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ER ART NOW : 김아영
《스펙트로신테시스 서울》이 제시하는 퀴어 미술의 동시대적 좌표. 김아영의 시선을 통해 그 스펙트럼을 탐색한다.
BY 에디터 김초혜 | 2026.03.31
김아영 역사와 미래를 다차원픽션으로 엮어내는 미디어 아티스트.
김아영은 지금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한국 작가다. 작년 LG 구겐하임상, 아트 리뷰 ‘2025 파워 100’, 샤넬 넥스트 프라이즈 2026 등을 휩쓸며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딜리버리 댄서> 속 배달 플랫폼, 알고리즘, 압축된 시간 속 불안은 수많은 관람객을 뒤흔들었다. 모두가 공감하는 불안. 하지만 누군가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놓쳤다. 이 작품이 사랑 이야기라는 거다. 에른스트 모와 엔 스톰, 두 여성 배달 라이더는 다중 세계를 떠돌며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여성 퀴어는 안 보였어요. 보이지 않는 노동처럼.” 김아영은 거대한 불가항력 앞에서 나부끼지만 존엄을 잃지 않는 주체들에 주목한다. “재미없으면 어떻게 해요, 이 힘든 일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자신의 세계를 펼쳐내는 김아영에게 세계와 사랑, 그리고 존엄에 대해 물었다.
전 세계가 김아영의 이름을 부른다. 작년 한 해 어떻게 지냈나?
비명을 지르는 일정이었다. 기쁘고 감사하면서도. 베를린, 서울, 뉴욕, 리야드를 오갔고 개인전을 4번 했다. M+ 미술관 파사드 커미션, 퍼포마 비엔날레 모션 캡처 퍼포먼스까지. 이런 시기가 인생에 있을 수도 있구나. 너무 신기했고, 초현실적이었다. 그런데 이게 계속될 수 있는 건 아니잖나. 지난 12월과 1월은 조용히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다시 시작됐다. 휘몰아침이.
관객이 당신의 작업에 이끌리는 이유는 뭘까?
배달 플랫폼이나 알고리즘이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시간에 쫓기는 불안감. 나라마다 배달 문화가 달라도 그 감각은 통하더라. 반면 게임 엔진 미학이나 생성형 AI 접목에 거부감을 느끼는 관객도 있다. 아방가르드 영화 미학을 오래 지지해온 분들이었다. 그 부분도 굉장히 흥미롭다. 좋은 작업은 바로 수용되는 작업이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딘가 계속 불편함을 안겨주고, 자꾸 저항감을 줘야 한다. 그래야 의미가 생긴다.
<딜리버리 댄서> 반응이 뜨겁다.
팬데믹 때 작업실에서 못 나가고 매일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면서 처음 궁금해졌다. 저 사람들은 어떤 루트로 움직일까. 우리가 가는 곳이랑 다른 곳으로 갈 것 같은데. 그 사소한 궁금증에서 시작해서 직접 라이더분 바이크 뒷좌석에 탔다. 서울 토박이인 내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골목들을 그분들은 매일 다니고 있었다. 플랫폼이 생기면서 이전엔 없었던 노동의 종류가 나타났다. 분초 단위로 관리되는 삶. 활발하게 거리를 점령하고 있는데 아무도 보지 않는 사람들. 그 보이지 않는 노동이 연작의 출발점이었다.
왜 여성 라이더일까?
라이더들은 활발하게 거리를 수놓고 있는데 잘 보이지 않는다. 그중 여성 라이더는 그 안에서도 더 안 보이는 존재다.
작업 전반에 소외된 존재들에 대한 관심이 계속 있다.
어렸을 때부터 아시아 사이버펑크 미감에 열광했다. <블레이드 러너> 같은 영화에 매혹됐는데, 성장하면서 깨달았다. 그 할리우드 사이버펑크 영화들이 아시아를 매혹적인 배경 장소로 채용하지만 아시아 주체는 소거되거나 항상 수동적인 캐릭터로 그려진다는 걸. 거의 10년 전부터 내 작업에는 인종과 젠더와 국적을 뛰어넘는 알 수 없는 존재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기술을 어떻게 바라보나?
거부하기엔 우리 삶에 너무 깊이 들어와 있다. 한번 개발된 기술은 막을 수가 없다고 과학자들한테 들었다. 생물체처럼 저절로 증식하기 때문에. 인터넷도, 앱이라는 생태계도 그랬다. 언젠가 거부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결국은 수용하게 됐다. AI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그걸 어떻게 이해하고 거기에 목소리를 얹을 수 있냐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이해해야 한다. 지금은 삶이 3배쯤 압축된 밀도를 갖게 됐다.
압축된 삶이 즐겁던가?
전혀. 끔찍하다. 하하. GPS가 생기기 전엔 하루에 만날 수 있는 약속의 수, 돌아다닐 수 있는 장소가 한정돼 있었다. 우리 의 세포와 바이오리듬이 그런 나노 단위의 시간을 받아들일 수 없게 돼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이번 아트선재 전시에서는 <딜리버리 댄서> 연작을 선보인다. 어떻게 읽히길 기대하는가?
많은 사람이 노동으로 읽거나, 문화로 읽곤 했다. 그런데 이번 전시는 관객들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퀴어들의 문화에 관한 전시라는 걸 알고 온다. 드디어 이 연작이 제대로 읽히겠구나 싶었다. 선프라이즈 파운데이션 소장작인 월페이퍼 〈다시 돌아온 저녁 피크 타임〉은 한국에서 처음 전시된다. 두 여성 주인공이 목덜미를 잡아채고 이글거리는 눈으로 노려보는 장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뒤에서 끌어안는 장면, 배달 바이크를 세워놓고 모퉁이에서 접선하는 것 같은 장면. 그 눈빛에 증오만 있는 게 아니다. 너무 많은 욕망이 있다.
그런데 작품을 보면서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퀴어 문화에 대한 리터러시 자체가 없는 거다. 딜리버리 라이더들이 거리를 수놓고 있어도 그 노동이 안 보이는 것처럼. 똑같다. 여성 퀴어의 목소리도 그만큼 안 보이는 거다. 퀴어의 목소리는 늘 더디게 온다. 그 안에서도 위계가 있다. 남성 퀴어가 먼저 중심화되고, 여성 퀴어는 그다음이다.
<딜리버리 댄서>를 게임으로도 확장했다.
게임 엔진 안에 을지로, 낙원상가, 청계천 주변을 직접 스캔해서 서울 거리를 재현했다. 거기서 플레이어는 계속 길을 잃는다. A 지점을 찾으면 B로 가라 한다. B로 가면 C로. 다 따라가면 결국 무중력 미로 속에 빠지고, 화면에 문장이 뜬다. “너는 영원히 도착할 수 없어.” 좌절을 위한 게임이다. 그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방식이니까.
도착할 수 없는 주인공 이야기인가?
에른스트 모와 엔 스톰이 서로가 서로의 다른 버전이다. 어쩌다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게 됐고, 서로 너무 사랑하게 됐는데 다중 세계의 조건은 그 같이 있음을 영속할 수가 없다. 시공간에 구멍이 뚫리면 만나게 되지만 그게 영속할 수 없어서 또헤어지고. 만났다 헤어지고를 무한한 시간 속에서 반복하는 너무 슬픈 사랑 이야기다.
Ayoung Kim, , exhibition view Hamburger Bahnhof – Nationalgalerie der Gegenwart, 28.2. – 20.7.2025 © Courtesy Ayoung Kim & Gallery Hyundai / Nationalgalerie – Staatliche Museen zu Berlin(Photo Jacopo LaForgia, 2025
다음은 어디로 향하나?
올가을에 <딜리버리 댄서> 연작의 마지막 게임을 완성한다. 4년 동안 쌓아온 월드들, 홍콩 거리와 쇼핑몰 내부, 물류센터, 서울 골목들을 통합해서 여러 챕터를 이동하는 게임이다. 아마 이게 이 연작의 마무리가 될 것 같다. 그리고 4월엔 슈미트 해양연구소 탐사선에 올라탄다. 드디어 작업실을 떠나는 거다. 심해 생물 연구팀이랑 2주 동안 바다 위에서 레지던시를 한다. <딜리버리 댄서>가 보이지 않는 지상의 물류를 다뤘다면, 이제 바다 위와 아래의 이동이 궁금해졌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전 세계 유조선이 멈추고 유가가 폭등하잖나. 보이지 않는 흐름이 어디로 가는지 보게 될 거다.
당신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호기심. 한 치 앞을 예측하기보다 안테나를 곧게 세우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에 촉각을 두며 부유한다. 결국 재미있어야 하지 않을까. 인생은 너무 짧으니까.
여태까지의 작업을 돌아보면 김아영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 앞에서 나부끼는 주체들의 이야기다. 전쟁이든, 기술이든, 지정학이든. 그 불가항력 앞에서 어떻게든 맞서 극복하려 애쓰는 존재들. 〈다공성 계곡〉을 작업할 때 예멘 난민 분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출연도 부탁드렸다. 작업 과정에서 정말 감동받았다. 분명한 존엄성이 있었다. 세상이 날 후려치는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서도 존엄을 잃지 않는 것. 그게 느껴지더라. 아름다웠다. 존경스러웠다.
사랑과 존엄이 가장 중요한가?
그렇다.
사진
Ayoung Kim, Still image from 〈Delivery Dancer Simulation〉, game simulation, approx. 12min, 2022, Courtesy of the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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