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대표가 연 새로운 아침 풍경, 서울모닝커피클럽
아침이 좋아서, 커피가 좋아서 시작한 취미는 어느새 많은 이가 찾는 커뮤니티를 이루었다. ‘서울모닝커피클럽’ 대표 박재현이 연 새로운 아침의 풍경, 그리고 앞으로 그리는 서울의 아침.
BY 에디터 김화연 | 2026.01.07
좋아하는 베이킹에 대한 이야기나 여행지에서의 행복한 기억을 나누며 시작하는 하루는 뭐가 다를까? 서울의 아침은 늘 분주하다. 출근길 사람들로 가득 찬 지하철은 ‘지옥철’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숨 돌릴 틈이 없다. 출근만 하기에도 벅찬 아침인데, 이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써야 ‘성공한 삶’이라는 메시지가 쏟아졌다. ‘미라클 모닝’ ‘갓생’ 같은 단어들이 퍼졌고 이제는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자기계발의 시간으로 아침을 활용하는 이런 흐름 속에서 아침을 조금이라도 더 의미 있게 보내려는 다양한 방식이 유행처럼 번졌다. 숙제를 해결하는 듯 아침 시간을 보내는 것에 피로감을 느낀 이들이 또 다른 방식의 건강한 ‘아침 문화’를 찾아 최근 하나의 커뮤니티로 모여들고 있다. 바로 ‘서울모닝커피클럽(이하 SMCC)’이다.
서울모닝커피클럽을 경험한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낯선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이런 피드백을 통해 ‘소통’의 힘을 새삼 실감했죠.

박재현 대표의 아이디어와 서울모닝커피클럽의 다양한 활동의 기록을 엿볼 수 있는 노트.
SMCC는 오전 8시, 호스트가 지정한 카페에서 시작된다. 모임에는 뚜렷한 목적이 없다. 호스트가 SMCC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마치고 참석자들은 각자 10초 동안 자신을 소개한다. 이후 호스트가 던진 하나의 주제에 대해 차례로 이야기를 나누며 한 시간 남짓 함께 보낸다. ‘만약 한 달 살기를 한다면 어느 나라의 어느 도시에서 하고 싶나요?’처럼 소소한 이야기들이다. 어쩌면 시시콜콜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주제지만, 나름의 수확은 있다. 다른 나라로 한 달 살기를 가본 이들도, 가보지 않은 이들도 상상만으로 신나는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행복하게 시작할수 있다는 것.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낯선 이들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하기도 한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긍정적인 이거나, 자신의 삶을 진취적으로 꾸리고 싶어 하는 이가 많다는 사실.

서울모닝커피클럽에서 커피는 꼭 필요한 요소 중 하나.
모임의 출발점은 아침 시간과 커피를 좋아하는 SMCC대표 박재현의 개인적인 취향이었다. 해외에서 새벽에 여는 카페에 즐겨 가던 것을 서울에서도 누리고 싶어 이른 아침에 여는 카페를 찾아다니며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그가 자연스럽게 이어오던 아침 루틴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함께하기 시작했고, 커뮤니티는 점차 규모가 커졌다. 박 대표는 이 과정을 통해 ‘소통’의 힘을 새삼 실감했다고 말한다. “SMCC를 경험한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낯선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현대인의 고립’에서 잠시 벗어나는 느낌이라고 표현하시기도하고요.” ‘10초 자기소개’와 ‘호스트가 던지는 하나의 주제’, 그리고 ‘명함을 나누지 않는다’가 SMCC의 유일한 룰이다. 처음부터 이런 규칙이 정해졌던 것은 아니다. 자유롭게 대화를 맡겼을 때, 외향적인 참가자에게 이야기의 흐름이 쏠리고 조용한 사람들은 듣기만 하다 끝나는 장면이 반복되다 보니 규칙을 생각해보게 됐다. 내향적인 사람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까닭도 있다. 그래서 매뉴얼을 만들고, 발언 분량을 정하게 된 것이다.
SMCC가 주목받는 이유가 단순히 ‘아침형 인간’의 취향을 건드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박재현 대표는 서울은 아침이 유독 분주한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아침을 위한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서울의 아침을 깨우는 서울모닝커피클럽의 에스프레소 런.
“일찍 출근하는 건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는데, 아침에 30분이라도 스스로를 위해 쓰는 시간은 다들 거의 없잖아요.” SMCC는 ‘일을 위한 시간’으로 아침을 소비하는 도시에서, ‘나를 위한 아침’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이다. 서울의 아침을 바꾸는 일은 거창한 혁신이 아니라 결국 아침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있다. 박재현 대표가 늘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저희가 포기할 수 없는 건 딱 하나예요. 아침 시간대.” 술자리가 별로 없어 저녁이 비는 대신 그는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레몬 디톡스 주스를 마시고 SMCC에 참여하거나 사무실에 도착해 커피로 하루를 연다. 하루를 시작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 이런 작은 변화들이 쌓여 신체적, 정서적으로 건강한 아침 루틴을 만든다.
박 대표가 최근 가장 인상 깊었던 협업은 마블 스튜디오가 주최한 ‘마블런 서울 2025’의 사전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마블 모닝 레이블’이다. 약 300명이 참여한 이 아침 파티에는 5세부터 70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 경험을 계기로 SMCC는 시니어 커뮤니티에도 알려졌고, 60대 이상 연령층의 참여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다양한 세대가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는 순간, 그는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시니어 참가자분이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이 오래 남았어요.” 누군가의 부모이자 사회적으로는 ‘어른’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사실은 위로받지 못한 채 하루를 버텨내고 있다는 생각, 그리고 짧은 아침의 대화가 세대 간의 간극을 좁히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인을 채우는 장소에서 벗어나 내 삶의 리듬을 조금 더 느긋하게 만들어주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출근길에 자연스럽게 말을 걸 수 있는 분위기, 관심 어린 짧은 스몰톡이 오가는 풍경을 서울에서도 구현하고 싶은 박재현 대표는 서울모닝커피클럽만의 오프라인 공간을 꿈꾼다.

그동안의 활동을 엿볼 수 있는 박재현 대표의 노트.
SMCC에 브랜드 협업 제안도 꾸준히 이어지지만, 박재현대표는 항상 ‘아침과 어울리는가’를 기준으로 고민한다.커뮤니티가 쌓아온 결을 흐트러뜨릴 수 있는 제안에는 응하지 않는 것이 그의 원칙 중 하나다. “커뮤니티를 시작하고 3년 동안은 유료 행사를 진행하지 않았어요. 광고 때문에 활동의 진정성이 훼손되는 게 우려됐거든요.” “예를 들어 수건이나 칫솔 등은 아침과 잘 어울리는 제품이라 개연성이 있죠. 그런데 스낵류 등은 아침과의 접점을 찾기가 어려워 고사한 것이 많았어요. 대신 ‘말차’같이 요즘의 웰니스 키워드와 맞닿은 제품은 협업을 고려해볼 수 있고요.” 그는 진정성 있는 꾸준한 활동이 결국 팬을 만들고,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이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시작부터 해온 이런 고민의 연장선으로 SMCC는 새로운 확장을 구상 중이다. 바로 ‘자신들만의 오프라인 공간’이다.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열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건네는 ‘호주 스타일’의 운영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그는 이를 단순한 카페로 정의하지 않는다. 카페에서 ‘그저 머무는 것만으로도 힐링된다’고 느끼는 이유는 커피 자체가 아니라 그 공간이 가진 에너지 때문이라는 것. SMCC가 잘하는 지점 역시 바로 그 부분 이라고 믿는다. “카페인을 채우는 장소에서 벗어나 내 삶의 리듬을 조금 더 느긋하게 만들어주는 공간을 만들고싶어요.” 출근길에 자연스럽게 말을 걸 수 있는 분위기, 관심 어린 짧은 스몰톡이 오가는 풍경을 서울에서도 구현 하고 싶다.
SMCC 외에도 ‘미미옥’ ‘버거보이’ ‘쇼니노’를 운영하고, 유튜버 ‘캠핑맨’으로도 활동 중인 그의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그 답일 것 같아요. 일이니까 해야 한다기보다는 재미있으니까 계속하게 돼요.” 이벤트를 하나 마치고 나면 자연스럽게 성취감이 따라온다. 단순히 무언가를 ‘잘 끝냈다’는 감정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과 직접 만나고 대화를 나누며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간다는 확신이 그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소통을 통해 조금이나마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느낄 때, 그 과정 자체가 또 다른 에너지가 된다. 이처럼 ‘건강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에 진심인 박재현 대표는 회사의 구성원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같은 철학을 유지한다.

건강한 모닝 루틴이 더 나은 하루를 만들어 준다는 슬로건을 녹여 제작된 굿즈.
그가 말하는 진정한 소통의 출발점은 다름 아닌 ‘대화’다. “요즘처럼 관계가 쉽게 단절되는 시대에, 말 한마디가 생각보다 큰 힘을 가진다는 걸 자주 느껴요. 그래서 업무를 지시할 때도 단순히 요구만 전달하지 않으려고 해요.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이 일이 회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충분히 설명하려고 하죠. 그래야 구성원도 납득하고, 자신의 역할을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오프라인으로 행사를 진행할 때도 마찬가지다. “현장에서는 늘 변수가 생기잖아요. 팀원들의 실수가 나오더라도 그 자리에서 지적하거나 분위기를 흐리지는 않아요. 괜찮다고 말해주고, 다음 선택을 함께 고민하는 쪽에 가까워요.” 건강한 에너지를 나누자는 취지로 모인 자리인 만큼 그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팀원들의 감정과 컨디션 역시 그에게는 중요한 요소다. 사람을 중심에 둔 이 같은 태도가 결국 SMCC를 비롯한 그의 여러 프로젝트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시간'이라는 주요 키워드를 단박에 바로알 수 있는 서울모닝커피클럽의 로고.
박재현 대표의 명함에는 직함 대신 ‘캠핑맨’이라는 또 하나의 이름이 동등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그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유튜버 ‘캠핑맨’으로 인식하고 있고 그것 역시 자신의 아이덴티티이기 때문이다. 일이나 역할로만 규정되지 않은 명함 속 이름은 그가 말하는 웰니스의 방향과도 닮았다. “제가 생각하는 웰니스는 나다운 삶인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눈치 보지 않고 너무 애 쓰지 않는 삶이요. 조금 부족해도 그냥 가는 거죠.” 그의 말처럼 SMCC가 만들어내는 아침의 풍경도 그렇다. 누군가를 평가하지 않고, 속도를 재촉하지 않으며, 각자가 자기다운 모습으로 머물 수 있는 시간. 박재현 대표의 명함 한 장은 SMCC가 지향하는 아침의 태도를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사진
이소정, @seoulmorningcoffee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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