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머무는 플로리스트 박준석의 집 #space for one
어느 것 하나 사연 없는 것이 없다. 그의 집을 가득 채운 취향이 그렇다.
BY 에디터 김화연 | 2025.09.29시선이 닿는 곳마다 푸릇푸릇한 식물이 반겨주는 박준석의 집은 ‘박플로 아파트먼트’라는 별명이 있다. 직접 제작한 티셔츠에 적힌 문구 ‘아임 저스트 어 미닛 어웨이(I’m just a minute away)’에서 알 수 있듯, 플라워 숍 박플로와는 1분 거리에 위치한다. 그의 집은 강의실이 되기도 하고, 음악 감상실이나 파티룸이 되기도 한다.
이곳은 박준석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조명, 바닥, 벽 컬러 등 모두 그의 손을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됐다. 하나의 용도로만 활용되지 않기에 공간을 채운 아이템도 각기 다른 사연을 품고 있다. “박플로 오픈 8주년 기념 파티를 하면서 가구 구조를 바꿨어요.” 침실에 있던 소파는 거실로 옮겨졌고, 테이블 뒤에는 디제잉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그날 이후 박준석의 새로운 ‘최애’ 공간은 소파가 놓인 자리다.
우연히 만나 운명이 된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예식장 아르바이트를 하다 남자 플로리스트를 본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나도 잘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은 현실이 됐고, 지금까지 이어졌다. “좋아하는 직업을 가지게 되니 자연스레 취향이 생기고 또 그것을 담은 물건을 제 공간에 들이게 되더라고요.” 켜켜이 쌓이는 취향에 비례해 이 또한 공간을 가득 채울 만큼 늘어났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식물, CD, 에코백, 영화 포스터, 책 등 그 분야도 넓고 깊다. “CD 장식장을 살 때는 과연 저걸 다 채울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남는 공간이 없을 정도로 가득 찼죠.” 해외 직구로 구매한 장식장의 증정품으로 바다를 건너온 일렉트로닉 앨범 를 두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정말 끝내줘요.”

영화 속 공간을 보고 영감을 받는 박준석의 추천작은 <더 수베니어(The Souvenir)>. 작품성으로 정평이 나 있는 영화이지만, 공간에 집중하면 색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평소 밤 10시면 잠자리에 들고, 새벽 6시에는 눈을 뜬다. 레몬수를 마시고 커피를 내린 뒤 러닝으로 몸을 깨운다. 그리고 반신욕으로 컨디션을 정돈한다. 시장을 가는 날도 시장을 가지 않는 날에도 이 루틴은 깨지지 않는다. 식물에 물을 주고 들여다보며 동시에 포스터나 액자의 자리를 바꿔 공간의 분위기를 환기한다.

얼핏 보면 화병 같지만 막걸리 마니아인 그의 막걸리 전용 잔.
취향을 드러내는 오브제로 집 안을 가득 채웠지만 옷이나 신발, 생활용품은 모두 깊숙이 넣어두어 시야에 드러나지 않는다. 보이는 게 많은 만큼 정돈하지 않으면 금세 어수선해져 의도적으로 안쪽에 숨겼다. “이제 무언가를 더 사고 싶은 마음은 크게 없어요. 위치를 변화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새로워지니까요.”
박준석은 작업할 때 특정 꽃을 고집하거나 컬러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계절마다 즐겨 쓰는 소재도 달라진다. 여름에는 꽃보다 풀을 더 자주 활용한다. 무더운 날씨에 꽃이 쉽게 지치는 걸 감안해서다. 대신 페니콤 같은 풀을 섞어 시원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만든다. “없으면 허전한데, 있다고 크게 도드라지지도 않는 은근한 힘이 있어요. 그래서 자주 손이 가요.” 반대로 봄에는 마거릿이나 애니시다 같은 노란빛 꽃을 즐겨 고른다. 핑크보다 노란 계열이 훨씬 계절감을 선명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평소 다양한 브랜드, 공간, 아티스트와 협업을 이어가는 그는 무엇보다도 함께하는 이들과의 호흡을 중시한다. 작업 전 클라이언트와 충분히 대화하며 서로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의 색을 지키면서도 융합할 수 있는 점을 장점이자 무기로 여긴다. 그는 열린 마음으로 작업하며 직업이나 취향이 전혀 다른 이들에게 꽃에 대한 의견을 구하고, 의외의 시선에서 결정적인 힌트를 얻는다. 스케이트 문화를 좋아하는 것도 이런 성향의 연장선이다. 다른 스포츠보다 문화적 확장성을 품고 교류하는 그 분위기에서 특유의 에너제틱함을 느낀다.
최근 도예작가 김소영의 작품에 식물을 활용한 플랜트 디자인 협업을 진행한 뒤에는 도자기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꽃을 담는 수반과 화병은 그의 작업과 맞닿아 있어 앞으로 확장 가능성이 크다. “협업을 하면서 김소영 작가님이 가는 길이 결국에는 제가 가야 할 길이라고 느꼈어요.” 경험에서 파생된 취향은 결국 박준석을 무한한 세계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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