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거를 꿈꾸는 여자 야구 선수 김현아, 박주아

여자가 야구를 한다는 건 단순히 공을 던지고, 치고, 받는 스포츠를 즐긴다는 의미가 아니다. 여성으로서 새로움을 마주하는 일이자 직접 몸을 움직이며 심장이 뛰는 것을 확인하는 일이며 함께 달리는 동료들 사이에서 사회 속의 ‘나’를 발견하는 일이다.
BY 에디터 송혜민 | 2025.10.29
싱글즈 11월 호 여자야구 이미지. 여자 야구, 프로야구, 야구국대, 여자여구선수.
2026년 WPBL(Women’s Pro Baseball League·미국 여자 프로야구 리그)가 출범한다. 1943년부터 1954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AAGPBL(전미 여자 프로야구 리그) 이후 71년 만이다. WPBL 출범을 앞두고 열린 트라이아웃을 위해 우리나라 여자 야구 선수 5명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고, 그중 4명이 최종 드래프트에 참여할 자격을 얻었다. 11월의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으면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프로 야구 선수’가 된다. 2025년 KBO 프로야구는 단일 시즌 최초로 1200만 관중 시대가 열렸다. 그렇지만 우리는 아직도 여자 야구를 잘 모른다. 이렇게 모두가 ‘무지’한 와중에도 우리 곁에서 ‘버티’면서 여자 야구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남자 선수들도 어렵다는 미국 진출의 순간을 눈앞에 둔 여자 야구 국가대표 김현아, 박주아 선수를 만났다. 그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저마다의 사랑으로 여자 야구의 위상을 지켜내고 있다.
담대한 심장으로, 도전을 기다리며
박주아
여자 야구 박주아 선수 이미지
팬츠는 가격 미정 Bonsai, 아우터와 슬리브리스 이너,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요즘 바쁘죠? 10월 중국 항저우에서 개최되는 ‘2025 아시아 야구연맹 여자야구 아시안컵’도 준비하고 있어요. 9월엔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KBO 아마추어 베이스볼 위크’ 경기를 치렀어요. 그리고 8월엔 미국에서 진행된 WPBL 트라이아웃에 참가했죠. WPBL 출범과 한국 선수들의 트라이아웃 활약 소식이 국내에서도 화제였습니다. 걱정해주신 분이 많았어요. 그런데 미국에 갈 준비를 하는 순간부터 트라이아웃이 끝날때까지 단 1%도 스트레스를 안 받았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마냥 재미있었어요. 새로운 걸 하러 가는 설렘이 더 컸다고 할까요? 큰 기회 앞에 대담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나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운동하면서 불안할 겨를조차 없었어요. 미국에 도착하고 나니 ‘난 준비가 됐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트라이아웃 최종 테스트는 워싱턴 D.C.의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렸습니다. 그날의 기억은 어떻게 남아 있나요? 총 3차에 걸쳐 트라이아웃이 진행됐어요. 600명에 가까운 선수가 참여해서 1,2차엔 기본기를 체크하는 정도로 끝났어요. 마지막 날 내셔널스 파크에서 3차 테스트 경기 타석에서 상대 투수의 공을 지켜봤던 것, 다국적 선수들과 팀을 이뤄 수비 합을 맞췄던 것 모두 즐거웠어요. 이 정도 경기력이라면 사람들에게도 ‘여자 야구 볼 만하다’는 확신을 줄 수 있겠다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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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들에 대한 현장 평가가 좋았다고 하던데요. 미주지역 선수가 80% 이상이었고, 한국 선수는 고작 5명이었어요. 미국 현지 관계자들에게 한국 선수에 대한 데이터는 전무했겠죠. 그래서 1차 테스트부터 적극적으로 하려고 했어요. 한 번이라도 배트를 더 휘두르고, 더 강하고 정확하게 던지려고 했죠. 한국 선수에 대한 인상을 강하게 남기려고요. 특별히 어필하고 싶었던 점이 있었나요? 적극성 그리고 강한 어깨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배팅 테스트 때는 다른 선수들의 모습을 미리 살펴보면서 초구부터 가볍게 맞히자는 전략을 세웠어요. 그리고 내야수지만 강한 어깨를 갖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투수 피칭도 자원했어요. 그때 제공을 받은 사람이 미국 국가대표팀 포수였던 드네 베니테즈인데 “오늘 받은 공 중 가장 인상 깊었다”는 인사를 건네더라고요. 전설적인 선수와 야구 이야기를 하고 있다니, 꿈만 같은 일이었죠. WPBL 트라이아웃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기분은 어땠나요? 야구 선수로 무엇을 이룰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은 느낌이었어요. 야구를 할 때 가장 행복한 건 맞지만 ‘내가 왜 야구를 하고 있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거든요. 가장 좋아하는 걸로 경제적,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수 없다는 딜레마에 빠지게 돼요. 여자 야구 선수라면 대부분 마주하는 어려움일 거예요.
싱글즈 11월 호 여자야구 이미지. 여자 야구, 프로야구, 야구국대, 여자여구선수.
한국 여자 야구단은 실업팀은커녕 학교 여자 야구부조차 없는 현실이 아쉽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구를계속할 수 있던 원동력은 뭔가요? 여자 야구 선수는 중학교 3학년까지 리틀 야구단에 소속될 수 있지만, 그 이후부터는 사회인 리그가 아니면 야구를 그만둘 수밖에 없어요. 실력이 비슷하던 리틀 야구단 남자 선수들은 중, 고등학교에 진학해 눈에 띄게 성장하는데, 저만 멈춰 있는 것 같아서 괴로웠던 적도 많았어요. 또 전국체전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있지 않아서 여러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어려움도 있고요. 그럼에도 야구는 저를 성장시켰어요. 국가대표라는목표를 이루게 했고, 지금은 WPBL 진출을 꿈꿀 수 있게 됐으니까요. 만약 ‘우리나라 최초의 WPBL 선수가 된다면’ 상상해본 적이 있어요? ‘최초’ 같은 수식어는 보이는 것에 불과하고요, 그 이후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가서 잘해야죠. 야구 선수라면 야구장에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국에 갔다고 끝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이렇게 잘하는 선수였네’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야구 선수로서 꿈꾸는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트라이아웃 마지막 날 내셔널스 파크 유격수 자리에서 바라본 관중석과 파란 하늘이 아직도 선명히 기억나요. 2루에는 일본선수, 3루에는 미국 선수가 나란히 서서 손짓, 발짓으로 소통하며 경기를 했는데 순수하게 행복하더라고요. 지금의 기회를 잘 잡아서 계속 야구 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들어나 가는 게 가장 우선이에요. 끊임없이 ‘나’를 증명해야 하는 당장의 목표를 하나씩 이루다 보면 우리나라 여자 야구의 위상도 조금은 높아져 있지 않을까요?
후회하지 않는다는 마음
김현아
여자야구 김현아 선수 이미지
화이트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WPBL 트라이아웃에 지원한 다음 날부터 잠자고, 밥 먹는시간 빼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훈련했다고요. ‘꿈같다’는 표현도 안 와닿을 만큼 말도 안 되는 기회잖아요. 우리 같은 비인기 종목 선수에게는 이런 기회가 자주 찾아오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기회가 왔을 때 100%, 120%를 보여줘야죠. 물론 그 순간을 즐겨야 하겠지만 이슈를 만들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도 컸어요. 책임감을 넘어 사명감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현실적인 고민도 많은 시기였거든요. 실제로 여자 야구 국가 대표팀 선수 중 직장인이거나 학생인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맞아요. 운동에만 전념할 수있는 환경이 아니죠. 그렇다고 야구를 아예 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 대학을 다니면서 동아리 활동이나 대외 활동을 하기는 어렵죠. 현실적으로 취업을 해야 야구도 계속 할수 있는데, 여러모로 막막해요. 그런 노력을 알아주기라도 하듯, 여러 기회가 찾아왔네요. 사실 아직도 실감이 안 나요. 트라이아웃 참석차 미국에 처음 도착해서 바로 MLB 경기를 보러 갔어요. 메이저리그 구장의 시설과 관중들, 선수들의 에너지가 대단하더라고요. 저 그라운드를 한 번 밟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실제로 내셔널스 파크의 잔디를 밟아보니 어땠나요? ‘이걸 꼭 내가 다 누려야겠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한국에서 경기를 하다 보면 눈치를 볼 일이 적지 않아요. 그런데 미국에서는 오로지 선수가 야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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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아웃 최종 테스트 당시 여러 나라의 선수 중 선발 포수로 출전했어요. 현지 관계자들이 한국 선수들을 인상 깊게 봤다는 증거인 것 같아요. 테스트가 끝나고 미국 선수와 함께 경기장에 남아서 배팅 연습을 하는데 타격 코치한 분이 다가와서 “네가 가진 힘이나 강점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해주셨어요. 미국에선 스스로를 잘 어필하는 것도 능력이라는 점을 깨달았어요. 외향적인 저로서는 ‘여기 나랑 좀 잘 맞는다’고 생각했죠. 적극적인 면은 분명 포수라는 포지션에서도 장점으로 통하죠. 의사소통 능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포지션이니까요.대표팀 훈련을 할 때도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려고 많이노력해요. 투수뿐 아니라 모든 포지션의 선수에게 안정감을 주는 포수는 늘 필요하니까요. 미국에서는 취업 준비를 하면서 영어 공부를 했던 게 많이 도움이 됐어요. 세계 각국 선수들의 공을 직접 받아본 경험도 특별했겠어요. 일단 신체 조건부터가 아시아 선수들과는 차원이 달라요, 보기에는 약간 둔한 듯하고, 운동을 잘 못할 것 같아도 실전에 들어가면 파워도, 스피드도 대단하다 싶어요. 또 ‘이번에 삼진을 당하더라도 다음에 홈런 치면 된다’는 당당한 마인드가 인상적이었어요. 진짜 마음은 어떤지 몰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약해 보이지 않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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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아웃 직전 한 인터뷰에서 “준비한 걸 다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 적 있었어요. 실제로 후회 없이 해냈다고 생각하나요? 이미 지나간 건 후회하지 않는 편이에요. 게다가 지난 몇 달간 야구 인생에 가장 많은 훈련을 했던 것 같아요. 하루에 300-400개씩 배팅볼을 쳤어요. 그런 시간이 쌓여서 자연스럽게 자신감도, 컨디션도 많이 올라온 상태였어요. 덕분에 잘 보였다면 만족해요. 최종 드래프트를 앞두고 어떤 기분인가요? 처음 지원했을 땐 이게 얼마나 역사적인 일인지 실감이 잘 안 났어요. 그런데 직접 미국에 가서 테스트에 참여하면서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기회라는 걸 알게 됐죠. 야구를 계속해서 즐기고 있는 거네요. 경기장에 서면, 저뿐 아니라 모두가 야구를 정말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야구는 다른 종목보다 실패를 많이 하는 스포츠인데, 그 안에서 작은 성공을 거뒀을 때의 쾌감이 너무나도 커요.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아도 나만 아는 성취도 마찬가지고요. 우리 팀원의 성장을 볼 때도 야구를 더 사랑하게 돼요.

사진

박재영

헤어·메이크업

강현경

스타일리스트

이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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