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세계를 유영하는 프란츠
눈에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과 음악에 대해 끝없이 탐구하고 또 탐구한다. 출판사 프란츠는 집요하게도 그것들이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하고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꺼내 보인다.
BY 에디터 김화연 | 2026.04.07
김동연 프란츠에서 진행하는 책, 오프라인 프로젝트 등의 큰 그림을 기획한다. 음악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평생에 걸쳐 탐구하는 중이다.
신잔디 프란츠의 오프라인 공간인 ‘아파트먼트 프란츠’의 공간 매니저이자 프란츠가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이뤄질수 있도록 과정 전반을 세심하게 살핀다.
책을 내기도 하고 굿즈를 만들기도 하죠. 프란츠는 무엇을 하는 출판사인가요?
잔디 프란츠는 음악과 예술에 관한 책을 펴내는 출판사예요. 다양한 물성을 통해 음악을 좀 더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도록 음악에서 영감을 얻은 굿즈도 만들고요. ‘아파트먼트 프란츠’라는 공간도 운영하는데, 음악 강연이나 하우스 콘서트, 또 음악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를 전개하고 있어요.
동연 ‘아름다움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그 아름다움을 하나의 물성에 담아내려는 회사라고 생각해요. 사실 음악이라는 것은 보이지 않는 예술이잖아요. 그래서 그 음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계속 탐구하고 알아가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프란츠에서 선보이는 책들은 ‘아름답다’는 평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책을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동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그 책에 맞게 만드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 번역서를 출간한다고 했을 때, 이 책을 가장 ‘이 책답게’ 번역해줄 사람은 누구일지 고민해요. 그다음에는 번역된 문장을 가장 잘 다듬어줄 편집자가 누구일지 생각하고, 그다음으로는 이 책의 외관을 가장 아름답게 완성해줄 디자이너를 찾습니다. 그 이후에는 디자이너와 깊은 대화를 나누며 ‘이 책다운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이야기해요. 프란츠가 출간한 책 중 많은 분이 좋아해주시는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를 예로 들면, 이브 생 로랑에 관한 책이기 때문에 판형부터 남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만져지는 책의 촉감도 신경 썼고요. 표지에 삽입한 컷도 원서에서 사용했던 것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디자이너와 저는 이 사진이 꼭 들어가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여러 번의 시도 끝에 허가를 받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프란츠에서 선보이는 책들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잔디 제가 생각하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앞서 김동연 대표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 책을 가장 그 책답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프란츠의 책들은 책이 가진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책이야말로 혼자서 가장 농밀하게 즐길 수 있는 편안한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공연장에 가서 공연이나 연극을 보거나 영화를 관람하는 것에 비해 비교적 과정이 간편하고, 독립적인 행동이니까요. 물론 그런 것들도 혼자서 할 수 있고 요즘은 독서 모임같은 활동도 많지만요.
동연 신잔디 매니저님 말씀처럼 독서가 굉장히 내밀한 행위라는 점에 저도 동의해요. 요즘은 내가 어떤 책을 읽는지 누구와도 공유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잖아요. 그래서 북 커버를 사용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렇지만 프란츠에서 내는 책은 굳이 숨기고 싶은 책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만들고 있어요. ‘나 이 책 읽고 있어요’ ‘이런 취향을 가지고 있어요’라고 보여주고 싶은 책이었으면 좋겠어요. 또 오랫동안 곁에 두고 보고 싶은 책이길 바랍니다.
프란츠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동연 저는 오랫동안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바이올린을 처음 배울 때 사용했던 교재를 선생님이 된 뒤에도 그대로 사용한다는 점이 답답했어요.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 교재만은 그대로 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학생들에게 맞는 교재를 누가 만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서점에 자주 들렀는데, 아무도 내지 않더라고요. 하하. 그래서 제가 직접 원고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하지 않으면 내가 하자는 결심이 선 거죠. 그때 처음알았어요. 생각이 생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기획해 책이라는 물성으로 만들어내는 일의 매력을요. 그것이 계기가 돼 프란츠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프란츠를 이야기할 때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를 빼놓기는 어렵죠.
동연 많은 사랑을 보내주셔서 감사하죠. 저는 개인적으로 이브 생 로랑의 파트너였던 피에르 베르제에게 관심이 많아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무실 한쪽에 이브 생 로랑의 친필 편지도 소장하고 있고요. 두 사람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이들이 얼마나 탁월한 취향과 안목을 가졌는지 알게 됐어요. 그러다 자연스럽게 그의 책을 찾아보기 시작했죠. 마침 피에르 베르제가 쓴 책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바로 판권을 검색해봤어요. 보통 이런 좋은 책은 이미 한국에 번역 출판된 경우가 많은데, 정말 운명처럼 아직 출간되지 않았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판권 계약을 진행했습니다.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된 순간, 만약 판권을 확보할 수 있다면 프란츠에서 꼭 출판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용을 검토해보니 아름답기만 한 책은 아니었어요. 이렇게까지 솔직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인간의 다면성을 담고 있어서 더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다만 그동안 프란츠에서 음악에 관한 책을 주로 출간해왔기 때문에 독자분들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고민이 있었어요. 물론 책 속에 음악 이야기도 있지만 중심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 책이 프란츠의 10번째 책이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10번째’ 라는 의미도 있으니 소개해도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잔디 사실 이 책은 출간하자마자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어요. 독자분들의 입소문으로 SNS에 소개되면서 주목을 받게 됐거든요. 지금까지도 꾸준히 언급되고 사랑받고 있으니 어떤 면에서는 감동적이에요. 좋은 책을 만들면 언젠가는 독자들이 알아봐주신다는 걸 알려준 책이라 고맙기도 하고요. 지난주에는 13쇄를 찍었어요.
기억에 남는 독자분들의 코멘트도 있나요?
잔디 자기 전에 머리맡에 두고 한 장씩 읽는 것이 루틴이라고 소개해주신 분이 계셨는데, SNS에서 굉장히 많이 바이럴이 됐어요. 그 뒤에 북 페어에 나갔을 때 저희 책을 보신 분들이 “저거 그 책이잖아, 자기 전에 읽는 책”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무언가 대명사가 된 느낌도 들고 반가웠어요. 책을 알아봐주신다는 것 자체가 정말 기쁜 일이니까요.
동연 저는 방송인 최화정 님이 이 책을 욕실에 두고 읽는다고 하신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저희도 욕실이라는 공간에 이 책을 둘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특별하게 느껴졌고요. 또 하나 “옆에 다른 사람이 있을 때는 읽지 말고 혼자 있을 때 읽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기억나네요.
완성본을 처음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동연 솔직히 말하면 완벽하다고 생각했어요. 내용도 내용이지만 겉모습도, 책의 촉감도 정말 모든 것이 ‘딱 맞는다’는 느낌이었거든요. 몇 년이 지나도 ‘이렇게 만들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가 남지 않는 책이에요. 하하.
잔디 이 표지는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책을 다 읽고 나면 또 다른 모습이 보이는 매력이 있어요. 영화의 결말을 알고 나면 다르게 보이는 장면이 있는 것처럼요. 완독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감정도 전해지는 듯하고요. 이 책에 담긴 아름다움이 잘 드러난 표지예요.
월례 음악 감상 모임 ‘살롱 골드베르크’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고요.
동연 살롱 골드베르크는 1년 동안 한 곡을 정해 한 달에 한 번 모여 듣는 형식으로 진행해요. 2019년 가을에 이 공간을 오픈했고, 2020년 1월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열었어요. 코로나 시기에는 온라인으로 했죠. 처음 시작은 클래식 음악과 관련된 활동을 많이하다 보니, 클래식 음악이 가진 진입 장벽에 대해 고민하면서였어요. 음악은 듣는 예술인데 왜 꼭 공부를 해야만 즐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강제성을 조금 두고 ‘듣기만 해도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가벼운 마음에서 출발했어요. 음악은 찾아 듣기도 쉽지만 끄기도 쉽잖아요. 긴 작품은 40분 정도 계속 들어야 하는데, 연주회가 아닌 이상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1년 동안 한 곡만 정해서 매달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이 기획을 말했을 때 주변에서는 다들 말렸어요. 왜 1년이냐, 너무 지겹다, 6개월만 하라는 이야기였죠. 하지만 저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1년은 해야 한다고요. 같은 곡을 1년 12번 모여 듣는 모임의 회차가 거듭될수록 참가자분들의 변화가 보이는 것도 흥미로워요. 처음 오신 분들은 낯설어하지만, 여름쯤 되면 좋아하는 구간이 생기고 음악을 즐기시는 모습이 눈에 띄어요. 연주자 간의 차이도 들리기 시작하고요. 이 과정을 보면서 꼭 기법이나 배경을 알지 못하더라도 음악을 즐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음악을 이해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공간을 운영하는 한 살롱 골드베르크는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
또 인상 깊었던 프로젝트도 있을까요?
동연 이 공간에서 ‘예술의 세계’라는 강연 시리즈도 운영해요. 지금까지 11회 정도 진행했는데, 첫 시작은 김애란 작가님이 ‘소설의 세계’를 주제로 맡아주셨고, 조규찬 선생님이 ‘보컬의 세계’를 이야기해주시기도 했습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평생 몰두해온 세계를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자리인데요, 그 세계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고민을 해왔는지 느낄 수 있어서 저 역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잔디 이렇게 말씀하시니까 저도 떠오르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보통은 직업 세계에 대한 예술관을 듣는 자리였다면, 작년 12월에는 조금은 특집처럼 박준우 셰프님과 ‘디저트의 세계’를 진행했어요. 함께 요리를 하고 맛보며 연말 파티처럼 시간을 보냈는데요, 오감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정말 기뻤어요. 공간을 운영하면서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인터뷰 내내 음악이라는 키워드가 빠지지 않았어요. 두 분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인가요?
잔디 헤어짐을 예측하지 않아도 되고 죽을 때까지 같이 함께 가는 친구? 하하. 저와는 뗄 수 없을 것 같아요.
동연 저도 비슷한데, 평생에 걸쳐서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존재라 생각해요. 음악이라는 걸 알고 싶어서 이런저런 노력을 하고 있으니 죽을 때가 돼서는‘아 이게 음악인가 봐’ 느끼고 떠났으면 좋겠어요.
이 봄, 추천하는 책과 한 구절

잔디 나무를 보고 피아노를 상상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어요? - <스타인웨이 만들기> 중

동연 봄이 되면 가장 먼저 찾아오는 손님은 동부파랑지빠귀와 울새다. 그중에서도 지빠귀는 늘 한발 앞서 도착한다. - <야생 숲의 노트> 중
사진
안건욱, fra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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