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령의 8가지 얼굴
김성령은 오늘도 낯선 얼굴을 꿈꾼다. 장면에 관해 물음을 멈추지 않는 그가 자신을 통과하고, 오래도록 마음에 품어온 8개의 인물을 다시 한번 무대 위로 불렀다.
BY 에디터 이경은, 김초혜 | 2025.09.19숄더 스트랩이 달린 셔츠 드레스는 4백65만원, 브이넥 니트 톱은 가격 미정 모두 Miu Miu.
오늘 화보를 위해 8개의 캐릭터로 등장했습니다. 배역에 몰두하는 순간 눈빛이 확 바뀌던데요.
틸다 스윈턴이 출연했던 <서스페리아> 속 주인공이 됐을 땐 특유의 서늘하고 건조한 표정이 떠올랐어요. 도쿄로 변신했을 땐 속으로 ‘도쿄, 도쿄, 도쿄’를 읊조리며 <종이의 집>의 여러 장면을 머릿속에 그렸고요. <언페이스풀>의 다이안 레인, <매드맥스>의 샤를리즈 테론처럼 평소 좋아하던 배우들의 역할을 해보니 재미있더라고요. 아이디어는 누구나 낼 수 있지만, 그걸 실제로 구현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서스페리아> 마담 블랑. 어깨의 깃털 장식이 특징인 재킷과 팬츠는 모두 가격 미정 Akris.
<상속자들>의 한기애, <독전>의 오연옥처럼 김성령의 대표 캐릭터들도 오늘 다시 소환됐죠. 오랜만에 마주한 기분이 어땠나요?
‘둘 다 안 본 사이에 더 멋있어졌네?’ 싶었어요.(웃음) <독전>의 오연옥은 강렬했고,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캐릭터죠. 오늘 더 멋있게 구현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어요. <상속자들>의 기애도 진짜 세련되게 바뀐 느낌? 사람들이 저한테 차갑거나 우아하다고 하는데, 사실 기애가 저랑 비슷한 면이 많아요. 특히 자식을 위하는 마음이나 유머러스한 구석이 그렇죠.
인생에서 유머가 빠질 순 없으니깐요. 예능 <당일배송 우리집> 도 촬영 중이라고요.
저 원래 남의 집 구경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언젠가 시골에 주말농장을 해보면 어떨지 생각해본 적도 있고요. 이동식 주택을 경험해보는 거라 다들 기대에 부풀어 있더라고요. 하지원, 장영란, 가비와 함께한 첫 촬영은 모두 텐션이 좋아서 저는 웃다가 하루가 다 갔어요.

<독전> 오연옥. 레더 트렌치 코트, 귀고리, 스타킹은 모두 에디터 소장품, 펌프스 힐은 가격 미정 Gianvito Rossi.
연극, 영화, 예능까지 올해가 끝날 때까지 꽤 바쁘게 보내겠어요.
10월엔 <낮은 곳으로부터>라는 영화를 크랭크인하고, 연극 <로제타>가 명동과 부산에 이어 일본으로 가요. 떠나기 전에 제가 의장으로 있는 선한영향력가게에서 해야 할 일이 좀 있어요. 밀키트와 간식을 아이들에게 후원해주시는 분들 덕에 서울시와 연계해서 이를 구로구청에 전달하기로 했거든요.

<언페이스풀> 코니 섬너. 미니드레스는 20만8천원 Gabriel Lee.
배우로서도, 의장으로서도 챙겨야 할 일이 많네요.
먼저 연락을 주신 분들이 계시니 저희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경제적인 부담없이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고, 더 많은 분의 참여로 이어지기도 하니깐요. 요즘 다른 거에 관심을 가질 겨를이 없을 정도로 연극에 몰두하고 있지만, 다양한 일이 동시에 벌어져 하루하루를 꽉 채워서 보내게 되네요.

<상속자들> 한기애. 글리터 장식의 트위드 드레스는 가격 미정SonJungWan, 리본 헤어핀은 에디터 소장품.
연극은 6년 만이죠. <로제타>로 무대에 섰어요.
신기하게 연극은 한 5년 주기로 저에게 찾아오더라고요. 출산의 고통과 같다고 할까요. “아오, 다시 안 해!” 해놓고 둘째가 생기는 것처럼 말이에요.(웃음) 이상하게 무대라는 것이 참 그래요. 드라마나 영화를 작업할 때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거든요. ‘내가 제대로 한 건가?’ 그런 공허함 같은 걸 연극이 채워주기 때문에 다시 찾게 되는 듯해요. 제가 연극 연습하는 과정을 참 좋아하더라고요. 하나의 작품을 분석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하고. 그 과정 안에서 새로운 걸 찾아내는 여정을요.
8명의 배우가 릴레이하듯 한 인물을 연기합니다. 배우로서 하나의 이야기를 오롯하게 이끌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던가요?
많은 분이 제가 원톱일 거로 생각하셨대요. 그런데 만약 혼자 극을 끌고 가야 했다면 안 했을 거예요. 공연 기간도 짧고, 대사도 많지 않으니까 시작해볼 수 있었거든요. 물론 결과는 만만치 않았지만요. 모든 배우가 퇴장 없이 장면의 동반자처럼 무대 위를 지켜야 해서 쉴 틈 없이 흘러가요. 연습할 때도 감정을 계속해서 쏟아내니까 에너지가 엄청나게 소모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엔 생각을 바꿔봤어요. 나 자신을 좀 버려보자고.

<종이의집> 도쿄. 티셔츠와 스트라이프 팬츠는 모두 에디터 소장품, 스니커즈는 9만9천원 Converse.
스스로를 내려놓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TV와 영화 연기를 할 때는 ‘내가 어떻게 더 잘하지?’를 고민하는 시간의 연속이었거든요. 이번 연극에서는 ‘어떻게 하면 나를 버릴 수 있을까?’에 몰두해본 거예요. 그런데 연습하면 할수록 자아가 튀어나오더라고요.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를 외치면서 스스로를 다독였죠.(웃음) 8명이 하나의 공처럼 굴러가는 역할이잖아요. 저를 내려놓을 수 있는 훈련이자 기회로 삼기로 한 거죠.
그럼에도 오랜 시간 연기를 지속하게 한 힘은 무엇인가요?
매 순간 이전보다 더 잘하고 싶다고 다짐하면서 버텨왔던 것 같아요. 전 항상 제 연기를 보면서 ‘어떻게 저 정도밖에 안 되지?’ 싶었거든요. 스스로 만족이 안 됐던거죠. 그런데 안 된다고 그만두지 않았고, 모른 척하지도 않았어요. 아쉬움이 있으니까 오히려 ‘다시 한번 해보자’ 한 거고요.
재킷은 79만8천원, 팬츠는 49만8천원 모두 EENK, 코튼 셔츠는 39만원 Juun.J, 로퍼는 가격 미정 Miu Miu
34년이라는 시간이 쌓였음에도 다시 한번 성장을 마주한 거네요.
처음부터 연기에 큰 뜻을 품고 시작한 건 아니었거든요.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로 데뷔하기 전에는 MC를 했고 연기 생각이 없었죠. 그러다 우연히 영화사에서 제안을 받았는데 역할이 뉴스 앵커였어요. 그게 MC 일이랑 비슷하니까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게다가 남자 주인공이 당대 최고 스타였던 안성기 씨였고요. 인사나 해볼까 해서 나간 자리에서 이장호 감독과 강우석 감독을 만난 거예요. 그때 정말 아무 것도 몰랐는데 감독들이 술술술 얘기하니까 덜컥 시작하게 됐어요.
그럼에도 오랜 시간 연기를 지속하게 한 힘은 무엇인가요?
매 순간 이전보다 더 잘하고 싶다고 다짐하면서 버텨왔던 것 같아요. 전 항상 제 연기를 보면서 ‘어떻게 저 정도밖에 안 되지?’ 싶었거든요. 스스로 만족이 안 됐던거죠. 그런데 안 된다고 그만두지 않았고, 모른 척하지도 않았어요. 아쉬움이 있으니까 오히려 ‘다시 한번 해보자’ 한 거고요.

끝까지 도전해보겠다는 마음인 거네요.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어요.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으니까. 그런데 다행히도 일이 끊이질 않았고, 큰 작품이건 작은 작품이건 꾸준히 참여할 수 있었죠. 어찌 됐든 저의 선택에 매 순간 최선을 다했고, 최선을 다할 뿐 아니라 잘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고민하면서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거 같아요.
전위적인 드레스와 대담한 부츠는 모두 가격 미정 Rick Owens, 반두 톱은 에디터 소장품.
앞으로도 치열한 시간이 이어질까요?
미스코리아로 데뷔가 1988년이니깐 그렇게 따지면 활동한 지 37년이잖아요. 그 동안 나름의 계획도 세워보고, 계산도 해봤을 거 아니에요. ‘내가 이런 작품을 해도 될까?’ ‘이런 거 하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고요. 배우의 일이란 게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보여주는 거니까 관객이 작품을 보며 감정을 더 깊이 느끼고, 마음이 움직인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가볍고 산뜻하게 조금은 내려놓으면서 일해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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