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딕 트렌드에서 피어난 블랙 레이스
창백한 낭만, 극적인 실루엣, 묵직한 아름다움이 뒤섞인 2025 F/W 시즌. 그 중심에는 관능과 우아함을 넘나드는 ‘블랙 레이스’가 있다.
BY 에디터 최윤정 | 2025.08.12고딕 로맨스가 절정을 달린다. 올해 연초부터 예고된 이 어둡고 낭만적인 장르는 1월 파리 오트 쿠튀르 쇼를 시작으로 각종 시상식의 레드 카펫을 물들이며 만개할 때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같은 흐름 안에 여러 이벤트가 맞물리며 당도한 2025 F/W 시즌. 어느 때보다 묵직하고 서늘하며 동시에 로맨틱하다. ‘이번 해는 다르다’ 하는 디자이너들의 단순한 변덕이 아니다. 지난 1~2년간 스크린과 음악, 대중문화 전반에 스며든 감성이 ‘패션’으로 응답한 결과다.
사진 출처 : 유니버설 픽쳐스 인터내셔널 코리아
사진 출처 :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지난해 하반기를 회상하면 고딕 미학을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2편의 영화가 떠오른다. 로버트 에거스 감독의 예술적 영상미로 재탄생한 <노스페라투>는 뱀파이어의 처절한 로맨스를, 팀 버튼 감독의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기괴하고 유머러스한 고스 판타지를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창백한 아름다움, 극적인 실루엣, 빅토리아 시대풍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이 싹튼 순간이었다. 화려한 시상식 패션은 그 원초적인 감정을 ‘갈망’으로 진화시켰다. 켄들 제너,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 카일리 제너 등 대중의 기준점이 되는 패션 아이콘들이 일제히 레드 카펫 의상으로 레이스 드레스를 선택한 것.
마침내 음울하고도 매혹적인 세계가 열렸다. 파리 패션위크에서는 디올과 맥퀸이 트렌드를 주도했다. 빅토리아 시대로 둔갑한 무대 위 우아한 고딕 판타지가 펼쳐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일렁인 ‘블랙 레이스’. 모델켄들 제너가 오스카 시상식에서 한차례 선보인 뮈글러의 빈티지 피스처럼 블랙 레이스는 전신을 덮거나 옷의 가장자리를 파고들거나 또 액세서리 곳곳을 장식하며 유연하게 제 역할을 해냈다. 밀라노의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블루마린과 아바바브는 창백하고 파리한 모델들과 함께 레이스와 시폰 소재로 지은 시스루 룩들을 연이어 등장시키며 트렌드에 가세했다. 펜디도 몇십 벌이 되는 룩 중간중간 블랙 레이스를 녹여 관능과 우아함 사이를 오갔다.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건질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아이템을 꼽으라면 단연 블랙 레이스다.

© Launchmetrics/spotlight
고딕 트렌드라는 흐름 안에 여러 이벤트가 맞물리며 당도한 2025 F/W 시즌. 마침내 음울하고도 매혹적인 세계가 열렸다. 어느 때보다 묵직하고 서늘하며 동시에 로맨틱하다. 그 중심에서 일렁이는 ‘블랙 레이스’. 가장 현실적인 아이템에 기대어 낮과 밤, 관능과 우아함 사이를 오간다. 이렇게 어둡고 낭만적인 F/W 시즌이 시작된다.
화려한 무대 장치 없이 런웨이의 드라마를 일상으로 가져올 가벼운(?) 수단. 낮에는 가을의 스산함을 즐기는 세련된 방법이 필요하다. 바로 ‘레이어링’과 ‘소재 믹스’다. 도톰한 니트 스웨터 아래로 살짝 드러나는 레이스 밑단 혹은 견고한 레더 재킷 안에 입은 블랙 캐미솔은 ‘대조’의 철칙을 완벽히 이행하는 모범생의 답안. 해체주의를 고수하는 앤 드뮐미스터나 (최근 한국 시장을 파고든) 앙팡 리쉬 데프리메의 키 룩도 참고해보자. ‘고딕’에서 출발했지만 과감히 다른 장르를 덧칠해도 좋다. 이자벨마랑처럼 아찔한 쇼츠와 스커트, 미니드레스 아래 블랙 레이스 타이즈를 매치해 반항적이고 펑키한 매력을 살리는 식.
오버사이즈 군용 재킷, 카고 팬츠 같은 유틸리티 웨어로 ‘쿨 걸’에 충실한 돌체앤가바나의 런웨이 룩 역시 탐나는 예시다. 이브닝 룩을 연출할 때도 블랙 레이스는 믿음직한 재료가 된다. 날도 저물었겠다 과감히 온몸을 레이스로 감싸보는 건 어떨까. 코르셋 디테일을 결합해 몸의 실루엣을 강조한 뷔스티에 드레스나 속이 은은하게 비치는 레이스 가운 등으로 말이다. 퍼 트리밍을 믹스 매치한 샤넬의 레이스 코트, 작은 비즈 장식이 반짝이는 시스루 드레스는 낮보다는 밤에 어울릴 고급스러운 선택지.

이미지 출처 : 조 크래비츠 인스타그램(@zoeisabellakravitz)
이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인물을 롤 모델로 삼는 묘안도 있다. 생 로랑의 뮤즈인 배우 조 크래비츠는 평소 느슨한 원마일 웨어 룩으로 일관하지만 공식 석상에서는 뇌쇄적인 매력을 강조하는 편. 그 주축이 되는 게 블랙 레이스 의상이다. 순한 맛부터 매운맛까지, 스타일은 다양하다. 네이키드 룩으로 대치되는 매운맛은 다음으로 미뤄두고 순한 맛부터 시도하는 게 현명할 터. 블랙 레이스 디테일이 들어간 캐미솔 아래 디테일이 유사한 펜슬 스커트를 세트로 착용하거나 심플한 티셔츠에 슬립 드레스를 레이어드해 1990년대식 미니멀리즘의 미학을 따르자. 여기에 블랙 내로 선글라스나 볼드한 주얼리 정도만 가미해도 약속 장소가 어디든 당당하게 입장할 수 있다. 이제 블랙 레이스에 몸을 맡길 시간. 서늘한 공기처럼 피부에 사뿐히 내려앉는 순간 고딕 로맨스는 은밀하게 시작된다. F/W 런웨이는 이렇게 어둡고도 낭만적인 방식으로 우리에게 말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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