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한국적인 건축은 팝업 스토어? 하이퍼스팬드럴 전재우 #뉴헤리티지

이 시대의 작가들은 과거를 복원하지 않는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전통을 재정의해가는 창작자, 전재우에게 물었다. 그가 생각하는 ‘뉴 헤리티지’는 무엇인가?
BY 에디터 김초혜 | 2025.11.03
전재우 작가의 작품
위_<이케아 BOOTLEGS>, 2025. 아래_세종시 국립도시건축박물관 마당 국제설계공모 당선작 <렉산아 넌 무엇이 되고 싶니?>, 2025.
CHON JAE WOO (b. 1990) 전재우는 하이퍼스팬드럴이란 이름으로 영구 건축과 임시 건축을 실험하는 작업을 한다. 누구나 가진 테이블, 흔한 플라스틱 판재, 도시의 자투리 공간처럼 짧고 가벼운 것들로 공간을 짓는다. 작가의 작업은 팝업과 설치처럼 사라질 것을 전제로 하지만, 그 순간은 강렬하게 기록되고 공유된다. 사람들은 작품 앞에서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들고, 이미지로 저장하며 다시 확산시킨다. 유산을 오래된 기억이 아니라 지금이 도시의 감각으로 설계하고, 흔적으로 남기는 방식. 전재우는 도시를 고치려 드는 대신 지금의 속도에 응답하며 잊히지 않는 작품을 전한다.
전재우 작가의 작품
<서울시립미술관 양해바랍니다 협조부탁드립니다 불편을끼쳐죄송합니다>, 2024.
도시 곳곳에서 흔히 보이는 표지판을 미술관 앞마당에 옮겨 놓았다. “이게 작품일까, 진 짜 공지일까?” 관객을 헷갈리게 하며 일상 언어와 미술관 권위 사이의 긴장을 연출한다.
전재우 작가 이미지
전재우 작가
하이퍼스팬드럴은 내가 속한 하이퍼스팬드럴 종합건축서비스는 건물을 짓는 회사이고, 하이퍼스팬드럴은 순간을 짓는 브랜드다.전자는 전통적인 건축 설계, 인허가, 시공 같은 영구 건축을 다루고, 후자는 건축적 개념을 바탕으로 굿즈, 전시, 팝업, 설치, 페스티벌 등의 임시 건축을 실험한다. 스팬드럴(Spandrel)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구조상 남게 되는 건축의 애매한 틈을 뜻한다. 아치와 벽사이, 계단 밑 자투리 공간처럼. 우리는 그런 주변부, 부산물, 예상밖의 틈에 주목한다. 주인공이 아닌 조연 즉 계획되지 않았던 공간에서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다. 나의 작업은 캐나다 이민을 시작으로 유럽, 미국, 중국을 거쳐 2020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일반적으로 건축가는 건물을 짓는 사람으로 인식되지만, 내 집 마련조차 어려운 시대에 건축은 더 이상 영구 구조물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지금은 당일치기 여행, 한정판 굿즈, 페스티벌처럼 짧고 강렬한 경험이 더 큰 가치를 갖는 ‘경험 소비’의 시대다. 이러한 맥락에서 하이퍼스팬드럴은 건물이 아닌 순간을 설계하는 건축을 지향한다. 팝업, 콘서트, 임시 구조물처럼 짧은 시간만 존재하지만 오히려 더 강렬하게 기억되는 형식을 띠고 있다. 특별한 순간은 SNS 이미지, 굿즈, 영상 등으로 기록되고, 그 흔적 자체가 오늘날의 새로운 건축 방식이 된다. 나에게 뉴 헤리티지란 사라질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들이 남기는 흔적과 기억. 한국 건물의 평균 수명은 3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서구 건축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이 800년을 버티는 동안, 서울 강남의 빌딩은 3번쯤 갈아엎어졌다는 뜻이다. 영구히 남는 건축보다 철거와 갱신을 반복하는 과정 자체가 오히려 우리 도시 풍경을 규정한다. 그렇다면 임시 구조물, 팝업, 콘서트 같은 이벤트성 건축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짜 유산이 아닐까. 그 휘발성에 기반한 비영구성이 오늘날 우리가 공유하는 가장 현실적인 뉴 헤리티지다. 작업할 때 하는 고민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기록하고 싶어질까?’에 대한 생각이다. 설치는 곧 해체되지만, 누군가의 스마트폰 속 이미지, SNS 피드, 굿즈로 남는다면 그것이 오늘날 건축의 새로운 수명이 된다. 짧지만 강렬한 경험을 어떻게 오래 기억되게 할 수 있을지, 그것이 주요한 과제다. 전통적인 건축은 무겁고 진지해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가볍지만 무게감 있는 것, 재밌지만 생각하게 만드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한다. 일상에서 재발견한 한국적인 장면은 진짜 한국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지점은 ‘재건축’에 있다고 본다. 한국은 건물을 소모품처럼 여긴다. 필요하면 과감히 허물고, 새로 짓는다. 이렇게 덧없지만 강렬한 태도 자체가 한국 건축의 DNA이자 유산이다. 서울과 부산 같은 도시는 영구적인 것보다 가변적이고 임시적인 것으로 채워진다. 이 불안정하지만 유연한 태도야말로 현대 한국 건축의 전통이며, 서울이란 도시가 독특한 매력을 지니는 이유다. 하이퍼스팬드럴은 이 시간 감각을 새로운 건축 포맷으로 확장하려 한다. 앞으로 공간 경험으로 풀어내고 싶은 프로젝트는 ‘워터밤’과 같은 대중 페스티벌은 일시적이지만 반복되며 집단의 기억에 남는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새로운 유산, 즉 뉴 헤리티지로 볼 수 있다. ‘코첼라’나 ‘버닝맨’ 등의 해외 사례에서는 이미 건축가가 참여해 거대한 설치물과 임시 도시를 기획하며 관객 경험을 공간적으로 구현해내지만, 한국에서는 공연 기획, 시공, 마케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중간 설계자’의 역할이 아직 비어 있는 상태다. 이제는 단순한 무대 장식을 넘어 관객의 전체 경험을 건축적으로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티켓 판매율을 높이는 인증샷 명당, 협찬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녹아든 설치물, F&B 및 굿즈 판매를 극대화하는 공간구성, 그리고 페스티벌 이후에도 소장 가치를 지니는 굿즈 디자인까지. 모두 수익성과 맞닿은 공간 전략으로 연결된다. 이렇게 고도화된 경험 설계는 강렬한 순간을 오래 기억되게 하며, 짧지만 깊은 인상을 남기는 동시대 건축의 새로운 역할이자 가능성으로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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