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실이 있는 김규림의 다섯 번째 집 #space for one
뉴믹스커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규림의 집엔 천천히 자리를 찾아가는 물건들이 산다.
BY 에디터 김초혜 | 2025.09.29회사 밖에서 자신을 ‘문구인’이라 부르고, 문구를 모으고 쓰고, 천천히 사랑하는 사람. 김규림은 배민문방구에서 제품 기획을 맡았고, 현재는 뉴믹스커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차에 푹 빠진 김규림이 아름다운 다기를 사고 싶을 때 편집숍 목련상점(@mokryunstore)을 들여다본다. 정갈하면서 뻔하지 않은 차 도구로 가득하다.
이사 온 지 한 달도 안 된 이번 집은 그의 다섯 번째 공간이다. 구조는 단순하다. 작은 거실과 2개의 방. 예전의 넓은 스튜디오형 집에선 모든 것이 한눈에 들어왔지만, 이제는 드러내는 곳과 숨기는 곳이 생겼다. 물건이 많은 김규림에게 꼭 필요한 선택이었다.

이 집에서 가장 대담하게 바꾼 곳은 차실이다. 집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방의 사면에 합판을 더해 차를 즐기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나무 선반에는 자주 쓰는 찻잔과 도구를 쇼룸처럼 전시한다. 오늘의 잔을 고르는 일이 작은 기쁨이 되도록. 밤이면 이사무 노구치의 아카리 조명이 은은하게 번지고, 빵을 레진으로 본뜬 작은 조명의 불빛이 장난처럼 빛난다. 커피와 차, 두 세계가 방 하나에 공존한다. “제가 진짜 좋아하는 것을 끝까지 해보는 공간을 하나쯤 갖고 싶었어요.”
유튜브 채널 제목 ‘소비예찬’은 단순히 물건을 많이 사자는 뜻이 아니다. 그는 연필 하나를 사도 곧장 서랍에 넣지 않는다. 며칠 동안 책상 위에 올려놓고, 눈에 익고, 자리를 찾게 둔다. 시장에서 나온 공산품이 일상을 통과하며 나만의 것으로 변화하는 시간이다. 물건이 일상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얻어가는 과정. 김규림은 이 느긋한 과정을 예찬한다.
업무 차 머물던 베트남 집은 좀처럼 편안해지지 않았다. 1년이나 지냈지만 레지던스에 딸린 대리석 책상과 차가운 분위기의 공간은 퇴근하고도 집으로 돌아가고싶지 않게 했다. 싱가포르로 옮겨갈 땐 한국에서 쓰던 180cm 길이의 책상을 싣고 함께 이사하기로 결심했다. 그제야 낯선 도시가 집처럼 느껴졌다. 공간은 언제든 바뀌지만, 이야기를 간직한 물건은 삶을 붙잡아준다. 이러한 올곧은 태도는 일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뉴믹스커피는 한국의 대표 디저트 믹스커피를 여행자의 기념품으로 번역한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규림이 설계하는 것은 맛과 가격을 넘어 ‘이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기억’이다.

김규림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공간은 거실. 하고 싶은 모든 일을 운동장 삼아 펼칠 수 있는 테이블을 놓았다.
집에서 물건이 시간을 통과해 내 것이 되듯 브랜드도 누군가의 하루에 들어가 자기 이야기를 갖게 된다. 이사 후 정리가 막 끝난 지금 그는 아직도 집과 데면데면한 상황이라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을 움직일 그림과 포스터가 더해지고, 차 도구도 자리가 바뀔 것이다. 김규림은 서두르지 않는다. “지금 씨앗을 잘 심어둔 거 같아요.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돼요.” 그의 집과 일 두 세계는 같은 리듬으로 자란다. 새로운 것들을 마주하고, 좋아하는 것을 끝까지 해보는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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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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