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72시간 소개팅>을 만든 사람들 #유규선 #원의독백

<72시간 소개팅>은 단순한 연애 프로그램이 아니다. 블랙페이퍼 대표 유규선과 크리에이터 ‘원의 독백’ 임승원이 함께 바라본 세상 속 ‘사랑’을 시각화한 이야기이다.
BY 에디터 김화연 | 2025.11.27
‘여기 어때’의 유튜브 채널 ‘때때때’에서 연재되는 연애 다큐 리얼리티 <72시간 소개팅>. <소년소녀, 연애하다 > <솔로동창회 학연> 등 연애 프로그램을 다수 기획하고 과거 유병재의 매니저로 우리에게 익숙한 블랙페이퍼 유규선 대표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특유의 영상미로 사랑받는 크리에이터 ‘원의 독백’ 임승원이 연출을 맡았다. 보통의 연애 프로그램과는 다른 보법으로 전개되는 이 프로그램은 ‘힐링 연프’라 불리며 인기를 얻고 있다.
블랙페이퍼 대표 유규선과 크리에이터 ‘원의 독백’ 임승원
둘의 첫 만남도 운명적이었나요? 규선 병재가 어느 날 촬영을 마치고 와서는 “천재가 있다”며 ‘원의 독백’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사실 병재가 그런 식으로 뒤늦게 천재를 발견했다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어요. 그런데 원의 독백 영상은 달랐어요. 첫인상이 ‘잘한다’는 기준을 넘어섰거든요. 그래서 바로 밥 한번 먹자고 연락했죠.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졌어요. 또 귀엽잖아요. 하하. 저는 생각은 날카로운데 인간적인 면이 있는 사람들을 좋아하거든요. 언젠가 꼭 함께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승원 유규선 대표님 집에서 처음 만났어요. 유병재 형님과 함께 식사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고요. 아직도 기억나는 게 있어요. 대표님이 ‘이런 걸 해보고 싶다’고 언급했던 게 있는데, 대표님의 콘텐츠는 아니었지만, 나중에 비슷한 형식의 콘텐츠가 실제로 나왔고 굉장히 잘됐어요. 그때 속으로 ‘감각이 좋은 분이구나’ 하고 감탄했죠. <72시간 소개팅>의 시작도 궁금합니다. 규선 새로운 프로젝트로 ‘여행’을 테마로 한 콘텐츠를 기획해보자는 이야기가 내부적으로 나왔어요. ‘어떤 걸 해야 좋을까’ 고민을 하던 중 <비포 선라이즈> 영화가 떠오르더라고요. 혼자 여행하다 보면 운명의 상대가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괜히 하게 되잖아요. 그게 출발점이었어요. 기획이 확장돼 ‘여기 어때’에 <72시간 소개팅> 기획을 제안했고 성사됐어요. 좀 색다른 화법을 구사하는 PD와 작업하고 싶었는데, 딱 승원이가 생각이 났죠. 승원 제안받고 나서 제 머릿속에 영화 <비포 선라이즈> 만 남았어요. 저는 한 번 꽂히면 몰두하는 스타일이라 초반 구성 단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도 있었어요. 아무래도 영화가 아니라 연애 프로그램이니까 예능적인 요소가 필요하잖아요. 제가 그 점을 간과했던 거죠. 하지만 서로 조율해가는 과정도 재미있었고, 그 속에서 우리만의 장치들도 생겼어요. 예를 들어 기내 방송처럼 들리는 인터뷰 음향이나 자료 화면을비행기 창문 프레임 안에 넣는 구성 같은 것이요. 결과적으로 더 잘된 것 같아요. 원래 있다가 사라진 예능적 요소도 있나요? 규선 시작과 끝의 대비를 좀 더 명확히 하고 싶었어요. 여행 내내 편한 옷을 입다가 마지막 날 슈트 차림으로 나타나는 영화의 느낌처럼 최종 선택 때는 ‘드레스 업(Dress Up)’을 하게 하고 싶었죠. 또 눈치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프로그램에 ‘비상 연락망’ 이라는 장치가 있었어요. 각자 제일 가깝다고 생각해 적어 낸 지인과 통화하며 서로에 대한 힌트를 얻는 방식인데, 갑자기 제3자의 목소리가 등장하니 몰입을 방해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회차를 거듭할수록 점점 덜어냈어요. 제작하면서 유동적으로 바뀌는 부분이 많았네요. 규선 원래 제목이 ‘Check in Love’ 였어요. 승원님이 기억할지 모르겠는데 그래서 처음에는 모든 출연자가 비행기, 기차, 자동차 같은 이동 수단에서 만나는 거였어요. 어쨌든 여행에서 이동 수단은 필수적이기도 하고, 그 이동 수단에서 갑자기 옆에 앉은 사람과 여행을 하게 되는 콘셉트가 좋았어요. 그런데 첫 촬영을 하고 나서 제작진이 그렇게 첫 만남을 가져야만 하는 구성을 서사에 한계가 생기는 것 같다고 아쉬워하더라고요. 반면에 제한된 시간을 두 사람이 보낸다는 콘셉트는 서로에게 울림을 주는 키워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운도 남고. 그래서 제목과 형식을 바꿨어요. ‘Check in Love’ 타이틀 디자인이 다 나온 상태였는데. 하하. 이게 우리 팀의 장점인 것 같긴 해요.
크리에이터 임승원
크리에이터 임승원
<72시간 소개팅>을 보는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있죠. 도대체 이렇게 매력적인 출연자를 어디서 섭외했어요? 승원 말 그대로 ‘길거리 캐스팅’도 있었어요.(웃음) 촬영을 위해 공항에 갔는데, 갑자기 키 크고 잘생긴 분이 다가와 인사를 하는 거예요. ‘원의 독백’ 구독자라면서요. 그때는 속으로 ‘우와 잘생겼다’ 하고 넘어갔는데, 나중에 계속 생각나더라고요. 그래서 인스타그램을 수소문해 DM을 보냈는데 답장이 왔어요. 그분이 상열 님이에요. 규선 저희 프로그램 보신 분이면 아시겠지만 상열 님은 이렇게 대중에게 노출되는 것을 즐기는 스타일은 아니시거든요. 정말 팬심으로 승낙해주셨죠. 출연자를 섭외할 당시엔 ‘때때때’ 채널이 개설되기 전이어서 더 힘들었어요. 심지어 제 개인 계정으로 연락하기도 하고, 지인들한테도 물어보고, 작가님들도 엄청 고생하셨죠. 도저히 섭외가 안 될 때 마지막 수단으로 사전 인터뷰를 하러 오신 분들한테도 추천을 부탁드리고 그랬어요. 영서 님이 채원 님을 통해서 추천받은 분이에요. 하하. 정말 꼭 서로에게 맞는 사람을 매칭하고 싶었거든요. ‘무조건 커플이 돼야 해’ 이런 마음이 아니라 두 사람을 한 프레임에 담았을 때 결이 맞는 모습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연인으로의 모습이 나오면 좋고, 그게 아니더라도 친구 혹은 여행 메이트로의 모습으로요. 사전 인터뷰에서는 보통 어떤 이야기를 나누나요? 승원 ‘로맨틱한 사람인가 아닌가’를 중요하게 봤어요. 여기서 ‘로맨틱’은 사랑의 로맨틱이 아니라 삶을 로맨틱하게 바라보는 태도에 가까워요. 그런 분이 더 잘 몰입한다고 생각했어요. 좋아하는 영화, 선호하는 취향 같은 것을 집요하게 질문하기도 했어요. 또 삶에 감사하는 포인트도 많이 물어봤죠. 규선 그리고 여행 다녀온 이야기를 할 때 물가가 싸고, 풍경이 예쁘다는 식의 단순 정보 나눔이 아니라 내가 무슨 감정으로 여행을 했고, 어떤 사람을 만났다는 식으로 풀어내시는 분들이 있어요. 이렇게 여행을 인생의 한 장면처럼 설명하시는 분들에게 좀 관심이 가더라고요. 기억에 남는 인터뷰도 있나요? 승원 현웅 님. 질문에 길게 답하면서 신나게 이야기하시는데, 그 모습이 소년 같았어요. 그런 감성이 제가 말한 ‘로맨틱’과 맞닿았다고 느꼈어요. 각 출연자를 매칭하는 방식도 궁금합니다. 규선 현웅님을 보면서 <슬램덩크>의 강백호가 떠올랐어요. 멋있지만 연애는 서툰 느낌? 그렇다면 만화 속 러브라인 대상인 ‘소연이를 찾아봐야겠다’ 같은 식이었죠. 그리고 두 사람의 캐릭터가 겹치지 않을 때 오히려 대화가 재미있어지 잖아요. 서로 다른 세계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기는 리듬이 소개팅에서는 중요하다고 봤고요. 또 수민 님이 걸어온 길을 들었을 때 범중 님과 함께 한 사전 인터뷰가 떠올랐어요. 선배가 걸어온 길을 후배가 걷고 있는 느낌이랄까? 꿈과 목표에 관한 대화가 흥미로울 것 같아 매칭했어요. 실제로 두 분이 그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더라고요.
출연자들이 자신을 상대에게 소개하기 위해 직접 작성하는 여행 다이어리.
출연자들이 자신을 상대에게 소개하기 위해 직접 작성하는 여행 다이어리.
촬영 방식도 일반적인 연애 프로그램과 많이 다르더라고요. 규선 최대한 멀리서 찍고, 대화 중에는 개입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카메라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니 제작진 수도 줄였고요. 카메라 감독님은 3명, 촬영 인원은 10명 내외였어요. 첫 여행에서는 어느 정도 동선을 정했는데, 이후에는 하고 싶은 대로 움직이게 했어요. 그래서 못 찍은 부분도 많고 흔들린 컷도 많아요. 그런데 승원님이 그런 컷도 잘 활용하시더라고요. 승원 그런 것은 방송 용어로는 ‘사고’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몰랐어요. 모르니까 할 수 있는 과감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실제로 못 찍은 것도 많아요. 연애 프로그램에서 첫 만남을 찍을 때 그들의 표정을 주로 담잖아요. 서로를 향한 첫 느낌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촬영하기 위해선 카메라가 많이 붙어야 하거든요. 저희는 가까이 갈 수 없다는 원칙이 있으니까 영서 님과 현웅 님의 첫 만남을 측면에서만 촬영했어요. 영상에서 두 분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지만 대신 전체 구성을 떠올렸을 때 둘 사이의 이야기가 잘 전해지더라고요.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해요. 규선 촬영 중에 출연자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사전에 정말 많이 연습했어요. 홍대 지하철역 같은 곳에서 제작진이 걸어가면, 멀리서 그들의 표정과 장면을 잡는 연습을 했어요. 마치 운동선수처럼 반복해가면서요. 또 제작진 수도 적다 보니 출연자들과 금방 라포가 형성됐고, 어느 순간 저희를 그림자처럼 느끼시더 라고요.
<72시간 소개팅> 프로그램 내 최종 선택의 상징인 그린, 레드 티켓.
<72시간 소개팅> 프로그램 내 최종 선택의 상징인 그린, 레드 티켓.
유튜브 영상 설명란 속 AI 코멘트도 이 콘텐츠의 ‘킥’이죠. 규선 보통 영상 설명란을 크게 활용하지 않잖아요. 타임코드나 음악 정보 넣는 정도죠. 저희는 그 대신 AI에 영상 속 두 사람의 감정, 이들의 연애 관계의 가능성을 분석하게 했어요. 연애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은 사실 출연자들이 이어지는지 아닌지를 제일 궁금해하잖아요. 그 관계성에 대한 해석을 AI가 알려주면 흥미로운 포인트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맞으면 좋고 틀려도 괜찮지 않나 싶었어요. 틀리면 틀린 대로 ‘얘는 AI여서 못 읽는 그 인간의 감정이 있구나’로 해석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실제로 AI 툴을 활용해서 작성하는 건가요? 규선 네.(웃음) AI에 영상 속 두 사람의 대화를 받아 적은 스크립트를 줘요. 물론 한 번에 통찰력 있는 멘트가 나오는 건 아닌데, 영 아닌 것 같으면 혼도 내면서 완성하죠. 어떻게 혼내요? 규선 자세히 좀 봐줘 좀! 하하. AI와 씨름하며 만들긴 했지만, 어쨌든 저희가 입력한 데이터를 베이스로 분석해주는 거잖아요? 때때로 저희의 해석보다도 더 그들의 미묘한 감정선을 잘 보는 것 같기도 했어요. 승원 되게 재미있었던 게 어떻게 보면 저희 프로그램은 인간적인 감정과 인간적인 순간들의 기록이잖아요. 그것을 AI가 해석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주관적인 감정이 수치화되더라고요. 그래서 출연자들의 감정이 우리만의 착각이 아니라 데이터로도 알 수 있듯 정말 의미가 있고 좋은 느낌이었다는 인상을 받았죠. 규선 기억에 남았던 코멘트 중 하나는 “이걸 보고 인간의 사랑을 어느 정도 이해할 것 같아”는 말이에요. 그걸 듣는 순간‘이 자식이 어떻게 이런 것까지 느꼈지’ 정말 기특하더라고요. <72시간 소개팅>을 정주행하는 이들에게 ‘이건 놓치지 마라’는 포인트가 있다면요? 규선 승원이가 영상 속 챕터 소제목을 정말 공들여 써요. 구간의 마지막 메시지가 되기도 하고, 앞선 이야기의 복선을 회수하는 역할을 하기도 해요. 그걸 따라가면 더 풍성하게 보실 수 있어요. 승원 말 자막에 집중하다 보면 출연자들의 눈빛이나 사소한 제스처를 놓치기 쉬워요. 저는 외국 영화 볼 때 가끔 자막을 꺼놓거든요. 그런 디테일을 찾기 위해서요. 저희 영상을 보시는 분들도 그렇게 즐겨주셨으면 해요.
블랙페이퍼 유규선 대표
블랙페이퍼 유규선 대표
대표님은 다양한 연애 프로그램을 연출하셨잖아요. 스스로 생각했을 때 연애 장인이신가요? 규선 아니요. 늘 미지의 영역이라고 느껴서 자꾸 관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A와 B가 합쳐지면 뭐가 나올지 모르는 게 연애 잖아요. 콘텐츠적으로 진짜 무한하다는 생각이기도 했고요. (동석한 상은 이사) 저희한테는 전문가라고 하셨잖아요! 내가 출연하면 진짜 잘할 수 있는데 하시면서. 하하. 승원님은 ‘연프’에 출연하게 되면 어떨 것 같아요? 승원 저는 경험이 많이 없어서 너무 주변을 의식하느라 잘 못했을 것 같아요. 할 말 못할 말 구별 못 하고. 그러고 나서 집에 와서 괴로워하고. 앞으로는 어떤 이야기를 더 보여주고 싶나요? 승원 아직 결정된 건 없지만 겨울 풍경을 담아보고 싶어요. 로맨틱한 계절이잖아요. 추우니까 서로 더 챙겨주고, 감정이 더 솔직하게 드러나는 순간이 많을 것 같아요. 규선 만약 시즌 2가 있다면 공개 모집하고 싶어요. 또 <72시간 소개팅>이 아니더라도 원 감독과 함께 유튜브에서 롱폼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면 좋겠어요. 빠르게 소비하는 콘텐츠도 재밌지만, 휴가지에서 우연히 보게 되는 1~2시간짜리 ‘유튜브용 영화’ 같은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보거든요. 승원 제가 좋아하는 ‘경차 이론’이라는 게 있어요. 큰 트럭은 들어가지 못하는 골목에 경차는 가잖아요. 여기저기 진입할 수 있는 작은 몸집으로 더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보는, 섬세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콘텐 츠를 계속 만들고 싶어요.

사진

이우정

유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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