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법이 다른 게임, 운빨존많겜을 만든 사람들
출시 1년 여만에 수많은 유저를 매료시킨 모바일 게임 ‘운빨존많겜’. ‘운빨’이 중요한 게임과 달리 이것을 만든 이들은 누구보다 성실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BY 에디터 김화연 | 2026.02.05
111퍼센트는 ‘운빨존많겜’ 게임 속 캐릭터를 ‘운삘용병단’이라는 세계관으로 확장, 게임을 넘어 다양한 방식으로 유저들과 소통하고 있다.
‘오늘은 어떤 사건이 나를 시험에 들게 할까?’ 걱정하며 루틴처럼 별자리 운세를 클릭한다. 소셜미디어 ‘엑스(X)’의 검색 순위엔 운세에 대한 키워드가 아침 마다 오르내린다. ‘운’에 대한 호기심이 그렇게 유별난 게 아니라는 소리다. 이토록 자신의 운에 지독하게 관심을 갖는 우리 앞에 운이라는 키워드로 정면 승부를 건 모바일 게임이 등장했다. 모바일 게임 회사인 ‘111퍼센트’가 2024년 5월 새롭게 세상에 꺼내든 ‘운빨존많겜’. 출시 나흘 만에 구글 플레이 인기 차트 1위를 석권하며 디펜스 게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이 게임은 누적 다운로드 수 1000만회 이상을 기록하며 현재까지도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단순히 ‘운’이라는 요소 때문에 매력적인 건 아니다. 기존 타워 디펜스 게임처럼 무언가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몬스터를 처치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또 혼자서 플레이하는 다른 게임과 달리 협동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함께 같은 적을 물리치기 위해 연합을 하더라도 다른 이의 플레이를 간섭하지 않는 기존의 문법을 비틀어 ‘운빨존많겜’은 서로가 간섭할 수 있게 해 유저들의 흥미를 불러 일으켰다. 여기에 직관적인 룰과 소환, 합성, 스킬 등 각 콘텐츠에 새로운 요소를 더해 재미를 극대화하고, 개성과 서사를 갖춘 캐릭터를 활용해 중독성을 더 가미했다. 부담 없이 시작했다가 ‘버튼을 누르며 이번 판은 다를지도 몰라’ ‘이제는 운이 따를 수도 있잖아?’ 라는 기대감에 한 판을 더 하게 된다. ‘운’이라는 불확실성을 좌절이 아닌 재미로 전환시키는 방식. 이런 차별점이 수많은 유저를 매료시킨 게 아닐까.

다양한 제품군으로 출시된 ‘운빨존많겜’ 굿즈들.

먹는 즐거움과 게임의 흥미 요소를 결합해 출시한 켈로그 '운빨존많겜' 기획력.
‘운빨존많겜’은 우리의 일상 속에도 파고든다. 스낵 패키지와 굿즈 출시는 물론 이제는 ‘운빨용병단’이라는 자신만의 세계관을 확장해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까지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 열기가 단순한 팬심이나 희소성 마케팅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성수동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에는 사람들이 몰려 8시간 넘게 기다렸다는 후기가 이어졌다. 팝업 공간에서도 ‘운빨존많겜’의 핵심 키워드는 그대로 작동한다. 게임 속 조합 시스템을 차용해 굿즈를 모으고, 결과에 따라 추가 보상을 받는 구조. 유저는 이 공간에서 단순히 소비자가 아닌 플레이어로 시간을 보낸다.
이런 전략에서 ‘운빨존많겜’의 정체성은 분명해진다. ‘운이 좋은 사람’과 ‘운이 없는 사람’을 가르는 대신 운이라는 변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루는지를 놀이로 전환하는 것. 결과를 예측할 수 없지만, 유저가 선택에 개입하면서 즐거운 변수기 시작된다. 어쩌면 ‘운빨존많겜’의 인기 비결은 운을 극복의 대상으로 두지 않았다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 통제할 수 없는 요소를 부정하거나 극복하려고 들기보다 기꺼이 마주하고, 즐기며 시험해볼 수 있는 상태로 남겨뒀다는 것. 지나치게 운에 집착하며 하루의 기분과 선택을 GPT 사주 운세에 맡겨버리는 요즘의 우리에게 조용한 질문을 던진다.
운빨존많겜 속 주요 캐릭터

개구리 왕자
#개구쟁이 본래는 ‘킹다이안’이었으나 사업에 실패해 빚쟁이들에게 쫓기던 중 오크 주술사와 거래를 진행한 이후 모습이 개구리 왕자로 변했다. 25%의 확률로 저주가 풀려 킹다이안이 된다.

밤바
#민트초코파 궁극의 힘을 얻기 위해 묵언수행을 선언하고 산속에서 2만5000년 동안 수련을 했다. 우연히 만난 산적과 내기하다 패배하고 소리를 외치는 바람에 묵언수행이 깨졌다.

아이언 미야옹
#냥아치 펄스 과학자가 키우는 고양이. 과학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 실수로 슈트 착용 버튼을 눌러 아이언 미야옹으로 변신했다. 자신의 의지와 달리 슈트의 최첨단 전투 AI가 알아서 적을 공격한다.

블롭
#지능캐 외계 행성 ‘블롭’에서 온 생명체로 멍청하지만 낙천적이다. 원래 블롭 종족은 호전적이고 전투적이나 특이 케이스. 가끔 정신을 잃고 날뛰는 순간이 오면 베인이 마취총으로 진정시키곤 한다.
운빨존많겜 아트디렉터 이재훈과 나눈 인터뷰

이 칼럼의 시작은 늘 같은 질문을 건넵니다. 지금 어떤 일을 하세요?
111퍼센트라는 게임 회사에서 출시한 ‘운빨존많겜’이라는 게임의 아트를 담당하고 있는 아트 디렉터 이재훈입니다. 게임 전반의 아트 콘셉트와 연출을 고민하고 팀원들과 함께 실제 게임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일을 합니다.
게임 회사에서 아트 디렉터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게임 화면에서 눈에 보이는 대부분의 요소가 아트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쉬울 거예요. 기획 초기에는 게임이 어떻게 실행되고, 어떤 재미를 주는지 파악해요. 이 단계가 지나면 저희가 소구하고 싶은 재미가 화면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도록 방향성을 잡죠. 또 배경과 캐릭터를 설명하고, 유저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겪는 경험이 설득력 있게 이어지도록 조율하는 일을 합니다.
‘운빨존많겜’이라는 이름의 비하인드가 궁금해요.
출시명을 정할 때 고민이 많았어요. 저희 게임은 ‘디펜스 게임’이나 디테일은 차이가 있어, ‘디펜스 게임’의 정석적인 이름을 붙일지 아니면 좀 더 친근하고 재미 요소가 있는 이름으로 정할지 회의를 거듭했어요. 막상 마음에 쏙 드는 제목을 짓기가 어렵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팀원 중 한 명이 “운빨존많겜 어때요?”라고 툭 한마디 하셨어요. 반쯤 장난 같은 아이디어였는데, 딱 맞는 옷을 찾았다는 느낌이었어요. 이후로도 몇 개의 후보가 더 있었는데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하하.
아트 디렉터로서 바라본 ‘운빨존많겜’은 어떤 게임인가요?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게임? 너무 어렵게 폼을 잡지도 않고, 그렇다고 가볍게 보일 정도로 허술하지도 않다고 생각해요. 아트적인 부분에서 그렇게 보이도록 지향하기도 했고요. 또 유저들이 게임을 플레이할 때 아트를 너무 의식하지 않기를 바랐어요. 조금씩 정을 붙일 수 있으면 충분하다 싶었죠. 픽셀 요소를 전면에 활용한 점도 인상적이었어요. 게임을 최대한 직관적으로, 쉬워 보이게 만드는 데 지금의 스타일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어요. 다만 너무 가볍게 느껴지지 않도록 그 수위를 조절했고요. 결과적으로 유저들에게 부담스럽지 않은 게임을 내놓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게임의 매력을 시각화한 듯한 111퍼센트 사옥 내 우주 콘셉트의 스폿.
111퍼센트는 게임 론칭 주기가 짧은 것이 특징이더라고요.
게임 개발 기간이 길다고 해서 재미나 완성도가 반드시 비례한다고는 보지 않아요. 실제로 ‘랜덤다이스’와 ‘운빨존많겜’ 모두 6개월 이내에 개발해 선보였거든요. 재미있는 게임인지를 가장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건 개발팀이 아니라 유저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능한 한 빠르게 출시해 반응을 확인하고, 생생한 피드백을 바탕으로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빠르게 시도하고, 결과가 아쉽더라도 그 경험을 다음 도전으로 이어가려고 해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태도가 성장에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게임 출시 이후에는 어떤 일을 하나요?
아트 디렉터는 게임의 방향성을 지키는 역할을 수행해요. 게임이라는 것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통해 변화를 만들어주는 환경이다 보니 새로 추가하는 요소들이 기존의 분위기와 경험을 해치지 않는지를 최우선으로 봐요. 또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들과 새롭게 더하는 것들이 어긋나지 않도록 조율하는 일도 중요하고요.

게임의 사운드를 책임지는 사운드팀의 녹음실에 등장한 블롭.
이 게임을 논할 때 ‘운’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죠. 운을 시각적으로 확장해갈 때 어떤 방식을 취했나요?
운이 좋은 순간을 강조하는 것만큼이나 운이 없는 순간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불운’도 운의 일부니까요. 하하. 그래서 좋은 결과만 과하게 부각하기보다는 운이 따르지 않을 때도 너무 부정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가벼운 연출을 더했습니다. 예를 들어 영웅 모집에 실패하면 발판이 나타나 캐릭터를 화면 밖으로 튕겨내거든요. 아쉬운 순간에도 웃고 털어낼 수 있는 장치가 되길 바랐어요. 행운과 불운을 성공과 실패로 나누는 대신 그 흐름 자체를 즐기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특유의 유쾌함 덕분에 게임 속 캐릭터들도 많은 사랑을 받는 것 같아요. 캐릭터의 비주얼과 성격은 어떻게 구축했나요?
복잡한 서사보다는 기능과 대표 성격을 먼저 구조화하는 편이에요. 처음 봤을 때 어떤 캐릭터인지 직관적으로 인식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주요 기능과 캐릭터별 키워드가 정해지면, 그때부터 비주얼을 다듬어나갑니다. 대표 캐릭터 중 하나인 ‘개구리 왕자’는 게임에서 신적인 존재가 되려면 일정 확률의 경우의 수를 뚫어야 합니다. 그 외에는 사라져야 하는데 이를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하다가 ‘저주에 걸린 개구리 왕자’라는 설정이 떠올랐어요. 별 생각 없이 그린 스케치 속 멍청한 표정이 마음에 들어 바로 디벨롭했지요.
그렇게 탄생한 캐릭터들이 유저 사이에서 ‘밈’으로도 많이 쓰이잖아요.
제가 생각한 이미지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재미있고, 게임에서의 경험이 캐릭터의 인상까지 바꿔놓는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가끔씩 아주 어린 유저분들이 정성스럽게 캐릭터를 그려서 SNS나 저희 게임 공식 카페에 업로드해주실 때가 있는데, 특히 이런 그림을 보는 걸 좋아해요. 저도 어렸을 때 같은 경험이 있거든요. 좋아하는 캐릭터들을 그리며 놀았던 기억이 여전히 선명하죠. 누군가의 어린 시절 한구석에 남을 콘텐츠를 만든다는 게 보람 있기도 하고요.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사랑받는 캐릭터도 있나요?
‘블롭’이요. 하하. 가장 신기한 캐릭터예요. 얄밉고 알 수 없는 인상을 주는 걸 의도했는데, 막상 출시 후에는 귀엽다는 반응이 압도적이었어요. 처음엔 당황했지만 자꾸 보다 보니 저도 귀엽게 느껴지더라고요. 요즘은 처음 의도보다 점점 더 귀엽게 그리고 있어서 큰일입니다.
가장 오랜 시간 고민해 만든 캐릭터도 궁금해요.
1주년 기념 이벤트의 주인공이었던 ‘헤일리’가 인고의 시간을 거쳐 내놓은 캐릭터예요. 기념일에 공개하는 거라 긍정적이고 쾌활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싶었거든요. 그렇지만 외형적으론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았으면 했고요. 최대한 멋들어지게 그리면서 기존 캐릭터와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특별히 신경 썼어요. 다행히 1주년 이벤트 때 많은 분이 즐겨주셨고, 특히 저희 게임을 처음 접하는 유저분들이 큰 사랑을 보내주셔서 더 기분이 좋았어요.

‘운빨존많겜’ IP를 활용한 협업 제품.
지금까지 작업 중 가장 보람찼던 것은?
감사하게도 대부분의 작업이 사랑받았지만 그중에서도 ‘디스코 개구리 왕자’ 스킨 작업이 기억에 남아요. ‘운빨존많겜’의 첫 팝업 스토어 행사를 위해 만들었던 스킨인데요, 제가 참여한 게임이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까지 여는 건 처음이라 특히 공을 많이 들였거든요. 사실 그 전에 출시했던 ‘마술사 개구리 왕자’ 스킨이 그렇게 인기를 얻지 못했다는 점도 마음에 걸렸던 상황이라 정말 열심히 했어요. 다행스럽게도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랑을 받아서 정말 뿌듯했어요. 또 배우 한 분이 방송에서 이 스킨을 언급하셔서 신기했습니다. 하하. 다만 팝업 스토어 한정 스킨이라 해외 유저들이 접하기 어려웠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마지막으로, 게임 아트 디렉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그림을 통해 누군가가 재미를 느끼고, 앞으로를 기대하고, 무언가를 상상하게 만드는 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좋아했던 만화나 게임을 떠올려보면, 당대 최고의 아트는 아니었어요. 대신 오래 마음에 남고 몰입하게 만드는 힘은 분명히 있었죠. 게임 업계에 있는 분들 대부분은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추었다고 생각해요. 많은 분을 만나며 느낀 공통점은 ‘유저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결국 더 오래, 더 높이 성장한다는 점이에요. 저 역시 이 부분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진
이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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