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만나는 서울의 얼굴들

배경이 캐릭터가 되는 순간이 있다. 이 영화들 속 서울이 그렇다.
BY 에디터 이숙명 (프리랜스) | 2025.09.19
LOVE IN THE BIG CITY
대도시의 사랑법
재희(김고은)는 파리에 살다 온 유럽 감성 ‘미친년’이고, 흥수(노상현)는 한국을 벗어나고 싶은 게이다. 그들에게 한국은 ‘내가 나인 것이 약점이 되는’ 세계, 예의 없는 ‘꼴통’의 밀도가 ‘유난히 높은’ 나라다. 그곳에서 재희와 흥수는 서로를 엄호한다. 이태원 자취방과 클럽에서 전개되는 그들의 ‘애니멀 라이프’는 누가 뭐라건 청춘의 반짝임이 가득하다. 둘 사이를 오해하는 이들에게 흥수는 외친다. “베프끼리 같이 살 수 있잖아요. 서울이 방세가 얼만데!” 비싸고 밀도 높은 대도시지만 그래서 아웃사이더들도 자신들만의 인사이드를 구축할 수 있는 곳, 그게 서울이다.
A QUIET DREAM
춘몽
이 작품은 밑바닥 남성들이 성녀 혹은 창녀로 설정된 여성들과 맺는 약탈적 관계 또는 의존적 관계를 자못 의미심장하게 묘사하는, PC 컬처 이전 예술영화의 한 경향을 반영한다. 욕쟁이 건달, 무력한 탈북자, 어벙한 백수가 어울려 다니는데, 그들은 모두 병든 아버지를 모시며 ‘고향주막’을 운영하는 중국계 이주민 예리(한예리)를 좋아한다. 자본과 문화의 중심지 DMC로부터 불과 철길 하나 건너인데 변두리가 돼버린 2010년대 수색동은 이들의 소외감을 대변한다. 예리는 남자들에게 지나치게 친절하다. 그러나 영화는 예리가 존재한 시간을 춘몽(春夢)으로 묘사함으로써 자신의 토양과 선을 긋는다.
OUR BODY
아워 바디
자영(최희서)은 고시 공부를 하다가 지쳐버렸다. 서른한 살이라 취직도 어렵다. 남들과 보폭을 맞추지 않아서 낙오자가 된 것이다. 그런 자영 앞에 러닝 동호인 현주(안지혜)가 나타난다. 자영은 자기를 튕겨낸 도시를 제 발로 누비며 조금씩 밝아진다. 그런데 늘 앞장서 달리던 현주가 사라지자 자영은 다시 헤맨다. 어머니의 욕망을 대리 실현하던 자영은 이번에도 타인의 욕망(나이 많은 남자와 자고 싶다는 현주의 욕망)을 모방하다가 곤경에 처한다. 자영이 언젠가는 자기 인생의 리드를 잡을 수 있을까? <아워 바디>는 러닝 홍보 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러너의 시선으로 본 한강은 슬프도록 아름답다.
#IAMHERE
#아이엠히어
중년의 위기를 겪던 프랑스 요리사 스테판(알랭 샤바)은 인스타그램으로 알게 된 한국 여자 수(배두나)를 만나러 왔다가 바람을 맞는다. 스테판은 11일 동안 인천공항에서 수를 기다린다. 공항을 벗어나는 게 두려운 듯하다. 하지만 공항은 이동을 위한 중간 지대일 뿐이다. 마침내 종로에 가서 수를 찾아낸 스테판은 “현실로 돌아가셔야죠”라는 냉정한 말을 듣는다. 그는 의외로 담담하게 여행을 마친다. 그에게 필요한 건 생애 주기 전환의 두려움을 소화시키기 위한 임시 도피처였다. 서울은 불가해한 이국의 여행지로서 그 역할을 해낸다.
SOPHIE’S WORLD
소피의 세계
이 작품은 ‘시선’에 천착한다. 북촌에 사는 수영(김새벽)은 2년 전 자기 집에 묵었던 여행자 소피(아나 루지에로)의 블로그를 발견한다. 그 당시 수영과 남편 종구(곽민규)는 지독하게 싸웠다. 소피가 그걸 보고 기록한 덕에 이제 수영이 현재의 시선으로 과거 자신을 돌아본다. 서울을 여행할 때 소피는 북촌책방을 찾으려다 포기했는데, 알고 보니 소피가 늘 다니던 길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되는 곳이었다. 수영의 집 창문은 인왕산을 액자처럼 담아내지만 앵글에 따라 미묘하게 풍경이 바뀐다. 시선에 따라 달라지는 것들, 관계와 인생도 그에 속한다. 북촌은 이 사색을 운치 있게 담아내는 프레임이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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