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원 웰니스
자신의 안녕마저 프로젝트가 돼버린 갓생의 시대. 우리의 심신과 지갑을 피로에서 해방시켜줄 초간단 웰니스 실천법.
BY 에디터 김초혜 | 2026.02.16
점쟁이가 아니어도 이건 맞힐 수 있다. 독자 여러분의 새해 계획은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관련이 있었을 거라는 점. 하지만 그 계획은 작심삼일로 끝났거나 설날부터 시작하려고 미뤄뒀을 거다. 큰맘 먹고 결제한 어학 앱, 책, 필라테스 회원권, 실내 운동 기구 따위가 빨리 써달라고 마음을 짓누른다. 이건 결코 당신 잘못이 아니다. 세상이 웰니스를 오염시킨 때문이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명상 앱을 켜고 맞이하는 미라클 모닝, 커피 대신 야채 주스와 말차라테 마시기, 프리미엄 요가복 입고 운동하기, 호텔처럼 정갈히 방 꾸미기, 저널링과 To-do 리스트 작성… 소셜미디어를 장악한 ‘댓 걸(That Girl)’과 ‘갓생’ 트렌드는 웰니스를 비싸고 어려운 목표로 둔갑시켰다.
이 유행은 인증샷 너머의 시간, 돈, 에너지, 노동을 은폐함으로써 많은 사람을 탈락시키고 실패를 개인의 의지 탓으로 돌리게 만들었다. 우리는 자신을 돌보는 일에도 유행, 효율, 경쟁, 생산성, 타인의 시선 따위를 의식하게 됐다. 그럴수록 몸과 마음의 허기는 오히려 깊어진다. 이런 현상 때문에 웰니스 피로감(Wellness Fatigue), 유해한 웰니스(Toxic Wellness), 웰니스 워싱(Wellness Washing)이라는 용어도 생겨났다. 우리가 동경하는 저 세련되고 화려하고 성실한 루틴은 사실 웰니스의 본질을 자본주의 문법으로 번역해놓은 볼거리에 불과하다.
진정한 웰니스는 비싼 회원권이나 장비가 필요한 ‘소비’의 영역이 아니다. 특정한 성과를 지향하는 ‘자기 계발’과도 다르다. 웰니스는 의외로 마케터나 유사과학 신봉자가 아니라 공공보건 전문가가 만든 용어다. 1950년대 미국 국립생명통계국장을 지낸 핼버트 던 박사는 ‘어떻게 하면 병을 고칠까?’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춘 웰니스 개념을 제시함으로써 공공의료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1976년 미국 국립웰니스 학회장 빌 헤틀러는 이를 체계화해 ‘웰니스의 6차원’ 이론을 제시했다. 신체, 정서, 지성, 사회, 직업, 영성이라는 6가지 요인이 웰니스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나 자신을 업데이트해야 할 시스템처럼 다루는 건 그만두고 웰니스의 본질로 돌아가자. 댓 걸이 아니어도 좋다. 리얼 걸로 충분하다. 그만 좀 열심히 살고 싶은 당신을 위해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0원 웰니스 실천법을 준비했다.

내 몸과 아침 인사 나누기
아침마다 요가 수련을 하고 주말마다 한강에서 조깅하고 피트니스센터에서 땀을 흠뻑 흘리는 건 물론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높은 목표를 세웠다가 좌절하는 일이 반복되면 자기 불신에 빠지기 쉽다. 위로하자면, 연구자들이 말하는 신체적 웰니스의 핵심 개념은 몸의 효율성을 높이고 자기 신체의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아침에 이부자리에서 화장실까지 가는 동안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내 몸을 점검한다는 기분으로 스트레칭을 해보자. 부기를 빼거나 근육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아니다. 유튜브의 ‘5분 스트레칭’ 같은 걸 따라 할 필요도 없다. 하루의 활동을 위해 신체를 예열하고 내 몸의 가동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므로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이면 된다. 목, 허리, 팔과 다리, 관절 마디마디, 피부 아래 모든 기관의 상태에 귀를 기울이자. 그러면 휴식이든 마사지, 운동, 식사, 그 무엇이든 뚜렷한 요구를 들려줄 것이다.
스마트폰 끄고 멍때리기
흠, 이게 간단하다고? 그게 그렇게 쉬우면 ‘스마트폰 중독’이란 말은 왜 있고 ‘디지털 디톡스’란 말은 왜 생겼게? 불신 가득한 당신을 위해 5초 눈속임을 제안한다. ‘스마트폰을 안 본다’가 아니라 ‘눈을 좀 길게 깜빡인다’는 느낌으로 눈을 감고 숫자를 센다. 목표는 5초 정도면 충분하다. 이 과정은 프로그램 30개를 한꺼번에 돌리느라 느리고 뜨끈하고 시끄러워진 컴퓨터를 재부팅하는 것과 비슷하다. 특히 잠들기 전에는 스마트폰을 멀리하는 편이 좋다. 잠은 뇌가 샤워를 하는 시간이다. 우리가 잠든 사이 뇌척수액이 뇌세포 찌꺼기를 씻어내고, 깨어 있는 동안 흡수한 정보들이 뇌 속에서 자동으로 재구성된다. 그런데 현대인의 숙면을 방해하는 가장 강력한 악당이 바로 스마트폰이다. 침대에 누워서까지 무한 스크롤을 하다 보면 블루라이트, 전자파, 도파민의 3단 공격으로 잠이 저 멀리 달아난다. 이럴 때도 ‘나는 스마트폰을 멈추는 게 아니야. 딱 5초만 눈을 감았다 뜨는 거라니까’라고 뇌를 속이는 게 도움이 된다.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점점 눈을 뜨기가 귀찮아진다. 그리고 당신은 잠에 든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
최고의 지적 웰니스는 독서인 거, 물론 안다. 하지만 “사람은 읽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은 노력을 하지 않아도 얻어지는 감각이지만 읽는다는 건 배워야만 할 수 있는 행동이다.” 매리언 울프 박사의 저서 <다시, 책으로>에 이런 말이 나온다는 것도 나는 유튜버 돌돌콩의 ‘책 진짜 안 읽던 내가 책 많이 읽게 된 방법’이라는 영상을 보고 알았다. 가십과 음모론이 넘쳐나는 유튜브에서 이런 채널을 팔로한다는 것만으로도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여기서 시작을 해보자. 교양만두, 이강민의 잡지사 등 핑계고 뺨치게 재미있는 에듀테인먼트 채널이 많다. 그중 유용한 것이 있으면 그날 들은 내용을 한 문장으로 정리를 해보자. 굳이 예쁜 종이에 메모해서 나중에 다시 볼 필요 없다. 기록하려는 욕심은 의무감으로 변질되기 쉽다. 머릿속으로 떠올리기만 해도 괜찮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가 습관이 되면 강의를 듣거나 책을 읽을 때도 도움이 된다. 내 머리를 거친 한 문장은 읽거나 따라 적은 100가지 정보보다 귀하다.

그럴 수 있다고 말하기
국민MC 유재석의 말버릇은 “그럴 수 있어요!”다. 패널이 황당한 발언을 해서 좌중이 동요하는 기색이 보이면 어김없이 이 말이 튀어나온다. “아 그럴 수 있어요! 그럴 수 있어!” 본인이 이해가 안 돼도 일단 저렇게 말을 하고 사정을 더 들어본다. 너무 생각이 없어서 타인을 함부로 평가하고 상처 주는 사람, 너무 생각이 많아서 작은 일에도 끙끙 앓거나 과잉 해석을 해서 일을 키우는 사람, 모두가 본받아야 할 태도다. 매일 감정 저널링을 하고, 나의 실패와 단점을 곱씹으며 반성하는 건 피곤한 일이다. 목숨 걸고 싸워야 할 거대한 불의가 아닌 이상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흘려보내는 것도 정서적 웰니스에 도움이 된다. 그럴 때 필요한 주문이 바로 저 문장이다.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그럴 수 있어’ ‘그 일은 안 되는 거구나. 그럴 수 있어’ ‘이곳의 룰은 이거구나. 그럴 수 있어’ ‘내가 실수를 했네? 그럴 수 있어’ ‘네가 나를 싫어해? 그럴 수 있어’. 생각이 부정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때 이 주문을 외워보자.
내가 먼저 친절하기
편의점 직원, 택배기사, 주차관리원 같은 느슨한 관계의 타인들이 보내는 친절한 말 한마디, 미소 한 번에 기분이 좋아지면서 ‘아직은 살 만하구나’ 느낀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세상이 너무 삭막하다고 불평하기 전에 내가 먼저 그 친절한 사람이 돼보면 어떨까? 이건 결코 일방적 시혜가 아니다. 서로 ‘저 인간이 진상일까 아닐까’ 탐색하는 관계에서 먼저 긴장을 깨고 게임 체인저가 됨으로써 타인을 내 페이스로 끌어들이는 건 자기 주도성을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친절해서 손해 보는 경우도 간혹 있겠으나 떡 하나라도 더 받게 되는 때가 사실은 더 많다. 미국 내과의사 앨런 룩스 박사는 <선행의 치유력>이라는 책에서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은 남을 도울 때 정서적 포만감을 느낀다. 이뿐 아니라 신체에도 몇 주간 긍정적 변화가 나타난다. 선행은 엄청나게 영웅적인 행위만 뜻하는 게 아니다. 하루 한 번 싹싹한 말 한마디, 작은 미소를 타인에게 건네는 것으로 시작해보자.

짧은 명상하기
보이기도 하고, 힙스터의 겉멋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명상은 스트레스 관리, 학습 향상, 건강 증진, 경기력 제고, 중독 치료, 심리 치료, 습관 교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효과가 검증된 실용적인 기술이다. 생활에서 간단한 명상을 시도해보고 싶다면 향초, 뉴에이지 음악, 티벳산 싱잉볼, 콤부차 따위는 잊어라. 앱 결제도 필요 없다.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눈앞에 보이는 게 무엇인가? 사실화를 그리는 화가처럼 색, 질감, 배치를 세밀히 관찰해보자. 귀에 들리는 게 무엇인가? 물건이 부딪혀 쨍그랑거리는 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 바람 소리 등 하나로 섞여 들리던 소리의 레이어를 분리해보자. 이곳의 냄새는 어떤가? 냄새 레이어마저 낱낱이 분리하고도 시간이 허락한다면 눈을 감고 내 호흡에 집중을 해보자.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호흡이 어디까지 전달이 되는지, 그때 내 가슴과 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느낀다. 이처럼 감각에 집중함으로써 우리는 순식간에 사방으로 분산된 신경을 끌어모으고 지금, 여기를 살 수 있다.
글
이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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