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욱의 조각
모델, 배우, 뮤지컬 배우, 밴드 보컬까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배우 김재욱은 장르의 경계를 능하게 넘나들며 자신의 조각을 꺼내 보였다.
BY 에디터 김화연 | 2025.04.24
어제 생일이었죠?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대기실에서 생일 축하 노랫소리가 들려오더라고요.
감사합니다.(웃음) 쑥스러운데 또 챙겨주니 고맙죠.
팬들에게 어제 생일 인사를 전하면서 오늘은 꼭 셀카 사진을 올리겠다고 선언하는 걸 봤어요.
오늘은 무조건 올려야 해요. 화보 의상으로 찍은 사진은 공개된 후에 올려야 한다고 해서 잠시 묵혀두려고요. 저도 늘 마음속으로는 생각하는데 워낙 사진을 못 찍다 보니 시도를 안 하게 돼요. 또 이왕 예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니까 오늘 많이 확보해두었습니다.

블랙 코트와 팬츠는 김서룡옴므, 이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슈즈는 생 로랑.
모델 출신이다 보니 화보 촬영장이 익숙할 것 같아요.
오랜만에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았어요. 그 당시에도 현장에서 포토그래퍼와의 호흡을 중요하게 생각했거든요. 현장에 오기 전에 미리 보내주신 기획안을 숙지하고 왔지만 그때의 저로 돌아가 저에게 어떤 모습을 원하시는지, 무엇을 표현하고 싶으실지에 중점을 두면서 최대한 함께 호흡하며 표현해나가려고 했어요. 달라진 점은 예전에는 옷이 잘 보이는 게 중요했다면, 오늘 같은 화보는 제가 보여야 하는 거니까 그런 부분을 즐겁게 고민하면서 촬영했죠.
예전에는 옷을 신경 쓰면서 촬영했지만, 지금은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고민하는 것처럼, 과거의 김재욱과 현재의 김재욱은 어떤 부분이 달라졌나요?
경험과 연륜이 쌓이다 보니 조금은 성숙해지고 어느 부분에선 노련해지지 않았을까요?(웃음) 인터뷰 전에 진행한 영상 촬영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정말 한 끗 차이거든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할 때 솔직한 게 능사라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에요. 그런 것에서 오해를 낳을 수도 있으니까요. 오해가 생기는 잔가지들을 쳐내는 방법을 체득한 것 같아요. 모델도 그렇지만 밴드, 배우도 전부 단체 활동이잖아요. 그래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나 사이의 밸런스를 늘 고민해요.
그런 고민을 시작한 계기가 있어요?
거창한 계기는 없어요.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많은 사람과 부딪힐 수밖에 없잖아요.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혹은 ‘저렇게 되고 싶다’ 이 두 가지를 계속 가져가다 보니 조금씩 다듬어졌던 것 같아요. 물론 사람이 쉽게 변하기 힘들다는 것도 알지만, 그래도 그런 생각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고 생각하거든요. 남들보다 늦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군 생활을 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더 보였던 거죠.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그 속에서 확실히 시야가 많이 넓어지더라고요. 그래서 그 시간이 무척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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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 블라우스와 베이지 와이드 팬츠는 로에베, 블랙 타비슈즈는 메종 마르지엘라.
넷플릭스 시리즈 <탄금> 공개를 앞두고 있어요.
국내에서는 <탄금>이라는 제목이고, 영어로는 ‘Dear Hongrang’이에요. 홍랑은 남자 주인공 이름인데, 그 인물을 둘러싼 미스터리, 서스펜스, 로맨스 등 모든 게 들어 있는 드라마죠. 연출가인 김홍선 감독님과 예전부터 작품을 많이 해오기도 했고, 저에게 좋은 캐릭터를 제안해주셔서 고민 없이 바로 하겠다고 했어요.
벌써 세 번째 작품이더라고요.
이제는 현장에서 너무 잘 알아서 말 그대로 척하면 척이죠. 감독님이 원하시는 것과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부딪힐 수 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준비한 게 더 괜찮아 보이면 감독님이 흔쾌히 해보자고 말씀해주셔서 늘 감사하죠. 또 현장에서 믿고 맡겨주시는 편이거든요.
촬영 현장에 가기 전에 준비를 완벽하게 해가는 걸 선호하나요? 화보 촬영처럼 현장에서의 호흡을 더 중요하게 여기나요?
그 부분은 작품에 따라 달라요. <탄금>의 경우에는 준비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어요. 사극이라 준비 없이는 현장에 갈 수 없었죠.

그 반대의 경우는 <멜로무비>였을까요?
최대한 힘을 빼려고 노력했어요. 외적으로도 그렇고,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도 욕심을 많이 내려놓는 것에 집중했어요. 고준을 담아주시는 감독님, 함께 호흡하는 우식이와 어우러지기 위해서요. 고준은 제가 표현한다고 완성되는 인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이 공기에 잘 묻어가면서 고준을 잘 표현해보고자 했어요.
넷플릭스의 경우 작품이 한 번에 공개되기에 반응도 즉각적이잖아요.
새로운 모습을 봤다는 말도 많이 들었고, 또 원래 드라마 보고 울지 않는 사람인데 울었다는 반응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그런 반응에 행복했죠.
그동안 해왔던 캐릭터와는 다른 결이긴 해요.
사실은 제가 여러 일을 한 번에 처리하지 못해요. <멜로무비>를 제안받았을 때는 <탄금> 촬영을 시작했고, 또 뮤지컬 <파과> 연습에 들어갔을 때였어요. 그런데 <멜로무비> 대본이 들어온 거예요. ‘언젠가는 오겠지, 이런 캐릭터 한번 제안 들어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여서 저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너무나도 기다려온 캐릭터였거든요. 지금 놓치면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아 그냥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가 해내자 하고 선택했어요.
말 그대로 극한의 스케줄이었을 것 같은데요?
정말 그랬어요.(웃음) 늦게까지 세트에서 촬영하고 그 길로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지방에 내려가 <멜로무비> 촬영하고, 다음 날 비행기 타고 올라와서 뮤지컬 공연하는 것을 무한 반복했죠. 오로지 촬영과 무대에 모든 걸 쏟았어요. 정말 힘들었지만 참 행복했어요.

체크 블라우스와 베이지 와이드 팬츠는 로에베, 블랙 타비슈즈는 메종 마르지엘라.
그래도 행복하다는 말이 빛나 보여요. 뮤지컬 무대엔 13년 만에 오른 거였죠.
재밌었어요. 너무 힘들었지만 재미있었고 <파과> 또한 제가 너무 사랑하는 연출가 선생님이 저에게 오랜만에 같이 하자고 제안을 주신 거라 두렵긴 했지만 선생님을 믿고 해보자는 마음으로 선택했어요. 그리고 연주를 할 때나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할 때 오롯이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행복함은 다르거든요.
그런 조각들이 모여 어느덧 20년이 넘도록 활동했어요. 치열하게 고민했던 20대, 30대의 나에게 해주고 싶었던 조언도 있나요?
그때의 저에게 조언하기보단 지금 활동하는 후배들에게 이야기하는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요.(웃음) 20대 친구들에겐 ‘용감해라, 겁내지 말라, 못 할 것 없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네요. 지금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20년 뒤에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걸 선택했으면 좋겠어요. 30대에겐 저도 지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딱히 조언할 게 없을 것 같아요.

화이트 슬리브리스, 카키 코트. 그레이 팬츠는 모두 YCH, 네크리스는 베르사체, 블랙 첼시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20대의 김재욱은 용감하지 못했기에 그런 조언이 나온 걸까요?
제 딴에는 꽤 용감했던 것 같은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순간순간 주춤거렸던 것 같아요. 반대로 ‘그러지 말걸’이라는 생각도 하는 것 같고요.
가장 용감하게 선택한 작품은 뭐였어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겠죠?(웃음) 그때 지상파 미니 시리즈 주연 역할이 동시에 들어왔었어요. 지금이야 OTT도 활성화되었고 플랫폼도 다양하지만, 그땐 지상파 드라마면 최고였잖아요. 당시 회사에서는 그 드라마를 하자고, 아니 하는 게 맞다고 했고, 저는 앤티크가 정말 하고 싶었어요. 이걸 안 하고는 못 배기겠더라고요. 작품 자체도 그렇고 민선우라는 캐릭터도 ‘내가 안 하면 누가 해’, ‘안 돼 내가 할 거야’ 하면서 쟁취해낸 거죠. 물론 회사의 입장도 이해해요. 지금은 회사를 옮겼지만, 여전히 친하게 지내요. 지금도 그 이야기를 하세요.
그때 그 작품 했어야 했다고요?
그것도 그렇고, 너는 정말 다루기 힘든 애였다고요. (동석한 직원을 바라보며) 지금 나랑 일해서 다행인 줄 알아. 20대 때 만났으면 힘들었을 거야.(웃음)

블랙 슬리브리스는 로에베, 그레이 스트라이프 팬츠는 사카이, 블랙 슈즈는 베르사체, 브레이슬릿은 펜디.
안 그래도 그 질문을 드리려고 했어요.
소속사 콘텐츠 촬영에 참석률이 꽤 높더라고요. 저는 시키는 거 다 해요. 홍보팀에서 제안해주는 건 군말 없이 합니다.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콘텐츠도 있어요?
바이크 관련 콘텐츠요. 취미로 타는 정도인데, 바이크 관련해 소속사와 촬영하기로 했다가 못 한 게 있어요. 당시 촬영 팀 친구들이 무려 드론 연습까지 했는데 말이죠. 유튜브에 전문가분들도 많지만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건 또 다르니까요.

화이트 슬리브리스, 카키 코트. 그레이 팬츠는 모두 YCH, 네크리스는 베르사체, 블랙 첼시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배우로서 더 보여주고 싶은 조각이 있다면요?
정통 액션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이미 늦은 것 같아요. 벌써 여기저기 아프더라고요. 사실은 코로나 시기에 1년 넘게 준비하던 프로젝트 하나가 무산되었거든요. 저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던 프로젝트라 액션 스쿨도 정말 열심히 다녔는데, 그때 아주 아쉽고 힘들었죠. 그게 사라지면서 제 의지와는 다르게 공백이 길어졌고요. 그래서 더 늦기 전에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농밀한 멜로 연기도 해보고 싶고요. 이 내용은 꼭 써주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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