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라는 세계 #운동하는여자

80×60cm. 고작 1평 남짓한 요가 매트 위에서 찾은 자유와 행복.
BY 에디터 김초혜 | 2025.11.28
WRITER 최은정 영화 산업에 종사하다가 지금은 프리랜스 영상 PD로 일하며 요가 지도자 과정을 밟고 있다.
요가라는 세계
처음 요가원에 가던 날, 입구에 붙어 있던 요가 예절 3가지. 1. 수련 중 핸드폰 무음, 2. 수련 시간 엄수, 3. 타인의 매트를 밟지 말 것 다른 건 당연해 보이는데 마지막 규칙이 좀 의아했다. 어쩌다 살짝이라도 매트를 밟으면 안 되는 건가? 어차피 매트 뒤쪽은 발만 닿는 부분인데. 하필 그날은 좁은 공간에 20명이 넘는 사람이 빽빽하게 매트를 깔고 앉아 있었다. 화장실이나 탈의실을 가려면 촘촘히 깔린 매트 사이를 겨우겨우 피해 다녀야 하는 일이 피곤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지금, 각자의 매트가 얼마나 신성한 공간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180×60cm의 고작 1평 남짓한 공간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수없이 호흡하며 구르고 넘어지며 단단해진 각자의 시간들. 그 땀의 시간이 녹여진 매트는 한 사람의 요가 세계가 담겨 있는 무엇보다 소중한 공간이란 걸 깨달아버렸다. 요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체지방량 평균 이상에 골격근량 평균 이하인 전형적인 허약형 체질. 몸에 근육이라고는 씹는 운동을 하는 저작근밖에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운동을 싫어하던 나였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체육 시간에는 양호실을 찾았고, 점심시간에 친구들끼리 모여 하는 피구도 싫었다. 뭐든 땀이 나는 건 질색이었다. 그래도 허약형에 마른 비만형 체질이라는 진단을 받고 나니 싫든 좋든 운동을 하기는 해야겠다는 마음이 일었다. 과격한 운동은 싫으니까 요가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간판에 ‘몸과 마음을 만들다’라고 쓰여 있는 따뜻한 요가원을 찾았다. 상담도 없이 네이버 예약을 통해 맞는 시간대 수업의 1회 체험권을 끊었는데 그게 하필 아쉬탕가 시간이었다. “처음 오신 분은 혹시 전에 요가를 해보셨나요?” 선생님의 질문에 가끔씩 여행 다니며 듣던 원데이 클래스나 호텔에서 하던 아침 요가를 떠올리며 그렇다고 했다. 그리고 혹시 샤워 시설이 있냐고 묻자 선생님은 조용히 웃으셨다. 요가원을 둘러보니 매트 보관대와 작은 탈의실 말고는 빈 방처럼 아무것도 없었고 7월 한낮의 무더위에 에어컨조차 꺼져 있었다. 시작하기 전부터 혹시 더우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땀이 많은 편이 아니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요가가 시원한 스트레칭 정도일 거라고 짐작하고 온 나에게 아쉬탕가는 매 순간 충격이었다. 아쉬탕가는 정해진 순서에 맞춰 한 호흡에 한 동작 씩 이어나가는 전통 요가다. 유연성은 물론 팔과 코어의 힘, 근력이 필요한 동작이 많아서 호흡과 함께 제대로 수련하면 금세 열이 오를 정도로 강도 높은 수련이기도 하다. 수련 시간이 되자 모든 사람이 매트 앞에 서서 합장을 하고 눈을 감았다. 매트 위에 앉아 있던 나도 눈치를 보며 따라 일어섰다. 왠지 모를 엄숙한 분위기에 옆 사람 호흡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해지니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옴 찬팅으로 시작하겠습니다.” ‘그게 뭐죠?’ 물을 새도 없이 낮고 깊은 진동 같은 울림이 실내를 가득 채웠다. 나는 실눈을 뜨고 사람들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모두 두 눈을 감고 입술을 닫고 옴-소리를 내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나, 운동하러 온 건데 잘못 온 건가? 평범한 요가원이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산스크리트어 구령은 더 당황스러웠다. 마시는 숨에 두 손 위로 우르드바하스타아사나, 내쉬는 숨에 정강이 사이로 이마를 가져가며 웃타나사나, 다시 마쉬는 숨에 허리 펴고 아르다웃타나사나, 내쉬는 숨에 내려가서 차투랑가단다아사나… 각각의 동작에 대한 설명도 없이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구령 소리에 열심히 눈으로 앞에 선 숙련자들을 보고 따라 했지만 제대로 완성한 동작은 없었다. 어떤 동작은 시도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힘들어 보였고 비슷하게 흉내낼 수 없을 만큼 어려워 보였다. 산스크리트어 구령이 외계어처럼 들리긴 했지만 고고하게 동작을 이어나가는 숙련자들처럼 나도 처음에는 어색하지 않은 척 애써보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호흡이 단단히 꼬이며 숨이 가빠졌고 나중에는 요가원에 거의 내 소리만 들릴 정도로 숨소리인지 곡소리인지 토하듯이 신음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불만을 가질 틈도 없이 1시간 수업은 빠르게 흘러갔고 수업이 끝나갈 때쯤에는 온몸이 땀으로 샤워한 듯 젖어 있었다. 내 생애 실내 공간에서 그렇게 많은 땀을 흘려본 건 처음이었다. 속도를 조절해가며 타던 러닝머신과는 차원이 달랐다. 땀샘이 열리고 땀구멍이 커진 것처럼, 매트가 미끄러울 정도로 내 몸은쉴새 없이 땀을 뿜어냈다. 정신없는 1시간이 흘러가고 드디어 내가 아는 유일한 아사나 이름이 나왔다. 매트 위에 편안하게 누워서 사바아사나! 그날 나는 몸이 땅속으로 꺼지는 것 같다는 말이 무엇인지 완전하게 이해했다. 가쁜 숨이 진정되고 호흡이 제 속도로 돌아오기 시작하자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몸이 이완되는 것을 느꼈다. 심지어는 땀이 식는데 땀이 났던 피부가 보디로션 바른 것처럼 촉촉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바아사나는 온몸에 흐르는 에너지를 느끼며 잠에 빠져들지 않고 의식을 온전히 깨워내야 하는 어려운 자세다. 보통 수련 마지막에 이 자세를 취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잠에 든다. 나도 3분 남짓한 시간을 누워 있으니 어느새 의식이 사라지고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가 청명하게 울리는 싱잉볼 소리에 기분 좋게 의식이 돌아왔다. 다시 매트 위에 바르게 앉아 두 손을 가슴 앞으로 합장하고 두 눈을 감았다. 시작처럼 옴 찬팅을 하는데 처음보다 분명히 깊어진 울림을 느꼈다. 이어서 샨티-샨티-샨티- 하고 평화를 의미하는 만트라를 부른 후 수련이 끝났다.
최은정 이미지
요가원 밖으로 나오니 살짝 멍해졌다. 새로운 세계를 만난 것 같은 느낌. 말로 설명하기 힘든 에너지가 몸 안에 가득 차오르는 듯한 기분. 땀에 절은 채 집에 돌아오는데 이상하게 찝찝하지가 않았고 상쾌했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같기도 하고 묘한 해방감까지 느껴졌다. 그때였다. 왠지 이러다가 평생 요가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부터 나는 아침저녁으로 하루 3시간씩 요가원을 찾았고, 빳빳한 코팅으로 미끄럽던 매트가 손때를 타고 길들여질 때까지 수련했다. 아무리 피곤하고 귀찮은 날이라도 요가를 하는 시간은 하루 중 가장 신성한 시간이었다. 세 달쯤 지나자 없던 근육이 생기면서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 자세들이 돼기 시작했다. 아쉬탕가 시간에도 땀이 별로 나지 않았다. 별다른 식이요법을 하지 않았는데 체지방률도 표준 이하로 떨어졌다. 조금씩이 쌓이면 이런 결과가 나오는구나. 엉성하더라도 천천히 꾸준히 하니까 점점 완성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요가로 경험하게 됐다. 이때부터였다. 요가원을 가는 게 신나게 느껴진 것이. 그렇게 즐겁기만 한 요가 생활을 이어 나가던 중 짐을 챙기고 나서려는데 선생님이 조용히 물으셨다. 오늘 수련이 힘들었냐고. 나는 별로 힘들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제 저도 어느 정도 숙련자 반열에 오르지 않았냐’고 되묻고 싶은 마음을 숨기며 여유 있는 웃음을 지어 보이자 선생님은 그렇다면 수련을 잘못하고 있는 거라 말했다. 충격적이었다. 잘못하고 있었다니? 처음에 꿈도 못꾸던 자세들을 이제 카운트를 꽉 채워 버티기까지 하니 잘하고 있다 생각했다. 왜 처음처럼 땀이 나지 않는지 생각해보라는 말씀이었다. 열심히 해서 실력이 늘었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의구심밖에 들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그날 수련을 복기했다. 혹시라도 넘어질까 봐, 구를까 봐, 미끄러질까 봐 힘쓰지 않았던 자세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순서가 오면 힘을 온전히 쓰지 않고 안전하게만 하려고 했다. 내 아사나 완성도가 60이라면 나는 100이 되기 위해 100%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80 정도를 위해 50%의 힘만 쓰고 있었다. 이 정도로만 해도 되겠지 하면서. 그러니까 그 생각은 사실 완전히 틀린 것이었다. 열심히 해서 실력이 늘었고 땀이 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땀이 날 정도로 열심히 하지 않았으니 실력이 늘지 않았던 것이다. 주변에서 왜 그렇게 요가를 열심히 하냐는 질문을 들으면 좋아서, 몸이 변해서, 마음도 단단해져서… 대답할 말이 차고 넘치게 많았다. 그런데 왜 요가를 힘들게 해야 하냐는 말에는 나도 의문이 많았고 답을 하기 어려웠다. ‘Yogash chitta vrtti-nirodha’. 요가는 요동치는 마음의 활동을 잠잠히 하는 것. 요가 경전 첫 장에 나오는 요가에 대한 정의다. 요가의 목적은 우리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끊임없는 작용을 조절하고 제어하는 데 있다는 말이다. 여러 가지로 갈라지는 생각을 한데 모아 집중하는 연습, 고통스러움 속에서 호흡을 고르며 편안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연습,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며 마음을 다스리는 연습을 통해 우리는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안 힘든 요가라 해서 요가가 아닌 것은 아니지만 요가의 근본은 고행과 수행을 통한 해탈에 목적이 있다. 그러니 어쩌면 요가원을 간 첫날, 하필 아쉬탕가를 듣게 된 건 운명 같은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누군가 “겨우 요가 정도가 뭘 그렇게 대단하게 인생을 바꿨느냐”고 묻는다면, 뾰족하게 할 말은 없다. 요가를 한다고 집세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의 변화는 주변 사람들이 먼저 알아본다. 요가를 궁금해하던 친구들이 하나둘 수련을 시작하더니, 이제는 열 손가락을 채울 만큼 늘었다. 호기심으로 시작했든, 단단한 각오로 시작했든, 매트 위에서 함께 호흡하고 수련해나갈 친구가 늘어난다는 건 기쁜 일이다. 혹여나 바쁜 일상에 치여 수련을 쉬게 되더라도 나는 이제 요가를 알기 전의 삶으로는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저 매트 위에 서 있는 정도밖에 못하는 날까지 계속 요가를 수련해나갈 것이다. 그것이 내가 찾은 자유와 행복이니까.

피처 디렉터

김초혜

최은정

아트워크

이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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