동적이고 가변적인 운전 재미는 덜하다. 세고, 강하고, 부드러운 느낌. 물론 그 덕분에 고속에서도 실제 속도보다 체감 속도가 더 낮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안정적이긴 하다. 코너 주행에서는 ‘전기차라도 포르쉐는 포르쉐’라는 생각이 잠깐 스쳐간다. 물론 엔진을 단 포르쉐만큼 노면을 콱 움켜쥐면서 돈다는 느낌은 덜하지만 회두의 움직임에 따라 뒷바퀴가 사악 따라오는 감칠맛이 있다. 마칸 일렉트릭은 회전반경을 줄여주는 뒷바퀴 조향 시스템을 옵션으로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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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열한 마칸 일렉트릭의 모습. 공기역학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유선형 보디라인이 인상적이다.
4S와 터보의 1회 완전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는 각각 450km, 429km다. 실제 차를 몰았을 때 주행 가능 거리가 수치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은데, 마칸 일렉트릭은 그렇지 않다. 시승 당일 약 320km에 달하는 코스를 주행했음에도 가능 주행 거리에 여유가 있었고 배터리가 빨리 닳는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이건 마칸 일렉트릭의 탁월한 회생제동 시스템 덕분이다. 회생제동은 가속에서 브레이크를 밟거나 감속 시, 관성으로 돌아가는 바퀴의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해 다시 회수하는 방식이다. 요즘 나오는 거의 모든 전기차가 회생제동 시스템을 지원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다. 마칸 일렉트릭의 회생제동은 최대 용량 240kW까지 가능하며, 일상 주행에서 발생하는 제동 에너지의 최대 98%를 회수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 운전자가 원하는 감속이 회생제동으로 흡수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보다 클 경우, 운전자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미세하고 정밀하게 유압 브레이크가 개입해 발동하며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확보한다. 포르쉐 철학에 따라 ‘코스팅(Coasting)’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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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동력 전달 장치가 꺼지면서 운동 에너지가 사용되는 속도는 느려지고 추가적인 에너지 투입 없이 차는 가능한 먼 곳까지 항속 주행할 수 있다. 마칸 일렉트릭은 충전 소요 시간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800V DC 사용 시,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되는 데 약 20분이면 된다. 효율적인 충전과 회생제동 시스템 덕분에 마칸 일렉트릭은 전기차를 구매하길 꺼리는 고객들의 스트레스를 대폭 줄여줄 수 있다. 직접 타본 마칸 일렉트릭은 꽤 괜찮은 포르쉐였고, 동시에 엄청 대단한 전기차였다. 엔진 포르쉐의 맛을 생각하면 다소 허전함을 느낄 수 있지만, 지금까지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던 사람들의 고민 거리를 대부분 해소해줄 수 있는 (가격 빼고) 솔루션 같은 모델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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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애호가들에게 포르쉐는 어떤 ‘종교적’ 위치에 있다. 그래서 ‘포르쉐 전기차’에 우리가 기대한 것은 단순히 포르쉐 배지를 단 전기차가 아니다. 포르쉐의 기술력이나 운전 질감 같은 순수이성을 완벽하게 계승하면서 전기 파워트레인을 달고 효율적으로 굴러가야 하는 어떤 '메시아' 같은 존재다. 결론적으로 마칸 일렉트릭은 동방박사가 찾아 헤매던 ‘이상적인 포르쉐 전기차’란 메시아는 아니다. 마칸 일렉트릭은 썩 괜찮은 포르쉐이면서 침체하던 전기차 시장에 한줄기 희망을 품게 하는 아주 괜찮은 전기차다. 마칸 일렉트릭은 이렇듯 자기 길을 간다. 그것이 포르쉐 전기차의 어젠다는 아닐지 몰라도 마칸 일렉트릭이 가야 할 길, 마칸 일렉트릭의 어젠다다.
마칸 일렉트릭(마칸 4S, 마칸 터보)
SPECIFICATION
최고출력(PS) 마칸 4S - 448 마칸 터보 - 584 오버부스트 출력(PS) 마칸 4S - 516 마칸 터보 - 639 최대토크(kg·m) 마칸 4S - 83.6 마칸 터보 - 115.2 최고속도(km/h) 마칸 4S - 240 마칸 터보 - 260 0->100km/h 가속시간(sec.) 마칸 4S - 4.1 마칸 터보 - 3.3 주행가능거리(km) *복합 마칸 4S - 450 마칸 터보 - 429 가격(부가세 포함) 마칸 4S - 1억 1,440만 원부터 마칸 터보 - 1억 3,850만
*시승차 4S, 터보 기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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