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상상으로 가족을 기록하다, 보라’s 포토숍

반려동물과 아이가 함께한 유쾌한 가족사진을 찍는 이보라. 그는 오늘도 사랑을 담아 셔터를 누른다.
BY 에디터 양윤영 | 2026.01.12
지구를 정복하는 고양이, 우주로 떠난 아기, 만화 캐릭터로 분한 부모님까지. 엉뚱하고 유쾌한 가족사진을 찍는 보라’s 포토숍의 대표 이보라.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2018년 친구 2명과 ‘글래머샷’이라는 이름으로 1980~1990년대 미국 가족사진을 표방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재미로 시작한 일은 SNS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었고 다비치, 박재범 등 아티스트와의 협업으로 발전했다. 현재는 보라’s 포토숍으로 이름을 바꾸고 그 혼자 뉴욕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2년 만에 서울을 찾은 포토그래퍼 보라와 사랑스러운 사진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보라 셀프 포트레이트.
© Bora’s Photo Shop, 이보라 셀프 포트레이트.
자기소개로 시작할까요? 다른 질문에는 잘만 대답하는데 자기소개는 항상 어려운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사진 찍는 보라입니다. 언제 한국에 들어왔어요? 지난달에 와서 12월까지 체류 예정이었는데 오랜만에 한국 손님분들을 뵈니 좋아서 1월까지 더 머물다 가려고 합니다. 보라’s 포토숍을 기다렸던 한국 손님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제 작업은 유독 재방문 고객이 많은 것 같아요. 뉴욕으로 떠나기 전, 갓 난 아기였던 손님이 이제는 아장아장 걸으면서 말도 하는 거예요. 체감상으로는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아이들이 쑥쑥 큰 걸 보니 신기하네요. 또 대학생이었던 분들은 전부 졸업해 사회인이 됐고요. 오랜만에 만난 손님과 반갑게 근황도 물어보고, 사진도 찍고 있어서 즐거운 요즘입니다.
ⓒ Bora’s Photo Shop, 동물농장으로 떠난 가족.
© Bora’s Photo Shop, 동물농장으로 떠난 가족.
초현실적인 가족사진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해외에 유쾌한 가족사진이 올라오는 사이트가 있었는데요, 원래 유머러스한 코드를 좋아해서 매일 사이트를 들여다보던 중에 친구가 운명처럼 ‘냥줍’을 하게 된 거예요. 고양이의 이름이 ‘호랑이’였는데 “우리 호랑이랑 웃긴 가족사진 찍어보면 어떨까?” 해서 친구 2명과 크루를 이뤄 시작했던 게 글래머샷의 출발이었습니다. 언제부터 진지해졌어요? 순식간에 확 진지해졌어요. 인스타그램에 작업물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SNS 특성상 엄청 퍼지더라고요. 그렇게 점점 손님이 늘었죠. 당시 팀원은 크루원이 프리랜서로 근무하고 있었고, 저는 갓 대학을 졸업하고 고정적인 일이 없던 찰나라서 더 쉽게 뛰어들 수 있었어요. 작업 방식도 궁금해요. 보라’s 포토숍의 작업은 전부 합성 즉 디지털 콜라주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셔터스톡이나 이미지 구매 사이트에서 구입한 소스 혹은 저작권 없는 프리 소스를 촬영 후 합성하는 방식이에요. 커스텀 작업과 일반 작업으로 나뉘는데, 전자의 경우 예약이 확정되면 손님과 레퍼런스 상의를 꼼꼼하게 하고, 작업에 들어가요. 손님이 콘셉트에 맞는 소품이나 의상을 준비하면 제가 디렉션을 하면서 진행해요. 일반적으로 카메라 앞에서 딱딱해지는 손님이 많은데, 오히려 연기를 해달라고 하면 자연스러워지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렇게 영화 포스터 찍듯이 촬영하는 편입니다.
반려견과 유리잔에 담긴 가족. 이보라의 작업 사진
© Bora’s Photo Shop, 반려견과 유리잔에 담긴 가족.
글래머샷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됐어요? 미국 대형 쇼핑몰에 입점한 체인 사진관의 이름 글래머샷에서 따왔어요. 당시에 접했던 유쾌한 가족사진 검색 키워드가 글래머샷이어서 이러한 사진을 일컫는 말인 줄 알았거든요.그런데 실제 있는 사진관명이더라고요. 잘 모르고 사용했는데, 미국으로 옮기기도 하고 현재는 홀로 작업을 하고 있어서 이름을 바꾸게 됐습니다. 뉴욕으로 떠난 이유는요? 남편이 미국 사람인데, 결혼 전 그가 한국에서 대학원을 졸업할 시기와 제 렌털 스튜디오 계약 종료 타이밍이 겹쳤어요. 일을 시작한 지 5~6년 정도 됐을 때였는데 마침 새로움에 대한 갈망이 커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빠른 결정을 내리고 떠나게 됐어요. 그와는 결혼도 했고요. 하하. 한국과는 어떤 점이 달라요? 외국, 특히 뉴욕은 워낙 다문화 사회다 보니까 여러 피사체를 만나는 경험이 정말 특별해요. 의사소통도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이제는 촬영에 지장 없는 수준으로 적응했고요. 인종과 문화적 백그라운드도 다양하다 보니 새롭게 배우는 지점이 많아요. 또 다른 점은 호칭이에요. 미국은 손님들이 저를 “헤이, 보라”라고 부르는 거예요. 만나면 먼저 악수부터 하고요. 한국은 작가님과 같은 직업적 호칭 문화가 강한데, 미국은 우선 인간 대 인간으로 인사하고 시작하는 편이랄까요. 이름으로 부르니 직업적인 호칭으로 부를 때와는 되게 색다르더라고요. 조금 더 친밀해지는 느낌이요.
ⓒ Bora’s Photo Shop, 달나라 고양이들.
© Bora’s Photo Shop, 달나라 고양이들.
이제부터 ‘보라 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보라 님, 반려동물이나 아이들과 함께하는 현장은 어떤가요? 하하하. 네 윤영 님, 우선 강아지는 어려울 건 없습니다.대소변을 보거나 말썽 피우는 경우는 있어도 사진을 못 찍는 일은 없거든요. 다만 고양이는 조금 달라요. 영역 동물이다 보니 예민해서 집사분들과 일종의 협동 플레이처럼 빠르게 촬영하고 소스가 나왔다 싶으면 바로 종료해요. 때에 따라 무척 예민한 고양이라면 결과물의 퀄리티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소스를 받아 합성하기도 하고요. 또 아이들은 초등학교 4학년 정도만 돼도 확 시크해지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친해지는 게 관건입니다. 가장 난도 높은 건 4살 미만의 아기들이에요. 자기 의지가 생긴 미운 4살들은 어르고 달래야 하거든요. 유치원 선생님에 빙의해서 아이들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하죠. 장난도 치고, 놀아주고 그러다 보면 아이들도 긴장이 풀려서 “얘들아, 이거 한 번만 해볼까?” 하면서 촬영해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있나요? 작업 초창기 때 고양이가 아파서 같이 찍은 사진을 남기고 싶어 했던 커플 손님이 있었어요. 그들의 반려묘 이름은 하비였는데요, 하비와 사진을 찍고 기뻐하던 두 분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나요. 그러고는 얼마 안 돼서 하비가 무지개다리를 건넜고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하비 가족이 재방문했는데, 따님과 온 거예요. 하비가 떠나고 곧바로 아이가 생겼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딸 이름이 하선이래요. 하비가 준 선물. 하선이. 근황을 듣고 마음이 너무 찡했어요. 그분들이 당시 하비를 촬영한 소스를 가지고 있으니 지금 셋의 사진과 하비를 합성하는 작업을 해달라고 요청했어요. 단순히 유쾌한 추억을 넘어서 새로운 형태의 가족사진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작업자로서 정말 보람차다고 느낀 순간이었죠. 뉴욕에서도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었고요. 어떤 가족분들께는 보라’s 포토숍에서의 사진 촬영이 연례행사처럼 자리 잡아서 이번에 돌아 왔을 때 “안 오시는 줄 알고 걱정했는데, 내년에도 또 오세요”라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저도 기분 좋은 책임감 같은 게 생기네요.
ⓒ Bora’s Photo Shop, 뚝딱이와 뚝딱이 아버지.
© Bora’s Photo Shop, 뚝딱이와 뚝딱이 아버지.
사진 찍길 잘했다 싶었던 현장도 있다면요? <딩동댕 유치원>의 뚝딱이 기억하세요? 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캐릭터인데, 펭수가 유행할 때쯤 뚝딱이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적이 있어요. 그때 프로필 사진 촬영으로 뚝딱이와 뚝딱이 아버지가 제 스튜디오에 방문했었는데 현장에서도 뚝딱이 배우와 아버지의 관계성이 TV와 똑같은 거예요. 배우분은 “아빠!” 이렇게 부르고, 아버님은 잘 대답해주고요. 그들이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 소품을 마구 가져와서 촬영에 임하는데,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어요. 저 이런 부탁 잘 안 하는 편인데, 기념사진도 찍었지요. 그때 이 일을 해서 다행이라고 느꼈어요. 하하. 재미있는 아이디어나 레퍼런스는 어디서 수집해요? 요즘은 한 매체로만 아이디어를 수집하지 않잖아요. 유튜브나 SNS, 레퍼런스 사이트, 오프라인 플리마켓 등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모아요. 특히 오래된 것을 좋아하는데요, 유럽 거리에 있는 가판대에서 산 앨범, 필름 사진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어요. 우연히 열어본 앨범 속에 모르는 가족 사진이나 여행 사진이 있을 때처럼요.
ⓒ Bora’s Photo Shop, 반려견, 반려묘와 함께한 가족.
© Bora’s Photo Shop, 반려견, 반려묘와 함께한 가족.
영감을 주는 인스타그램 계정은? 마야 골리쉬키나(@_themaiy_)라는 아티스트가 있는데 아날로그 콜라주 기법을 활용하는 작가예요. 요즘 그의 작업이 너무 흥미롭고 좋은 것 같아요. 또 홍대에 막걸리 아저씨가 있다면, 브루클린에는 그린레이디(@greenladyofbrooklyn)가 있거든요. 온몸을 연두색으로 차려입고 브루클린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이자 친근한 이웃인데, 길 가다 그를 만난 이들과 찍은 셀피를 소개하는 계정이거든요. 자기가 좋아하는 걸로 사람들에게 소소한 행복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이 너무 귀엽더라고요.
ⓒ Bora’s Photo Shop, 고슴도치.
© Bora’s Photo Shop, 고슴도치.
귀여운 게 왜 좋아요? 나를 긴장 상태로 두지 않고, 편안하게 해준다는 점. 또 귀여우면 애정이 마구 샘솟잖아요. 사랑스럽고! 흐흐.
ⓒ Bora’s Photo Shop, 돌고래 위에 올라탄 아기와 가족.
© Bora’s Photo Shop, 돌고래 위에 올라탄 아기와 가족.
보라’s 포토숍의 가까운 미래와 먼 미래가 궁금해요. 최근 업로드한 작업이 남미에서 터진 거예요. 항상 미국이나 한국에서 반응이 왔었는데, 그 작업을 계기로 브라질이나 멕시코 등 남미 국가들에서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하. 처음 겪는 일이라 너무 얼떨떨해요. 그래서 가까운 미래에 한 번 방문할 것 같습니다. 먼 미래는 지금처럼 꾸준히 일하는 거요. 미국에서도 활동한 지 2년쯤 되니 한국과 미국 모두에 단골들이 생겼거든요. 문득 사진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잘 챙기면서 사는 게 인생이다!(주먹을 불끈 쥐고) 제 손님들은 보통 가족 단위라 현장에서 웃음이 끊이질 않거든요. 매년 재방문고객이 늘어나는데,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서 다시 오는 것 같다고 느껴요. 그거면 충분해요.
ⓒ Bora’s Photo Shop, 밴드가 된 가족.
© Bora’s Photo Shop, 밴드가 된 가족.
보라는 요즘 음악 작업에 푹 빠져 있다. 최근에 생긴 취미는 아니고, 사진과 함께 꾸준히 하던 일 중 하나다. 한국에 오기 전 미국에서 2번의 공연을 마쳤고, 팀을 이뤄 퍼포먼스와 사운드를 결합한 종합 예술을 이어가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게 인간 이보라로도, 포토그래퍼 보라로도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그는 오늘도 피사체를 보고, 음악을 듣고, 사진을 찍고, 노래를 한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인연을 맺고, 행복하게 사는 일. 이보라가 지키는 삶의 모토 속에서 카메라 셔터는 멈출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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