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취향 집 찾기 ② 에디터 박찬용의 서울 집 고치기
자신다운 집에 산다는 것은 결국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를 구체적으로 마주하는 일이다. 취향을 찾는 여정을 지나 각자의 방식으로 집을 완성한 사람들의 ‘집’에 대한 고백.
BY 에디터 김초혜, 김초혜 | 2026.04.08
가구도 벽에 맞춰 자작나무로 제작했다.
PARK CHAN YONG 잡지 에디터 출신 프리랜서 에디터. 남성 잡지 피처 에디터로 주로 일했다. 책 <서울의 어느 집>을 썼다.
서울의 어느 집 고치기
2018년 초 나는 당시 내가 갖고 있던 모든 걸 투입해 낡은 집 하나를 샀다. 몇 년 동안 모아온 종잣돈을 다 털어도 돈이 모자랐다. 그래서 집을 사기 위해 상품을 하나 더 사야 했다. 대출이라는 금융상품을. 집도 대출도 내 삶에서 별로 구입해 볼 일이 없는 상품이었다. 그 덕에 고민을 많이 해볼 수 있었다. 고민의 종류는 내가 고가품 앞에서 하는 다른 생각과 비슷했다. 내가 이 물건을 사야 할까? 나는 이 물건을 사서 무엇을 하려 할까?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더 근원적인 질문이 필요했다. 나는 생각 끝에 질문을 바꿔보았다. 나는 서울에 집을 사야 하는가? 뒤집어 생각하면 이거다.
서울 아닌 다른 권역에서, 집을 구매하는 대신 전월세 등의 거주 계약을 이행하며 살아도 되는 것 아닐까? 여기서 내가 내린 답이 ‘서울에 집을 사서 살아야 한다’였다. 서울이 좋아서라거나 집을 갖고 싶어서가 아니다(여전히 둘 다 아니다). 서울에 집을 사면 돈을 벌 것 같아서도 아니다. 내 직업인 에디터 일이란 걸 하려면 현실적으로 서울이 가장 편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살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으므로 집을 샀다. 한국이 망하지 않는 한 서울의 집값은 오를 것이다. 서울의 집값이 계속 오르는데 한국이 저성장시대에 접어든다면 세입자들의 목돈을 맡아주는 구조의 전세는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내 직업으로 일하려면 서울에 있어야 한다. 서울에 머무르는데 계약 등으로 흔들리고 싶지 않다면 집을 사야 한다. 그게 내 결론이자 모든 집수리의 시작이었다. 내 예산에서 집을 사려면 수리가 필요할 만큼 낡고 저렴한 것을 고를수밖에 없었다. 집을 사고 수리하는 내내 예산엔 한계가 있었지만 그건 슬픔이 아니라 변수일 뿐이었다. 어차피 처음부터 돈을 바란 삶이 아니었으니까. 나는 에디터를 직업으로 택할 만큼 현실감각이 없었지만 에디터 일을 하며 돈을 벌기를 바랄 만큼 멍청하지는 않았다. 내 분수껏 살 곳이 있으면 그 곳으로 충분했다. 낡아서 싸고 뼈대가 튼튼해 오래갈 집. 서울 시내와 적당히 가까운데 개발이 정체돼 녹지가 남아 있는 곳. 그런 동네를 찾아 지금 사는 서대문구로 왔다.
취향 어쩌고 이런 건 이 집을 구성하는 아주 작은 일부다. 실제 내가 집수리에서 고민했던 건 철거와 배관, 전기 등 각 공사의 실행 가능성, 하자 여부, 각 공정 소요 시간을 잘 조절해 시간 낭비를 최소화하는 일이었다. 나는 이 면에서 크게 실패했다. 철거 공사 다음 배관 공사, 그다음 전기와 창문 공사로 이어지는 각 전문가의 모든 일정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 게다가 나의 에디터 일도 꽤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 결과 공사를 완료해 집으로 들어가기까지 주택 구매 이후 6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현장에서 시간은 돈이다. 시간이 지체되면 돈도 들고 마음도 쓰인다. 나도 결과적으로 공정 하나의 일정이 크게 뒤틀려 1년 반 정도 집수리 자체를 멈춰야 했다. 그런 단점이야 쉽게 상상하실 수 있을 테니 이번엔 장점을 짚어보려 한다. 물론 여기도 장점이 있다. 일단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있었다. 어디에 무엇을 놓을지 고민하는 시간. 집에 들어가는 각종 하드웨어를 찾을 시간.
나는 한국에 잘 없는 악성 재고 인테리어 자재를 찾아서 시공했는데 이건 시간이 걸려야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보통 현장에서 이런 공사를 진행해주시는 분들이 계신다. 인테리어 회사나 동네 집수리 사장님들이 하는 일이 그렇다. 그런 분들은 전문성이 있는 동시에 나와 의견이 안 맞을 수도 있다. 수리 초반에는 집수리 사장님이 없었으니 오히려 내가 원하는 대로 공간을 구획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후반부에는 사장님을 모시고 비용을 지불하며 수리를 진행했다. 내가 할 때의 한계와 집수리 사장님을 모실 때의 장점을 몸으로 두루 알게 된 덕이었다.
집수리 과정에서 각 절차를 진행하는 개별 전문가의 일정이나 공정 관리, 다양한 변수에서의 대응 등을 생각하면 비용을 들일 가치가 충분했다. 집수리가 내게 알려준 큰 교훈이 있다. 어떤 일의 장단점을 글로 보거나 남에게 듣는 일과 내 자원을 들여 체험하는 건 전혀 다른 일이다. 적어두면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이 역시 겪지 않으면 모른다. 내비게이션을 보고 간 길은 나중에 기억나지 않는 것처럼. 이런 교훈을 몸에 새겨가며 집수리가 진행됐다. 그동안 세계는 코비드-19를 지나보내고 한국은 몇 번 정권이 바뀌었다. 이 모든 일이 내 집에 조금씩 영향을 미친 결과 나는 2024년 초 드디어 입주했다.
이때쯤 인테리어의 원칙도 정립됐다. 1)집의 원형을 최대한 존중하며 2)가짜 무늬가 없이 3)튼튼한 소재로 만들어 4)견고하게 오래가는 집. 원칙 1 때문에 집의 구조를 바꾸는 철거는 가능했음에도 하지 않았다. 원칙 2가 주요 인테리어 소재를 고를 때 큰 도움이 됐다. 원칙 3의 튼튼한 소재는 원칙 4의 견고하게 오래가는 집의 재료다. 그래서 이사 걱정 없이 오래가는 편안한 집을 만들고 싶다. 이게 내 바람이었다. 시간을 들여 원칙을 갖게 된 뒤에는 여러 가지가 편해졌다. 집을 채우는 과정에서도 저 원칙에 입각해 물건을 정했다. 어딘가에 적어둔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그리 고르게 됐다. 큰 가구부터 작은 스툴까지.
나는 모든 가구를 한 브랜드나 한 가게에서 맞추지 않았다. 시행착오도 많았다. 그러나 내가 만든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는 게 없었다. 그 덕에 결과적으로는 어느 정도의 시각적 통일성을 이룬 게 아닌가 싶다. 시행착오가 낳은 의외의 효과도 있다. 미디어 노출. 나는 이 집에 들인 낭비가 너무 많아서 ‘이 집에 대한 책이라도 내서 나의 손실을 벌충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앞서 언급한 원칙과 기준 등 나름 독자께 드릴 정보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울의 어느 집>을 쓰기 시작했다. 기왕 나온 책이 팔리면 좋으니 미디어 노출에도 적극적으로 응대했다.
그러다 보니 잡지나 방송인 김나영 씨가 운영하시는 유튜브 채널 등 (내 기준엔) 여러 채널에 노출됐다. 그게 책 판매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일을 요약해본다. 서울에서 건강하게 오래 살아보기 위해 모자란 능력과 보잘것없는 재주로 어떻게든 애쓰다 보니 일어난 일들이었다. 나는 여전히 모자라고 보잘것없는 채 이 집의 이것저것을 고치며 살고 있다. 아마도 그렇게 고치며 사는 게 내 적성인 모양이다. 집이든 삶의 패턴이든. 돌아보니 이 집을 고친 과정에서 나 자신도 많이 고쳐진 것 같아서다.
글
박찬용
사진
김잔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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