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훈의 고요한 움직임
때론 폭발적인 악역으로, 때론 한없이 맑은 연인으로. 자유롭게 캐릭터를 넘나드는 박성훈의 이제껏 본 적 없는 얼굴.
BY 에디터 김초혜 | 2025.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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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아세요? 올해가 100일도 안 남았어요. 와, 촬영할 때는 시간이 빨리 가긴 하는데 올해가 유독 더 빨리 지나간 거 같아요. 저 원래 흰머리 안 난다는 자부심이 있거든요. 그런데 요즘 거울 보면 한두 가닥씩 보이더라고요. 반려견 박스도 올해 12살이에요. 흰 털이 조금씩 보이는데 함께 나이 들어가는구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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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연이어 촬영 중이죠? 작품마다 완전히 새로운 얼굴로 등장하고 있어요. 초견이 좀 좋은 편이에요. 대본을 처음 읽을 때 캐릭터의 말투나 외형 등을 80% 정도 잡아가요. 그래서 연기할 땐 캐릭터를 억지로 만들어낸다기보다는 첫 느낌에서 확장해 레퍼런스를 찾아서 아이디어를 내는 편이거든요. 또 현장에서 배우들과 연기 합을 맞추고, 감독님이 원하시는 부분을 더하면서 만들어가는 게 재미있고요.
<더글로리> <오징어게임>에서처럼 강렬한 캐릭터를 입는 순간 폭발적인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잖아요. 연기하면서 내 장면을 만났다는 직감이 들던가요? 아무래도 평면적인 인물보다 입체적이고 레이어가 다채로운 캐릭터를 연기할 때 즐거움과 성취감이 있어요. <더 글로리>에서 저를 처음 봤다고 말하는 분도 많은데, 사실 저는 제가 그렇게 안 유명한지 몰랐거든요.(웃음) 오래전 같은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들마저 “너인지 못 알아봤다” “아예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는 반응 덕에 보람도 느껴요.
올해 초 촬영을 마친 영화 <열대야> 인터뷰에선 “당분간 악역은 여기까지다”라고 말했어요. 마약 유통책인 만수 역으로 아주 극악무도한 캐릭터를 연기했거든요. 여태까지 맡은 악역 중 손에 꼽힐 만한 캐릭터지만, 본능적으로 이전에 못 보셨던 모습도 많이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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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차기작을 로맨스물을 골랐군요. 한지민 누나의 오랜 팬이거든요. 언젠가 한번 호흡을 맞춰볼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던 차에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 대본을 받았어요. 사실 대본을 보기도 전에 이미 출연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읽어내려 갔던 거 같아요. 요즘 비혼주의자나 딩크족도 많잖아요. 여러 군상이 존재하는데 제 또래의 시청자들이 보면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지금 연기하는 게 의미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딱 지금만 할 수 있는 작품이네요.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시시각각 바뀌는 거 같아요. 하고 싶다가도 모르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결혼에 대해 가장 고민이 많은 시기가 아무래도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아닐까요? 극중 주인공은 저보다는 좀 더 구체적인 꿈을 가지고 있어 상황이 좀 다르지만 공감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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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7년 만에 연극 무대에도 올랐어요. 마침 그 시기에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수소문했죠. 그렇게 평소 좋아하던 김태형 연출의 <빵야>라는 작품에 참여하게 됐어요. 작품이 워낙 훌륭하다는 건 알고 있었고, 제가 맡은 역이 사람이 아닌 ‘총’인 것도 신선했어요. 일본군의 총으로 시작해 남한군과 북한군을 거쳐 나중엔 영화 소품이 되는 구식 소총인데, 주인을 9번이나 바꾸며 시대를 관통하는 존재예요. 대한민국의 뼈 아픈 근현대사를 훑어주는 영리한 작품이었어요. 3시간짜리 작품을 촘촘하게 잘 만들어냈고, 호평 속에 막을 내려서 굉장히 뿌듯한 작업이었습니다.
마약 유통책, 멜로 주인공, 사물 총까지. 박성훈이란 배우가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는 생각이 들어요. 선한 역과 악역을 오가면서 연기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건 배우로서 굉장한 축복이라 생각해요.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다양한 역할을 맡아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누구에게나 이런 기회가 주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감사한 마음으로 배우 생활을 해나가고 있고, 새로운 도전이 즐거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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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쌍화점>으로 데뷔 후 생긴 공백도 즐거운 마음으로 보냈던 걸까요? 맞아요. 하지만 무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간에도 저는 항상 어디선가 연기하고 있었어요. 대학로가 됐던, TV건, 영화 단역이건. 무대에서 연기하는 즐거움으로 지내왔어요. 그 힘든 시간을 어떻게 버텼냐고 물어보는 분도 많은데 저는 한 번도 힘들었던 적이 없어요. 계속 연기를 할 수 있고, 연기 외에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생활이 가능하다는 데 감사했죠. 대학로에 있을 때도 운 좋게 다 양한 역할을 맡을 기회가 많아 재미있었어요.
연기에 대한 끊임없는 갈증이 느껴져요. 일하면서 에너지를 얻는 스타일이라 오히려 쉴 때 더 힘들더라고요. 하루하루 촬영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보람찬 느낌이랄까요. 연기를 꾸준히 해오면서 저와 다른 타인을 이해하는 그릇의 폭이 넓어지는 게 느껴져요. 한 작품 한 작품 해나갈수록 다른 사람들의 입장이나 상황 같은 것을 이해하게 되니까 평소에 화낼 일도 잘 없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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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직 이루지 못한 버킷 리스트가 있어요? 음…. 차기작을 빨리 정하고 싶어요.
벌써요? 아직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 촬영도 다 안 끝났잖아요. 개인적으로 코미디를 엄청 좋아하거든요. 코미디언들에 대한 경외심도 있고요. 요즘도 웃고 싶은 날엔 영화 <롤러코스터>를 꼭 챙겨 볼 정도예요. 제가 유일하게 영구적으로 볼 수 있게 구매해놓은 작품이기도 하고, 정통 코미디를 아직 못 해본 거 같아서 도전해보고 싶어요.

슬리브리스는 가격 미정 Dolce&Gabbana, 봄버 재킷과 울 팬츠는 모두 가격 미정 Loewe,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오래된 꿈은요? 제가 추위를 정말 많이 타거든요. 그래서 날씨가 좋은 계절에는 밖에 나가 드라마나 영화를 찍고, 한겨울에는 대학로 연극 무대에서 연기하며 나이 들어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그렇게 된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연습실과 무대는 난방이 잘 돼 있으니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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