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머니! 뷰티 투자가 돈이 될까?

코스피 지수 5000의 시대. 주식 초보도 투자에 성공할 수 있을까?
BY 에디터 김초혜 | 2025.12.17
뷰티 투자 이미지
WRITER 조성준
10년 차 경제지 기자. 돈과 예술적인 것에 관심이 많다. 저서는 <우울할 땐 돈 공부> <예술가의 일> <계속 그려나가는 마음> <당신이 사랑한 예술가>가 있다.
뷰티풀 머니 시대
“밥 같이 먹어요.” 회사 점심시간에 친한 선배에게 카톡을 보냈다. 단칼에 거절당했다. 급하게 다이소에 다녀와야 한다는 이유였다. ‘다이소를 그렇게 급하게?’ 나중에 물어보니 빠르게 품절되는 상품이라 재고가 있는 걸 확인하고 점심시간을 쪼개 다녀온 거였다. 그 제품 이름이 ‘리들샷’이었다. 이름부터 강렬했다. 주변에서도 리들샷을 애용하는 사람들의 찬사가 이어졌고, 어느 순간 내 손에도 들려 있었다. 선명하게 기억한다. 처음 리들샷을 얼굴에 발랐을 때의 따끔한 촉감을. 그리고 이 제품을 만든 기업 브이티를 검색해봤다. 리들샷 하나로 대박을 터뜨려 경이롭게 성장하는 중이었다. 투자 지표를 신중히 검토하고 브이티 주식을 소량으로 샀다. 그리고 목표 수익률에 도달했을 때 깔끔하게 익절했다. 금액이 많지 않았지만 수익이 났다. “책 읽는다고 돈이 나오냐”라고들 하지만 가끔 나온다. 나는 일상에서 투자 아이디어 찾는 법을 책으로 배웠으니까. 피터 린치가 존 로스차일드와 함께 쓴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이라는 책은 1989년 출간됐음에도 여전히 전설이다. 지금도 대형서점 재테크 서적 매대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전시돼 있다. 피터 린치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매일 접하는 제품과 서비스에서 아이디어를 찾아라.” 그는 실제로 출근길에 사람들이 던킨도너츠에 몰리는 것을 보고 그 회사를 공부해 주식을 샀다. 결과적으로 15배 수익을 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나에게도 습관이 생겼다.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브랜드를 웬만하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도대체 이건 왜 팔릴까?’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잇는다. 매일 사용하는 제품이라면 더 좋다. 뷰티 제품이 여기에 딱 들어맞는다. 최소한 스킨, 로션, 선크림 정도는 매일 바르지 않나. 그 비즈니스 구조를 뜯어보면 생생한 돈의 흐름이 잡힌다.
드러그 스토어 베스트셀러의 비밀
얼마 전 셰이빙 폼을 사러 퇴근길에 올리브영에 갔다. 그런데 계산을 기다리는 줄이 길어도 너무 길었다. 알고 보니 ‘올영세일’ 기간이었다. 매장은 20~30대 여성으로 가득했다. 이제 올리브영은 단순 드러그 스토어가 아니라 삶의 필수 인프라로 거듭났다. 덕분에 올리브영은 K-뷰티 투자 아이디어를 종합 선물 세트처럼 얻기 좋은 장소다. 먼저, 현재 뷰티 시장 특징을 잠깐 짚어보자. 다른 시장과 다르게 뷰티 시장은 중소기업 중심으로 크는 중이다. 2024년 국내 화장품 수출액의 66%를 중소기업이 차지했다. 인디 뷰티 브랜드가 전성기를 맞은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올리브영의 역할이 크다. 올리브영 입점 브랜드 중 연 매출 100억원을 넘긴 곳은 2014년 6군데에서 2024년엔 100군데로 늘었다. 매출 상위 기업 대부분이 중소·중견 뷰티 브랜드다. 올리브영 베스트셀러를 살펴보면 돈의 흐름이 파악된다. 뷰티기기 ‘에이지알’이 대표적이다. 요즘에 주변 사람과 스몰 토크를 하다 문득 “혹시 집에 에이지알 있어요?”라고 물어보곤 한다. 제법 높은 확률로 “있다”라는 답이 돌아온다. 간혹 남자들 중에선 “그게 뭐죠?”라고 되묻기도 한다. “막대기처럼 생긴 얼굴 마사지 기계”라고 설명하면 금세 알아듣는다. 여자 친구 혹은 아내가 사용하는 모습을 봤다는 증언이 쏟아진다. (우리 집에도 있다.) 에이지알을 만든 에이피알은 K-뷰티 신드롬 아이콘이다. 2024년 코스피에 상장했는데, 올해 들어 주가는 400%가량 상승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을 제치고 국내 뷰티 기업 시가총액 1위가 됐다. 억만장자 반열에 오른 30대 CEO 김병훈 대표에 관한 이야기는 성공 신화처럼 다뤄진다. 누군가는 에이지알을 사용하며 일찍이 돈 냄새를 맡았을 것이다. 기기를 쓰면서 미용 효과를 봤을 테고,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 제품을 만든 기업을 조사한 후 투자를 실행해 돈을 벌었을 것이다. 기업의 목적은 인간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데 있다. 그 대가로 돈을 번다. 본인이 크게 만족한 제품이 있다면, 한 번쯤 그 회사를 투자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2시간마다 하나씩 태어나는 브랜드
브이티, 에이피알처럼 메인 플레이어에 관심 갖는 것도 좋지만, 다른 각도에서도 K-뷰티를 뜯어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을 둘러보면 뷰티 인플루언서가 직접 브랜드를 만드는 사례가 흔하다. 작년에 새로 생긴 K-뷰티 브랜드는 5000개가 넘는다. 단순 계산으로 2시간마다 하나씩 탄생한다는 뜻이다. 미친 속도다. 아무리 K-뷰티가 뜨겁다지만,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지금 이 글을 쓰는 중에도 새로운 뷰티 브랜드가 사업자 등록을 마쳤을 수도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ODM(제조자개발생산) 시스템 덕분이다. 한국의 젊은 창업가들은 아이디어와 마케팅 청사진만 있어도 뷰티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 화장품 ODM 기업이 그 아이디어를 실현해주기 때문이다. 전 세계 빅 3 화장품 ODM 기업은 한국콜마, 코스맥스, 인터코스다. 이탈리아 기업 인터코스를 제외한 나머지 2곳은 한국 회사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전 세계가 인정하는 기술력을 갖춘 화장품 제조 기업이다. 예를 들어 ‘마녀공장’ 클렌징 폼 뒷면을 보자. ‘화장품 제조업자: 코스맥스’라는 문구가, ‘달바’ 선크림 뒷면엔 한국콜마가 적혀 있다. 욕실과 화장대 위에 있는 제품 뒷면을 보면 브랜드가 제각각 달라도 아마 한국콜마, 코스맥스 공장에서 만든 화장품이 절반 이상일 것이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이 두 기업의 손길을 피하기 어렵다. K-뷰티 브랜드가 양적으로 급격히 늘고 있지만, 제조 공장은 몇 곳으로 수렴 한다. 전면에서 수만 개의 브랜드가 싸울 때, 후방에서 돈을 버는 기업은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화장품 ODM 위세는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 2024년 한국콜마 매출은 2조4521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코스맥스도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두 회사는 모두 4000개 이상의 고객사를 두고 있다. 이제는 해외 화장품 브랜드도 ‘K-뷰티 콘셉트’로 신제품을 내놓는다. 이 기업들도 한국콜마와 코스맥스에 일감을 맡긴다. 전 세계적으로 밀려드는 주문량을 감당하려 두 기업은 생산 시설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중이다. 한국콜마는 미국에 두 번째 생산 시설을 지어 최근 가동했다. 코스맥스는 동남아 시장을 잡기 위해 태국 공장 신설에 나섰다.
K-뷰티와 주식 시장
최근 파마리서치의 주가 그래프를 보면 경이롭다. 3년 만에 주가가 10배 올랐다. 그런데 이런 기업이 올해 들어서는 주가가 꽤 가파르게 빠졌다. 기업의 성장세가 꺾여서?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반대다. 파마리서치 실적은 최근까지도 상승하는 중이다. 12분기 연속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내년 유럽 22개 국가 수출까지 앞두고 있다. 계속 성장하는데, 주가는 왜 내려갔을까. 올해 6월 파마리서치는 중대 계획을 발표했다.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를 나누는 인적분할 계획을 공개한 것. 쉽게 얘기하면 하나의 기업을 2개로 쪼개는 작업이다. 투자자들은 반발했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주가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인적분할은 투자자입장에선 껄끄럽다. 이 발표 직후 파마리서치 주가는 급락했다. 이미 큰 수익을 거둔 기존 투자자 중 상당수도 ‘이쯤에서 차익 실현을 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판단해 주식을 팔았다. 결국 파마리서치는 인적분할 계획을 철회했다. 뷰티 기업들의 주가가 괜찮은 실적과 상관없이 출렁이는 일은 흔하다. 주가가 실적 상승보다 더 빠르게 미리 치고 나간 경우엔 언제든지 가격 조정이 올 수 있다. 단기간에 너무 뜨거운 관심이 몰린 종목이라면 조심할 필요가 있다. 브이티, 에이피알, 한국콜마, 코스맥스, 파마리서치 외에도 매력적인 K-뷰티 기업은 많다. 앞으로도 계속 쏟아질 것이다. 그렇다고 꼭 이런 K-뷰티 기업에만 투자하라는 법은 없다. 투자의 영역은 넓으니까. 다만 세상을 움직이는 뜨거운 변화에 대해 ‘돈의 흐름’ 관점으로 바라보는 연습만큼은 필요하다. 방법은 거창하지 않다. 올리브영과 다이소 진열대, 욕실 선반 위에서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내가 일상적으로 누리고 있는 것을 구조적으로 뜯어보는 습관, 그리고 무언가를 소비하면서도 ‘그런데 왜 많은 사람이 여기에 돈을 쓰지?’라는 의문을 갖고, 해답을 찾는 연습. 그것 자체가 내가 살아가는 세상을 조금 더 깊게 이해하는 일이다.

일러스트

노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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