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미언 허스트 개인전 작품 비하인드 6 #국현미 #MMCA
왜 지금 데이미언 허스트인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확인한 순간들.
BY 에디터 김초혜 | 2026.03.20
Photographed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2026
미술 관계자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데이미언 허스트 전시가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다. “도대체 왜 지금인가.” 한때 동시대 미술의 중심에 있던 작가지만 최근 그의 이름은 예전만큼 자주 거론되지 않았고, 전시 기간 입장료 인상까지 겹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국립 기관이 흥행을 고려한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뒤따랐다. 포름알데히드에 담근 동물 사체와 살아 있는 나비를 사용하는 작업으로 윤리적 논쟁을 불러온 작가를 2020년대 한국의 국립 미술관이 대규모로 초대한 것이 적절한가 하는 질문 역시 이어졌다.

Installation view, Damien Hirst: Nothing Is True But Everything Is Possible (2026),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Photographed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Ltd.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2026.
그럼에도 국립현대미술관은 그를 선택했다. 쉽게 이동되지 않는 대표 설치 작품을 들여오는 데만 수개월이 걸렸고, 공개되지 않았던 최신 회화와 미완의 작업들까지 전시장에 들어왔다. 작가는 전시 준비 기간 내내 미술관을 오가며 직접 설치에 참여했으며, 일부 캔버스는 물감이 채 마르지 않은 상태로 걸렸다.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 논란만큼 볼 것도 많다.
1 죽음을 유리 수조에 가두다

Installation view, Damien Hirst: Nothing Is True But Everything Is Possible (2026),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Photographed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Ltd.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2026.
포름알데히드 수조 속 상어는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크게 느껴진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자극적인 충격보다는 묘한 정적이 먼저 다가온다. 유리 너머로 멈춰 있는 몸체는 마치 시간이 정지한 듯 보인다. 이 작품이 공개된 건 전 세계적으로 단 네 번이다. 1992년 사치 갤러리 초연, 뉴욕 소장가에게 판매된 이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대여 전시, 2012년 테이트 모던 회고전, 그리고 이번이다. 대여에만 6개월이 걸렸고, 운반과 보험 가입까지 쉬운 것이 하나도 없었다. 죽음을 물리적 경험으로 제시한 작품으로, 허스트가 199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핵심 주제를 가장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전시의 공기를 결정하는 첫 장면이다.
2 나비는 멀리서 보고, 다시 가까이 가봐야 한다
Installation view, Damien Hirst: Nothing Is True But Everything Is Possible (2026),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Photographed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Ltd.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2026.

ⓒ 데이미언 허스트, <신의 무능한 권능과 영광을 묵상하며>
처음에는 화려한 색채의 패턴처럼 보인다. 한 걸음씩 다가가면 그것이 실제 나비의 날개로 구성된 화면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빛의 방향에 따라 색이 미묘하게 달라지고, 화면은 정지된 이미지라기보다 살아 움직이는 듯 보인다. 수천 마리의 나비 날개가 중세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처럼 펼쳐진 삼면화다. 허스트가 반복적으로 다뤄온 생명과 덧없음의 감각이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작업이다. 아름다움과 동시에 생명을 재료로 삼았다는 불편함이 동시에 남는다.
3 어둠 속에서 더 빛나는 인간의 두개골

ⓒ 데이미언 허스트, <신의 사랑을 위하여>
조명이 낮은 전시실 한가운데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해골이 놓여 있다. 전시의 마지막 클라이맥스로 느껴지는 공간이다. 어두운 환경 속에서 표면의 반짝임이 더욱 또렷해지며 시선을 압도한다. 백금과 보석으로 장식된 물질적 화려함과 죽음의 상징성이 동시에 강조된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화려함보다 물질의 차가움이 먼저 느껴진다. 인간의 욕망과 영원성에 대한 질문을 가장 직접적으로 던지는 작품이다.
4 전시장 한가운데 등장한 ‘진짜 같은 약국’

Installation view, Damien Hirst: Nothing Is True But Everything Is Possible (2026),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Photographed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Ltd.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2026.

Installation view, Damien Hirst: Nothing Is True But Everything Is Possible (2026),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Photographed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Ltd.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2026.
전시장을 걷다 보면 약장과 약병으로 가득한 공간이 등장한다. 실제 약국처럼 정리된 이 공간은 작가가 1998년부터 6년간 런던에서 실제로 운영했던 '약국' 콘셉트 레스토랑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외관도 내부도 진짜 약국과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고 한다. 허스트의 대표적인 '약장 시리즈'는 과학과 의학을 현대 사회의 새로운 신념 체계처럼 다루는 작업으로 평가된다. 차갑게 정리된 약병과 기구들은 치료의 공간이라기보다 하나의 질서와 믿음의 구조를 연상시킨다. 전시는 이 지점에서 죽음의 문제를 넘어 사회 시스템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5 전시 직전까지 물감이 마르지 않았던 작업실
Installation view, Damien Hirst: Nothing Is True But Everything Is Possible (2026),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Photographed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Ltd.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2026.
2층 전시 공간에는 작가의 런던 작업실을 재현한 공간이 마련됐다. 미완성 상태의 작품들도 함께 공개됐고, 일부 캔버스는 물감이 채 마르지 않은 상태였다. 허스트는 "도저히 그림 그리는 걸 멈출 수 없다"며 전날 밤늦게까지 작품의 마지막 터치를 이어갔다고 한다. 원래 계획보다 더 많은 작품을 사비로 가져왔고, 지금도 그 소파에서 자고 물감 냄새를 맡는 상태가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완성된 결과보다 현재 진행 중인 작가의 상태를 마주하게 되는 장면이다. 거울에 있는 ‘사랑해요 대한민국’ 글자는 작가가 직접 이번 전시를 위해 물감으로 쓴 것.
6 처음부터 다시, 허스트가 시작된 자리

Installation view, Damien Hirst: Nothing Is True But Everything Is Possible (2026),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Photographed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Ltd.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2026.

ⓒ 데이미언 허스트, <자화상>

Installation view, Damien Hirst: Nothing Is True But Everything Is Possible (2026),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Photographed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Ltd.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2026.

Installation view, Damien Hirst: Nothing Is True But Everything Is Possible (2026),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Photographed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Ltd.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2026.
전시의 시작은 대표작이 아니다. 10대 시절 병리학 서적을 집착적으로 수집하던 청년이 그 안의 이미지들을 오려 붙인 콜라주, 골드스미스 재학 시절 자신의 이름 철자를 재배열해 수놓은 데님 셔츠 한 벌이다.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데 무엇을 그려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 앞에서 콜라주가 돌파구가 됐다고 작가는 말했다. 이 초기작들을 먼저 보고 나면 상어도, 해골도, 약장도 다르게 읽힌다.
이번 전시는 논란을 해소하기보다 다시 불러낸다. 강렬한 장면과 상징적인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왜 지금 이 전시를 봐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이 전시를 '회고전'이 아닌 '개인전'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거기 있다. 허스트는 계속 변해가고 있다.
* <데이미언 허스트 :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는 3월 20일부터 6월 2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다.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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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미언 허스트 :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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