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중의 새 항해
각종 글로벌 차트를 휩쓸고 스타디움 공연의 영예를 얻으며 새로운 기록을 써 내려간 에이티즈. 7년을 넘어 제2막을 맞이한 이들의 중심에는 ‘캡틴 홍중’이 있다. 놀라운 성과들을 뒤로하고 새로운 꿈을 꾸며 자신만의 영역을 확장해가는 홍중의 항해는 다시 시작됐다.
BY 에디터 황보선 (프리랜스) | 2025.12.03
코트는 5백9만원대, 모자는 89만원대 모두 Maison Margiela, , 이너는 7만원대 Sunburn Project.,
얼마 전 생일이었죠? 이를 기념해 < Petit Coussin >라는 패션 컬렉션을 선보였어요. 축하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3년 전 파리 패션위크 때 ‘발망’의 ‘올리비에 루스탱’의 작업실에 가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 경험을 통해 저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직접 해보면서 디자이너분들을 더 존경하게 됐어요. 새로운 분야의 일 덕분에 신선한 자극도 받고요.
홍중의 유년 시절, 어머니의 옷 가게에서 뛰어놀던 기억을 담은 패션쇼였다고요.
맞아요. 예닐곱 살 때였는데, 엄마 옆에 앉아 엄마가 하는 말이나 행동을 따라 했던 기억이 있어요. 손님이 오셔서 “이거 얼마예요?” 하면 대답도 하고요. 나중에는 옷을 보관하는 창고가 생겼고, 거길 뛰어다니면서 놀았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해요. 제 놀이터 같은 곳이었죠.

위_아우터는 32만원대, 모자는 26만원대 모두 House Never Dies, 이너와 액세서리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아래_터틀넥은 95만원대 Mugler, 팬츠는 72만원대 Amiri, 액세서리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번 쇼에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었어요?
‘꿈’에 대한 이야기요. 제가 어릴 때 뛰어놀던 어머니의 옷가게는 어머니의 꿈이기도 했고, 저는 가수라는 꿈을 이미 이뤘지만 또 다른 꿈을 꿀 수도 있잖아요. 이번 컬렉션 제목인 Petit Coussin은 ‘작은 쿠션, 베개’라는 뜻이에요. 누구든 꿈을 꿀 수 있는 작은 베개 같은 쇼를 하고 싶었고, 여전히 우리는 꿈을 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으려고 했어요.
의상 스케치를 봤는데, 수준급이던데요?
사실 그림을 정말 못 그려요. 그래도 의상을 제작하는 데 드로잉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어야 이 패션쇼가 설득력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했죠. 제 머릿속에 있는 스토리를 의상으로 표현하는 과정이 가장 재미있었어요. 패션쇼에 쓰는 배경 음악도 모두 직접 만들었고요.
하나의 쇼를 만드는 과정에서 미처 생각지 못한 일들도 있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의상 디자인뿐 아니라 예를 들면 에이전시를 통해 직접 모델을 구하기도 했고요, 제작한 의상을 직접 모델들에게 피팅하기도 했어요. 하나의 쇼가 완성되기까지 안 보이는 곳에서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서 조금 힘들기도 했는데, 그래도 다 끝나고 보니까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레더 재킷과 이너는 모두 가격 미정 H&M×Glenn Martens.
패션쇼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어요?
더 큰 꿈을 꿀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됐다는 코멘트가 가장 좋았어요. 원래 디자인 공부를 했는데 홍중이가 하는 걸 보면서 다시 시작하게 됐다고,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열정이 있던 때를 다시금 떠올려보는 계기가 됐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이 쇼를 본 단 한 명이라도 그렇게 느꼈다면 성공이죠.
유년 시절의 기억들이 지금의 홍중에게는 어떤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제가 굉장히 똘똘하고 착한 아이였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번 쇼의 메시지를 위해 영감을 받고 싶어서 제 어릴 때 영상을 보는데, 정말 말을 안 듣더라고요! 하고 싶은 게 많아서 떼도 쓰고, 개구쟁이 아들이 었어요. 이번 기회에 제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됐고, 그래서 많은 팬분과 사랑을 주고받는 일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사랑이 너무 크고 깊잖아요. 쉽게 생각할 수 없죠!
어머니는 쇼를 보고 뭐라고 하시던가요?
엄마를 놀라게 해드리고 싶어서 몰래 준비했거든요. 당연히 너무 좋아하셨고요, 아직도 매일 아침마다 장문의 메시지가 와요.

재킷은 5백76만원대 Enfants Riches Déprimés, 팬츠는 90만원대 Open YY, 장갑은 1백3만원대 Berluti, 선글라스는 가격 미정 Tomford, 이너와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렇게 큰 사랑을 받고 자란 홍중이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때는 언제예요?
노래 듣는 걸 좋아했는데, 어느 날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듣고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도대체 이런 곡은 어떻게 만들까?’ 하고요. 약간 예술적이라기보다 수학 문제를 풀듯 접근했어요. 그후에는 미디로 음악을 배웠고요.

레더 재킷과 팬츠는 모두 가격 미정 Montsenu, 액세서리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우연히 시작하게 된 음악은 지금 홍중의 삶이 됐어요. ‘빌보드 200’ 1위의 영예를 얻기도 하고, 대형 스타디움 무대에 서기도 했죠. 영국의 오피셜 차트에서 존재감을 빛내기도 하고요.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K-팝 보이 그룹 최초로 출연해 화제였어요. 이런 기록들이 홍중에게는 어떤 의미예요?
좋은 퀄리티의 음악과 무대를 좋은 타이밍에 보여드리는 건 온전히 저희의 몫인데, 그게 세상 밖으로 나와서 ‘기록’이 되기까지 팬분들의 호응과 응원이 꼭 필요하잖아요. 그래서인지 늘 선물을 받는 기분이에요. 팬분들의 선물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부끄럽지 않은 아티스트가 되려고 노력하는 걸 가장 중요하게 여겨요. 아무리 힘든 순간이 온다고 해도요.
가끔은 이런 놀라운 기록들이 믿기지 않는 때도 있죠?
늘 꿈 같은 느낌이 있죠. 작년에 이어 올해 똑같은 스타디움 공연장에 다시 섰는데도 여전히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후반부에 멋지게 터지는 불꽃을 보며 이렇게 생각했죠. ‘우리가 불꽃이 터지는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하다니!’
그러다 다시 현실감이 생기는 순간은?
공연이 끝나고 호텔 방으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를 멤버들과 타잖아요. 텐션이 좋을 때는 장난을 치기도 하고, 어느 날은 모두가 지쳐 있기도 한데, 예전에 저희가 연습실에서 힘들게 연습하고 돌아가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정말 오묘한 감정이 들어요.

레더 재킷과 팬츠는 모두 가격 미정 Montsenu.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 것 같아요? 멤버들과 얘기해본 적 있나요?
저희도 나름 분석을 해봤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아티스트의 성공 요인 중에는 ‘운’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운도 있었던 것 같고요. 다만 에이티즈가 그 운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었던 거죠. 사실 저희 그룹은 외국인 멤버도 없어서 언어나 문화적으로 더 노력이 필요했어요.
홍중이 ‘영어’를 담당하고 있죠?
열심히 공부했어요. 기회를 잡으려고 짧은 시간 안에 치열하게 노력했던 모든 순간을 팬분들이 알아주시는 것 같아요.

레더 재킷과 이너는 모두 가격 미정 H&M × Glenn Martens, 팬츠는 48만원대 House Never Dies, 벨트와 슈즈, 액세서리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전 세계적으로 K-팝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K-아티스트로서 점점 더 ‘한국적인 것’에 대해 고민할 것 같아요.
맞아요. 그래서 ‘코첼라’ 같은 세계적인 페스티벌 무대에 한국의 상징들을 넣었고, 저희가 기존에 발매한 노래 중에는 ‘한국의 멋’을 담은 곡이 꽤 많아요. 그런 멋을 에이티즈 스타일로 해석해서 어떻게 적재적소에 녹이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멤버들에게도, 저에게도 늘 고민인 부분이죠.
이 길이 맞다는 확신과 앞으로 나아가는 동력은 어디에서 얻어요?
계속해서 확신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과정에 있고 이 확신은 팬분들에게도 드리고 싶어요. 앨범이든 콘서트든 저희가 준비한 것들을 보여드리면서도 많은 에너지를 받지만, 그 과정에서 팬분들과의 소통도 또한 정말 소중하거든요. 그리고 멤버들에게 장전돼 있는 눈빛이 있어요. 올해를 보내고 내년에 더 무언가를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크죠. 그런 걸 볼 때 저도 힘을 얻고, 그걸 알아봐 주시는 팬분들이 저희의 동력이에요.

재킷은 95만원대 Undercover, 팬츠는 13만원대 Noirer, 슈즈는 2백20만원대 Christian Louboutin, 액세서리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무사히 7년이 지나고 에이티즈의 제2막이 시작됐어요. 재계약을 7년 하는 그룹은 드물죠. 그 과정에서 ‘캡틴 홍중’의 역할이 있었을 것 같아요.
데뷔 초반에 ‘리더’는 뭔가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재계약 시즌에 멤버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 바뀌었어요. 이제는 제가 무엇을 선택한다기보다 멤버들이 선택하는 걸 책임지는 역할로 변화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앞으로의 7년을 길게 보고 우리 스스로도, 팬분들에게도, 회사에도 확신을 줘서 장기 플랜을 짤 수 있도록 해보자는 의견이 모아졌어요. 이게 잘 안 됐을 때는 제가 뭐든 해서 7년 동안 잘 갈 수 있도록 해보겠다는 이야기를 했었고요.
그 ‘책임’이 두렵진 않아요?
맞아요, 너무 무섭죠. 그래도 오랜 시간 저에게 리더의 자격도 주고 ‘캡틴’이라 불러준 멤버들이니까요. 그 마음에 보답해야죠.

재킷과 이너, 하의는 모두 가격 미정 Comme des Garçons Homme Plus, 슈즈는 1백97만원대 Jimmy Choo.
앞으로의 7년은 어땠으면 좋겠어요?
‘리셋’하는 기분이에요. 내년부터는 멤버들과 다시 처음 데뷔한 마음으로 모든 일에 임해볼 생각이에요.
올해 다시 음원으로 낸 팬송 ‘From(2018)’은 초심으로 돌아가는 버튼 같은 노래라고요.
미국에 한 달살면서 멤버들과 만든 노래가 음원으로 나온 건데요, 그때 기억을 떠올리면서“목소리 진짜 어리다” “내가 이렇게 부르라고 했었는데” 멤버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게 기억나네요.
홍중이 개인적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음악이 있다면?
최근에 EDM을 콘서트의 솔로 무대에서 선보였거든요. 패션쇼를 준비하면서 그쪽에 관심이 더 커졌어요. ‘엠비언스’라고 하는 장르에 대해 더 공부해보고 싶어요.

셔츠와 팬츠, 타이는 모두 가격 미정 YCH, 슈즈는 2백20만원대 Christian Louboutin.
마지막으로 올해 연말 결산을 해볼까요?
‘우수’했다! 긴 투어를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어요. 올해가 에이티즈에게 굉장히 중요한 해였는데, 앞으로의 7년을 설계할 수 있었죠. 팬분들에게 좋은 소식도 알렸으니 멤버들에게도, 제게도 후한 점수를 주고 싶어요.
오늘 인터뷰에서 팬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팬들은 홍중에게 어떤 의미예요?
기분이 울적한 날, 자려고 누웠을 때 팬분들과 소통하는 채팅 창에 쌓인 메시지들을 쭉 읽어보곤 하거든요. 제가 먼저 메시지를 보내지 않더라도 가끔은 팬분들이 제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런 메시지를 보면 힘이 나니까요. 제가 흔들리거나 힘든 순간을 체감하지 못하게 만들어주는 이유 중 하나예요. 아무리 지쳐도 ‘이걸 보여주면 너무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에 힘든 마음이 금세 잊혀요. 7년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해준 팬분들이 있다는 게 여전히 꿈 같아요. 그것도 아주 길고 행복한 꿈이요.(웃음)
사진
장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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