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 디렉터 박은우의 키친 #space for one

박은우의 하루는 주방에서 시작해 테이블 위에서 완성된다.
BY 에디터 김초혜 | 2025.09.30
첫인상은 고요한 반짝임이다. 창을 마주한 커다란 주방이 시선을 붙잡는다. 올 스테인리스의 매끈한 면과 절묘하게 숨긴 수납공간, 로고와 손잡이도 최소화한 가전. 전자레인지와 냉장고, 쓰레기통까지 모두 안으로 넣었다. 문을 열면 그릇이, 서랍을 당기면 도구가 정확한 자리에서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실용보다 미감을 한 발짝 더 앞세우는 선택은 공간 전체의 태도가 됐다. 박은우는 웃으며 말한다. 아름다움을 위해 약간의 불편은 기꺼이 감수한다고.
박은우의 주방
직접 디자인해 만든 키친은 사람들의 의뢰로 이어졌다.
박은우의 이력은 이 집의 언어를 만든 배경이다. 덕시아나에서 약 7년간 일하며 집의 언어를 처음 배웠다. 이후 에르메스 메종과 디올 메종에서 가구, 패브릭, 테이블웨어 등을 다루며 럭셔리 브랜드 세계관을 온 몸으로 익혔다. GFFG에서는 VMD로 일하며 노티드와 다운타우너 등 14개의 브랜드를 맡았다. 푸드 스타일링부터 식기와 스푼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지난해 10월, 그는 홀로 서기를 결심하고 커다란 부엌이 있는 오피스를 찾았다. “이전에는 구조를 크게 바꿀 필요는 없었거든요. 이번엔 원하는 공간을 찾기가 어려워서 공사를 진두지휘했어요.”
오래된 공장이었던 공간을 전면 철거하고 레이아웃을 새롭게 짰다. 주방과 라운지를 가장 크게 배치한 이유는 단순했다. VMD, 테이블 스타일링, 키친 브랜드까지. 모든 일의 중심에 테이블이 있기 때문이다. “한 끗 다른 세련된 주방을 만들기가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프리미엄 브랜드 제품은 너무 비싸고, 기성품은 미감이 아쉬웠어요.” 꿈꾸는 주방은 분명했다. 직접 디자인해 시공을 맡긴 결과물은 자연스레 박은우의 키친 브랜드 파이어웍스의 첫 번째 포트폴리오가 됐다.
위스키 한잔을 즐기는 자리. 따뜻한 분위기를 더해주는 소품 하나하나에서 박은우의 취향이 느껴진다.
오랜 시간 무언가를 사랑하다 보면 이런 공간을 갖게 되는 걸까. 벽 한쪽을 넓게 채운 대형 그릇장은 미술관처럼 보이기도 한다. “오랫동안 모아온 그릇을 창고에만 두는 게 아깝더라고요.” 전시와 수납을 동시에 할 수 있고, 스타일링할 때 원하는 물건을 바로 꺼낼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층층이 전시한 그릇 중 유난히 티포트와 와인 버킷이 많다. 이는 목적 없는 오브제보다 쓰임 속에서 드러나는 아름다움을 선호하는 박은우의 취향이 절묘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요리를 특별히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테이블 웨어로 친구들을 대접하는 일이 정말 즐거워요.” 촬영 의뢰가 들어오면 그릇장에서 곧바로 꺼내 세팅하고, 친구들이 모이면 샤부샤부 냄비와 잔, 매트와 커틀러리가 순식간에 한 상을 이룬다. 반려묘 누밤이는 큰 부엌과 라운지를 자유롭게 오가며 집 안 풍경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모든 일정이 끝난 뒤에도 고요히 자리를 지키는 존재 또한 언제나 누밤이다.
박은우에게 키친은 단순한 요리 공간이 아니다. 일과 취향, 사람과 장면이 만나는 무대다. 잔 하나와 냄비 하나에도 이야기가 깃들고 테이블 위는 그날의 감각으로 매번 새롭게 탄생한다. 언제든 변화할 수 있는 여지를 품은 공간은 오늘도 살아 움직인다. 완성보다 여지를 남기는 태도와 쓰임보다 기꺼이 아름다움을 선택하는 진심. 그의 키친은 단 한 번도 같은 얼굴을 가진 적이 없다.
박은우는 공간을 단숨에 완성하지 않는다. 계절에 따라 분위기가 바뀌고, 테이블웨어 취향도 그때그때 달라지기 때문이다. 낡은 티포트 하나에도 한 시대의 조형과 아름다움이 있다. 그의 컬렉션은 덴마크의 절제된 아름다움과 일본 아르데코의 리듬이 느슨하게 겹친다. 여행지에서, 일터에서 마주한 영감이 모두 이 집으로 스며든다. 덕분에 꽂히는 아이템이 있다면 구하는 데 몇 달이 걸리더라도 괜찮다. 체코 빈티지 무늬목 테이블을 임시로 쓰면서 곧 도착할 블랙 까시나 빈티지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처럼. 끝끝내 완성하지 않겠다는 유연한 태도가 공간을 살아 있게 만든다. 그는 오랜 시간 아름다운 사물을 진심으로 사랑해오고 있다. 잔과 접시, 냄비와 천, 그리고 한 끼의 순서까지. 박은우의 부엌에선 일과 취향이 만나는 영화 같은 순간이 탄생한다.

사진

이우정

인테리어
홈스타일링
집꾸미기
주방인테리어
셀프인테리어
주방공간
키친
키친인테리어
키친브랜드
박은우
비주얼디렉터
홈피스
0
SINGLES OFFICIAL YOUTUBESINGLES OFFICIAL YOUTUBE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