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귀여움 대잔치! 신비한 동물 사전
백제시대에도 귀여움은 존재했다. 백제금동대향로는 국보이자,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금속공예품으로 꼽힌다. 엄숙해야 할 향로에 왜 이토록 사랑스러운 동물들을 새겼을까? 귀여움은 분명 시대를 초월한다.
BY 에디터 김초혜 | 2026.01.06stork
황새

황새가 고개를 돌렸다. 뒤에서 무슨 소리가 났나 보다. 깜짝 놀란 눈동자. 목을 돌려 경계하는 자세가 묘하게 귀엽다. 황새는 학과 생김새가 비슷해서 옛 그림에서도 구분이 어려웠다. 학은 신선이 타는 새이자 천년을 사는 영물로 여겨 구름과 학이 어우러진 운학문을 고려청자에 새겼고 조선 문관 관복의 가슴에도 수놓았다. 황새 역시 부귀와 장수의 상징으로, 행운을 가져다 마을을 지켜준다고 믿었다. 재밌는 건 유럽에서도 황새가 길조였다는 점이다. 19세기 안데르센 동화 덕분에 황새가 아기를 바구니에 담아 온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졌다.
Guardian-hunter
포수

뾰족한 이와 화려한 갈기. 미간엔 산 모양 뿔이 솟았다. 포수는 수호를 상징하는 동물의 얼굴 모양 장식이다. 무덤 석문이나 궁궐 대문, 향로 같은 제기의 문고리에 붙여 악귀를 막았다. 문을 지키는 수호자였던 것. 보통 중국이나 신라의 포수는 무섭게 묘사된다. 이빨을 드러내고 사나운 표정으로 위협한다. 하지만 백제는 달랐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백제인의 믿음이 담겨 있다. 포수가 향로 뚜껑의 테두리를 야무지게 물고 있는 모습을 보라. 장난스럽기까지 하다. 백제의 철학이 오롯이 드러난다. 지킨다고 해서 꼭 무서울 필요는 없다.
Long-tailed beast
긴 꼬리 신수

꼬리가 긴 신수가 물결을 따라 헤엄친다. 장난치듯 여유롭게 유영하는 모습이다. 물에 사는 동물은 민화, 도자기, 장신구에서 자주 등장한다. 특히 2마리가 짝을 이룬 ‘쌍어’ 문양은 조선시대 공예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다산, 화합, 부귀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물고기는 알을 많이 낳아 풍요의 상징이 됐다. 불교에서는 목어처럼 잠들지 않고 정진하는 수행자, 괴로움의 바다를 건너 열반으로 나아가는 중생의 비유로 썼다.
Winged beast
날개 달린 신수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뛰어오른다. 커다란 날개가 펄럭이고, 뒤통수엔 뿔이 솟아 있다. 날개 달린 신수다. 오래전 이야기 속엔 상상의 동물이 많았다. 천마(天馬: 하늘에서 옥황상제가 타고 다닌다는 말), 비익조(比翼鳥: 하나의 눈과 날개만을 지녀 한 쌍이 돼야만 서로 의지해 날 수 있다는 상상의 새), 삼족오(三足烏: 태양 속에 산다는 발이 셋인 까마귀), 날개 달린 사자와 호랑이까지. 이들의 역할은 명확했다. 하늘과 땅을 잇는 매개자이자 왕권과 승천을 상징하는 존재. 1500년 전 장인들은 날개 달린 환상의 존재를 주저 없이 빚어냈다. 그리고 그 존재들은 하늘을 향했다.
Crocodile
악어

입에 무언가를 물고 여유롭게 헤엄치는 악어의 모습. 곡선으로 표현한 다리와 꼬리가 생동감 넘친다. 악어다. 아주 오래전, 공룡 시대 한반도에 악어가 살았다. 경남 하동군 장구섬에서 원시 악어의 두개골 화석이 발견됐다. ‘하동수쿠스(하동에서 발견된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악어)’. 백악기의 흔적이다. 소형 육상 포식자였다. 백제 장인은 이 존재를 어떻게 알았을까. 어떻게 상상했을까? 전설로 들었을까? 그런데 이 악어는 여유롭다!
Five wild Geese
다섯 마리의 기러기

향로 꼭대기에 다섯 봉우리가 솟았다. 봉우리마다 기러기 한 마리씩 앉았다. 다섯 악사 주위로 다섯 봉우리가 둘러섰다. 기러기들은 저마다 다른 방향을 본다. 기러기는 전령이다. 계절을 알리고, 먼 곳의 소식을 물고 날아온다. 하늘과 인간 사이를 오가는 신의 사자. 그래서 옛사람들은 기러기를 들어 군신 관계에 비유했다. 임금의 뜻을 전하고, 충신은 그 뜻에 감응한다. <삼국사기>에서 기러기는 백성을 상징한다. 기러기는 질서를 지키며 떼를 이룬다.
Rearing beast
앞발을 든 동물

개일까, 사자일까, 고양이일까. 무언가를 바라보며 앞발을 든 동물이 봉우리 끝에 앉아 있다. 중요한 건 자세다. 앞발을 들었다. 언제든 뛰어오를 준비가 된 모습이다. 훗날 조선시대에도 정체가 모호한 석상이 등장한다. 상원사 설화가 있다. 세조가 문수보살을 만나러 갔을 때 고양이가 옷깃을 물어 법당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는데 실은 안에 자객이 있었다는 것. 고양이가 왕을 구했다. 재밌는 건 사람들이 지금도 그 석상을 고양이라 부른다는 점이다. 사자의 위엄과 고양이의 귀여움을 동시에 갖춘 동물이다.

<백제금동대향로 동물백과>
1500년 전 백제 장인이 새긴 동물과 인물을 하나하나 되살렸다. 향로 속 85개 조각을 드로잉하고, 그에 얽힌 역사와 상징을 동시대 언어로 풀어낸 유물 ‘입덕’ 백과.
이미지·내용 출처
<백제금동대향로 동물백과>
유물
백제금동대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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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로
향로 동물
백제 금동대향로 동물백과
향로속 동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