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잭과 와이투메이트, Om을 틀다
서울의 새로운 얼굴로 떠오른 모델 보잭(BOJVCK)과 프로듀서 와이투메이트(Y2MATE). 두 사람이 함께한 그룹 Om의 새로운 시너지.
BY 에디터 양윤영 | 2026.02.03최근 들어 패션과 음악 신에서 자주 보이는 얼굴, 보잭(Bojvck).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는 그는 스케이트보드로 거리 문화에 발을 들였으며, 디제잉을 비롯해 다양한 크루원과 전자 음악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우연하게 시작한 모델 활동은 글로벌 패션위크 진출로 이어졌다. 다리오 비탈레의 2026 S/S 베르사체 컬렉션에서 일곱 번째 순서로 런웨이에 오른 이가 바로 그다.
하지만 브랜드의 피팅과 좋아하는 베뉴의 디제잉 시간대가 겹치면 보잭은 망설임 없이 후자를 택한다. 순간순간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것. 그게 거리 문화의 정신이자 보잭의 가치관이다. 지난 8년간 음악 세계를 공유해온 와이투메이트(Y2mate)와 그룹 Om으로 신보 발표를 앞두고 있는 그를 홍대 로컬 클럽 모데시에서 만났다.

2026 S/S 파리 패션위크 아미쇼에 선 보잭.
어제가 1월 1일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냈어요?
보잭 작년에 얼마 벌었나 봤습니다. 여러모로 충격을 먹었고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보통 아침에 눈을 뜨면 담배를 피우고, 또 피우다가 밥 먹고 할 일을 처리하는 편입니다.
와이투메이트 저는 오늘 촬영 때 쓸 가면을 수정하다 하루를 보냈어요. 보통은 평범하게 일을 하고, 요즘은 앨범 작업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보잭 팀 Om부터 얘기하자면 거창할 건 없고, 프로듀서 2명이 운영하는 전자음악 그룹입니다. 저 개인은 예전에는 ‘술 먹고 노는 소년’이라고 소개했는데, 이제는 ‘술 먹고 노는 사람’ 보잭이라고 합니다.(좌중 웃음)
와이투메이트 저는 음악을 만들고 있고요. 재밌는 거 좋아하고, 그냥 열심히 살고 싶은 사람입니다. 팀으로서는 서로 다른 결의 음악을 섞는 조합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보잭 님은 막 귀국했다고 들었는데요.
보잭 네. 며칠 전 들어왔는데 이틀 있다 또 유럽으로 갑니다. 맨즈 패션위크가 곧 시작되니 열심히 일을 찾아서요! 루이 비통 쇼에 서고 싶네요. 하하.
모델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어요?
보잭 20살에 브랜드 룩북을 찍으면서 가볍게 모델 활동을 시작했어요. 패션위크에 정식 데뷔한 건 작년이고요. 에이전시에서 열심히 콤프 카드를 보내던 와중에 해외에서 연락이 딱 온 거죠. 우연치 않게 파리 패션위크로 데뷔해서 2026 S/S 아미와 베르사체 쇼에 섰습니다.
해외에서는 반응이 어때요?
보잭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솔직히 동양인 남자 모델 1인 정도로 보는 듯한데, 가끔 제 다른 활동에 관심을 갖는 캐스팅 디렉터들이 있어요. “너는 뭐 하다 왔냐?”고 물으면 “디제잉도 하고, 프로듀싱도 하고, 게토테크 음악도 만든다”고 답해요. 그러면 “이 친구는 뭐 하는 애지?” 하면서 순수한 궁금증으로 봐주시는 경우가 많아요. 전통적인 모델 커리어를 밟은 친구들과는 다르니까요.
베르사체 쇼는 어땠어요?
보잭 운이 좋게도 동양인 남자 중에 첫 번째로 런웨이에 배치되기도 했고, 일곱 번째 순서였거든요. 얼떨떨하고 좋았죠. 예전에는 모델이라는 직업은 타고난 사람만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한데 쇼에 직접 서보니 고충이 정말 크더라고요. 연극이 2시간 동안 감정을 쌓아가는 예술이라면, 모델은 15초 안에 모든 걸 보여줘야 해요. 걸음걸이와 표정만으로 브랜드의 방향성과 옷을 표현하는 거죠. 패션위크 현장에는 그런 프로 모델들이 있는 거잖아요. 그들의 열정과 태도가 새롭게 느껴졌어요.

패션과 음악이 연결된다고 느끼는 지점이 있나요?
보잭 아예 별개라고 생각해요. 저는 사실 패션에 별로 흥미가 없거든요. 제가 모델 일을 하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선호하지 않고요.
진짜요? 왜요?
보잭 보디 콤플렉스가 엄청 심한 편이에요. 제 인생 최대의 키는 175cm고,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몸과 정반대기도 하고요. 제 집에는 화장실 빼고는 거울이 없어요. 제 얼굴도 좋아하지 않거든요. 솔직히 벌이가 되니까 합니다. 하하.
정말 솔직하네요.
네. 좋아하는 브랜드도 딱히 없어요. 집에 옷도 몇 벌 없고요. 다 스케이트보드 브랜드죠. 이건 다른 매체 인터뷰에서도 종종 했던 이야기인데요, 베르사체 쇼에 서게 됐을 때, 1차 캐스팅을 보고 관심을 표해주셔서 피팅 일정을 조율 중이었어요. 당일에 피팅을 해보자고 하는데, 그 당시에 제가 밀라노에서 유일하게 틀고 싶었던 베뉴의 디제잉 시간과 겹친 거예요. 그래서 말했죠. 저 못 간다고요.
신인 모델이 베르사체 쇼를 거절하다니!
그랬더니 국내 에이전시와 밀라노 에이전시, 그리고 브랜드 쪽까지 난리가 났어요. 하우스 브랜드니까 그럴 만도 하죠. 그만큼 전 제가 지금 하고 싶은 것에 더 중점을 둬요. 다행히 브랜드에서 이해해줘서 디제잉을 무사히 마치고 다음 날 피팅을 갔는데, 캐스팅 디렉터가 보자마자 딱 “너 어제 디제잉은 재밌었니?”라고 묻더라고요. 무섭긴 했지만 이런 깡을 좋게 봐주신 건지 잘 풀렸죠.

다시 팀 얘기로 돌아가서, 어떻게 만났어요?
보잭 말하자면 긴데요, 2018년 말쯤 도봉구에서 열린 ‘오픈창동’이라는 음악 커뮤니티 행사에서 만났어요. 그때 제가 17살이었고, 거기서 처음 마주한 형이 정말 멋지게 보였어요. 제가 먼저 같이 해보자고 손을 내밀었고, 지금까지 8년째 함께 작업 중입니다.
와이투메이트 저는 당시 26살이었어요. 학창 시절부터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관련 학과에 진학하지 못한 채 20대 초반을 보냈어요. 이후 굳은 결심으로 본격적으로 음악을 하게 됐고요. 보잭을 만났을 때가 딱 그 시점이었어요.
생각보다 나이 차가 있네요.
9살 차이죠.
잘 맞아요?
보잭 네. 완전 잘 맞아요. 어릴 때부터 영화광이었거든요. 전시회도 많이 다녔고, 예술 쪽에 관심이 꽤 있었죠. 형도 그런 편이라 둘 다 코언 형제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고, 교집합이 컸다고 느껴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점이 많고요.
와이투메이트 제가 생각하기에 저는 정신 연령이 지금 제 나이보다 낮은 데, 보잭은 또래보다 높은 편이거든요. 그래서 더 잘 맞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하.
팀명은 무슨 뜻이에요?
보잭 ‘데모(Demo)’에서 따왔어요. 원래는 철자를 뒤집어서 ‘OMED(오메드)’를 생각했는데, 선배 아티스트 진보 형이 “뒤에 빼고 Om은 어때?”라고 해서 그렇게 됐죠. 낯선 단어 같아서 느낌이 좋았어요.
와이투메이트 원래 이름은 큰 뜻을 품고 지으면 대단해 보이긴 하지만, 어렵잖아요. 그래서 아무 이름이나 짓자고 이야기하다가 컴퓨터 바탕화면에 딱 보이는 데모라는 글자에 순간적으로 확 꽂힌 것 같아요.
와이투메이트라는 이름은요?
와이투메이트 유튜브 뮤직 추출 프로그램 사이트의 이름이에요. 어둠의 경로이긴 한데, 음악 하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친숙한 사이트죠. 저도 샘플링을 하면서 자주 들어가 보곤 했었거든요. 어느 날 친구에게 샘플링 파일을 보내면서 어떠냐고 물어봤는데, 친구가 파일명을 보고 “이제 활동명이 와이투메이트야?”라고 묻는 거예요. 그날부터 괜찮다 싶어서 지금까지 쭉 이어오고 있습니다.
음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어요?
보잭 15살에서 16살쯤 몸이 굉장히 안 좋았어요. 당시에 공부만 열심히 하는 편에 가까웠는데, 한번 크게 아프고 나니 운동에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혼자 할 수 있는 종목을 떠올리다가 스케이트보드를 발견했죠. 그 뒤로는 스케이트보드에 푹 빠져서 평생 그 것만 타면서 살고 싶더라고요. 관련된 문화를 찾아보는데, 그라피티 아티스트는 쫄쫄 굶을 것 같고, 비보이는 적성에 안 맞을 것 같고, <쇼미더머니>가 흥행하던 때라 음악을 시작했습니다.
와이투메이트 학교 다닐 때 R&B 가수가 되고 싶었어요. 제가 부모님 이 마흔에 낳은 늦둥이 장남이거든요. 아무래도 반대가 심하셨죠. 군대 전역 후에 랩 음악으로 시작해서, 비트를 찾아보는데 영 마음에 드는 곡이 없는 거예요. 그렇게 비트를 찍기 시작했어요.
2024년에는 산산기어 × 푸마 협업 프로젝트에서 사운드를 담당하기도 했잖아요.
보잭 산산기어 자체가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많이 서포트하는 편이라 브랜드 자체는 알고 있었어요. 산산기어 대표 중 한 분이 제 음악을 듣다가 Om이라는 그룹에 대해 관심을 표하셨고요, 그때 음악을 들려드리니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참여 할 의사가 있냐고 이야기해 시작됐죠.
어떤 음악이었어요?
와이투메이트 의성어로 표현하자면 찌르르한 사운드예요. 굉장히 날카롭고 강렬한 편에 가까워요. 원래는 Om의 곡으로 낼 후보 중 하나였는데, 유독 그 곡이 완성하기가 어렵더라고요. 마침 제안이 들어왔고, 그 음악을 제시했는 데 브랜드에서 좋아해서 쓰게 됐죠.
보잭 (이미지를 보여주며) 당시 협업 스니커즈인 ‘모스트로’가 뾰족한 아웃솔 디자인이 특징인 풋웨어라 Om의 음악과 비주얼적으로도 잘 맞았던 것 같아요.

2월 3일에 나올 신보도 궁금해요.
보잭 댄스 플로어에서 듣기 좋은 파티 뮤직인데요, 구체적으로 둘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프렌치 테크노의 터치가 가미됐습니다. 앨범 는 지하철이 주제입니다. 2021년도에 낸 앨범의 주제는 ‘머스탱’이었거든요. 연장선으로 이번에는 지하철을 선택했어요. 단순히 탈것이라고만 국한해 바라보지 않고, 영화를 보면서 추격, 심리전 등의 요소가 같이 떠오르는 것처럼 이번 음악도 들으며 상상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예전부터 둘이 함께 곡 작업을 할 때는 시놉시스를 써놓고 하는 편이었거든요. 이번에도 곡별로 스토리텔링을 넣은 것이 특징입니다.
이번 앨범을 딱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보잭 & 와이투메이트 두 바보의 교집합!(이구동성)

두 분은 원래 어떤 사람이에요?
와이투메이트 멋있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멋짐은 소위 사나이 다움에 가까워요. 말하는 대로 살고, 한번 마음먹은 게 있으면 어떤 역경과 고난이 있어도 계속해서 나아가는 것을 추구하죠. 소년 만화스러운 걸 좋아하는 듯해요. 그렇게 살고 싶어서요.
보잭 저도 마찬가지예요. 다른 인터뷰에 긍정적인 느낌으로 사랑이 중요하다든지 그렇게 많이 말했는데 저 생각보다 이기적이고 나태하고 부정적이거든요. 주변 지인들이 ‘본 헤이터’라고 말할 정도로요. 하하. 싫어하는 것도 많고 한데 사회성으로 열심히 포장하고 살아가는 나쁜 사람인 것 같아요.
와이투메이트 보잭과 이런 포인트가 맞아서 더 오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싫어하는 것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다는 점. 이것도 결국은 사랑의 한 종류라고 생각하거든요. 이유 없는 헤이팅은 ‘헤이팅’이라고 부르지 않아요. 애정이 있으니까 싫어하기도 하는 거죠.
최근에 있었던 재밌는 일은요?
보잭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젯 셋 라디오>라는 게임이 있는데요, 20년 전에 명맥이 끊긴 시리즈예요. 이 게임의 출시 25주년을 기념해서 파리에서 팝업이 열렸는데, 제가 마침 패션위크 일로 그 장소에 방문하게 됐거든요. 그 사람들과 친해져서 새롭게 나오는 공식 영상에 우연찮게 음악으로 참여하게 됐는데 그게 너무 뜻깊었어요.
와이투메이트 저는 지금 이 순간이요. 산산기어와의 콘택트와 서포트도, <싱글즈>와의 인터뷰도 그렇고, 서포트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아예 처음 겪는 상황이거든요.누군가 저희 작업물을 보고 관심을 표해준다는 것에 감사함과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나요? 그냥 하고 싶은 말도 좋아요.
보잭 탱자탱자 놀지 말고 열심히 살자! 2026년이 이렇게 닥칠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빈둥거리는 청춘이 있다면 일어나서 이 닦고, 밥 먹고, 뭐든 해보면 좋겠어요.
와이투메이트 열심히 사는 사람이 있다면 좀 쉬엄쉬엄해라! 쉴때도 있어야 한다. 몸 관리가 필수인 거 아시죠. 저희 둘 중 마음에 드는 쪽 말을 골라 들으시면 됩니다. 하하하
사진
이수정
모델
인터뷰
디제잉
스케이트보드
패션인터뷰
보잭
패션 이터뷰
와이투메이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