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패션 무대에 오른 K-네일 아티스트

매년 연말 영국패션협회(BFC)가 주최하는 패션 어워즈 ‘뉴 웨이브 크리에이티브 50’에 이름을 올린 네일 아티스트 김서울과 유승휘. 글로벌 패션계의 신진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빛낸 두 아티스트를 만났다.
BY 에디터 이슬 | 2026.01.12
김서울
김서울 작가 이미지
아이들, 아일릿, 키키, 엑스지 등 색깔이 뚜렷한 걸 그룹의 네일을 맡아 무대 위 퍼포먼스와 콘셉트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그래픽 디자인 전공자답게 손톱을 하나의 팔레트처럼 확장해 오브제와 입체 구조를 더한 아트를 선보인다.
아이들 우기의 첫 싱글 < Motivation > 네일 아트.
아이들 우기의 첫 싱글 < Motivation > 네일 아트.
‘뉴 웨이브 크리에이티브 50’에 선정된 소감은? 새벽에 작업을 하던 중 영국패션협회에 서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지난 여름 런던에서 몇몇 미술관을 방문하며 멤버십에 가입한 적이 있어 그저 안내 메일이라고 생각했는데 확인해보니 선정 소식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한 해 동안 이어졌던 빡빡한 작업 스케줄이 의미 있는 결과로 돌아온 것 같아 설레는 마음이 컸다. 네일 아트에 매료된 계기는? 어릴 적 자주 이용하던 인터넷 쇼핑몰이 있었는데, 옷을 주문하면 랜덤한 색상의 매니큐어를 함께 보내주곤 했다. 그때 처음 갖게 된 더페이스샵의 ‘오렌지 시럽’ 매니큐어로 패턴을 그리고 여러 번 덧칠하며 자연스럽게 네일 아트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후 로드숍 매니큐어를 하나둘 모았고, 초등학생 때부터 ‘네일 아트를 사랑하는 모임’인 ‘네사모’ 카페에 튜토리얼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은 그래픽 디자인 전공으로 이어졌고 지금의 작업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됐다. 아이돌 그룹과 협업 방식은? 아이돌 그룹과의 협업은 작업 초기에 매우 간략한 콘셉트와 착장 정보만 전달받는 경우가 많다. 이후 클라이언트와 방향의 중간 지점을 확인하고, 더 깊이 파고 들 수 있는 요소를 고민한다. 소매에 달린 작은 디테일이나 가사 속 한 단어처럼 사소해 보이는 단서도 작업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같은 그룹 안에서도 멤버마다 개성과 분위기가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그 차이를 포착하는 데도 많은 시간을 쓴다.
최근 관심사와 탐구 분야는? 프리랜서로 일하다 보면 나만의 루틴을 지키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마다 나의 의식이 ‘지금 이순간’에 제대로 존재하고 있는지를 떠올린다. 지난여름 일주일정도 런던으로 휴가를 떠났다. 런던 필즈 공원에서 책을 읽던 중“지금 이 순간에도 새의 울음소리와 잔디의 질감, 바람을 통해 자연과 연결돼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문장을 보았을때, 누군가 등을 가볍게 치는 느낌이 들었다. 놀라서 돌아보니 아무도 없었고, 곧바로 눈앞으로 새똥이 떨어졌다. 난생처음 겪은 경험이었지만 이상하게도 하나의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자신이 자연의 일부로서 이 현실에 존재하고 있으며, 그로부터 생겨나는 모든 감정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요즘 가장 깊이 탐구하는 주제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스튜디오 매거진과의 첫 작업. 당시 일본인 네일 아티스트 도모야 나카가와의 어시스턴트로 일하고 있었는데, 그는 언제든 얼터너티브 디자인을 준비 해도 된다고 이야기해주었다. 현장에서 스타일리스트나 디렉터가 마음에 들어 한다면 실제 촬영에 사용될 수도 있으니 늘 최선을 다해 준비하라는 말이었다. 촬영 주제는 웹캠과 소녀의 관계성이었는데, 학부 시절 사용하던 아두이노 키트를 분해해 네일 작업으로 재구성했고 현장에서 반응이 좋아 실제 촬영에도 사용됐다. 지금 다시 돌아봐도 여전히 애정이 남아 있는 작업이다.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는? 아트 북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어 여행을 갈 때마다 아트 북을 다루는 서점을 가장 먼저 찾는다. 런던과 뉴욕에 있는 클라이맥스, 파리의 이봉 랑베르, 취리히의 머티리얼스 같은 서점과 협업을 해보고 싶다. 왠지 모르게 결국에는 종이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될 것 같다는 직감이 든다. 형태와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더 많은 분야에서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만들어가고 싶다.
유승휘
유승휘 디자이너
3D 모델링을 기반으로 자연의 형태에서 영감받은 구조적인 네일 디자인을 선보인다. 인어와 로봇 등 독창적인 콘셉트와 레진, 메탈릭 소재처럼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작업 방식을 통해 다수의 패션 화보와 비주얼 프로젝트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스트레이 키즈 미니 앨범 <ATE>에 맞춰 제작한 네일 아트와 투스젬.
스트레이 키즈 미니 앨범 < ATE >에 맞춰 제작한 네일 아트와 투스젬.
‘뉴 웨이브 크리에이티브 50’에 선정된 소감은? 나의 작업물이 그렇게 먼 곳까지 닿아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아직도 신기하다. 주로 SNS라는 작은 화면을 통해 작업을 공유해왔는데, 그 안에서 출발한 이미지들이 결국 이렇게 큰 세계로 날 데려다줬다는 점이 놀라웠다. 네일 아트에 매료된 계기는? 유년 시절부터 혼자 그림을 그리거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시간을 즐겼다. 손재주가 있는 편이라 스스로 손톱을 꾸미기도 했지만 이를 직업으로 이어갈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이후 메이크업을 중심으로 타투 분장과 특수분장 등 다양한 작업을 병행하며 매거진 촬영과 아이돌 그룹 콘셉트 작업에 참여하게 됐다. 당시에는 네일 아트가 촬영에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되지는 않았다. 촬영장에 갈 때마다 콘셉트에 맞는 네일 팁을 직접 제작해 가져갔고, 처음에는 보조적인 디테일 정도로 여겼다. 그러나 네일 하나만으로도 사진 속 인물의 분위기와 완성도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경험하며 큰 흥미를 느꼈다. 디테일 하나로 이미지 전체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고, 그때부터 네일을 장식이 아닌 하나의 독립적인 표현 수단으로 바라보게 됐다. 3D 모델링 작업 방식은? 디테일한 스케치를 먼저 진행하면 형태에 지나치게 집착하게 되는 편이라 평면 스케치보다는 3D 모델링으로 바로 작업을 시작한다. 러프한 형태를 만든 뒤 테스트 프린팅을 두세 차례 반복하며 비율과 디테일을 조정한다. 실제 크기로 출력했을 때 화면에서 보던 인상과 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질감과 무게감, 손에 올렸을 때의 감각까지 직접 확인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작업의 방향이 분명해지고, 결과적으로 작업 속도 또한 빨라진다.
최근 관심사와 탐구 분야는? 지금까지는 비교적 과감하고 생생한 형태, 시각적으로 강한 요소를 중심으로 탐구해 왔다면, 최근에는 심플하지만 볼드한 셰이프에 더 끌린다. 형태 자체의 힘을 믿고, 장식은 최소화한 상태에서 질감이나 마감 같은 디테일로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작업에 관심이 많아졌다. 어떻게 덜어내면서도 밀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 그 균형을 찾는 과정이 지금의 제일 큰 화두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엑스지와 함께했던 작업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참여한 모든 크리에이터가 새로운 룩을 완성하기 위해 깊이 몰입했던 프로젝트였고, 콘셉트 자체도 실험적이고 도전적이었다. 처음 사용해보는 재료가 많아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그 과정이 현재의 작업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스스로에게 ‘어디까지 시도해볼 수 있는가’를 질문하게 만든 작업이었다.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는? 나의 작업은 네일에서 출발했지만, 본질적으로는 작은 조형물을 만드는 일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패션 액세서리나 오브제처럼 더 큰 스케일의 작업으로 확장해보고 싶다. 네일이라는 매개체에 국한되지 않고, 형태와 소재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작업을 계속해 나가고자 한다. 영화와 영상 작업에도 관심이 있어서 패션 필름이나 뮤직비디오속 소품과 오브제를 제작하며 새로운 시각적 자극을 제안하는 작업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계속 움직이는 크리에이터로 남는 것이 목표다.

사진

@seoulthenailworker, @youseuungh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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