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의 재발견

인류의 가장 오랜 웰니스 비법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사우나 붐은 오는가.
BY 에디터 김화연 | 2026.04.10
 사우나이미지
“사우나와 독주, 타르로도 고치지 못하는 병이 있다면 그것은 죽을 병이다.” 인구가 550만 명인데 사우나가 330만 개 있다는 핀란드의 속담이다. 물론 사우나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특히 독주를 마신 후의 사우나는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행위다. 하지만 그들의 정신에는 공감이 간다. ‘사우나’라는 용어 자체가 핀란드어 ‘목욕’에서 유래한 만큼 그들이 종주국 대우를 받고 있지만 사실 수증기로 몸을 데우는 목욕 방식은 전 세계 여러 문화권에서 수천 년간 전승된 것이다.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구덩이에 돌을 쌓아 모닥불을 지피는 형태의 청동기 한증막 유적이 발굴됐다. 오스만 제국의 하맘, 마야 문명의 테마스칼, 러시아의 바냐, 일본의 무시부로도 수증기를 활용한다. 이들 사우나는 때로 영적인 의식의 일부였고, 사교와 소통의 매개였으며, 또 다른 핀란드어 속담처럼 ‘가난한 자의 약국’이었다. 그러니 웰니스가 시대의 과제이자 유행어로 떠오른 지금 사우나가 다시 주목받는 건 놀랄 일이 아니다. ‘고인 물’이라는 표현은 사우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이중의 의미를 지닌 치욕스러운 말일 수 있다. 하지만 실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이야기해야겠다. 요즘 사우나는 고인 물 가득하던 쇠락한 장르에 모처럼 뉴비들이 유입되면서 문화가 바뀌는 단계에 있다고.
다시, 사우나
지난 2월 뉴욕에서는 ‘제1회 사우나 페스티벌’이 열렸다. 윌리엄스버그 해안가에 위치한 15군데 사우나에서 3주 동안 온갖 웰니스 프로그램이 전개됐다. 예술가, 작가, 과학자들의 강연과 라이브 공연, DJ 파티 등 문화 이벤트도 풍성했다. FKK(Freikörperkultur, 자유로운 신체 문화)를 지향하는 베를린의 혼성 누드 사우나에는 젠지들이 줄을 선다. 영적 웰니스를 중시하는 발리에서는 사운드 힐링과 명상을 사우나와 결합한 천연 허브 한증막 돔과 테라피스트의 지도 아래 냉각 요법과 증기 요법을 오갈 수 있는 바이오해킹 시설 등이 생겨났다. 도쿄에서는 폐업 위기 목욕탕을 크라우드펀딩으로 부활시키고 수제 맥주 바와 LP 라운지를 추가한 고마에유가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과거 일본 사우나들과 달리 고마에유는 타투를 문제 삼지 않는다. 16년 전 에스토니아 오테패에서 지역 사우나와 관광 홍보를 위해 시작한 유럽 사우나 마라톤은 점점 판이 커지더니 올해는 20개국, 900여 명이 참가하고 전 세계 미디어에 보도되는 대형 축제로 거듭났다. 참가자들이 4인 1조로 팀을 이뤄 지도에 표기된 사우나를 찾아다니고, 한 장소에서 전원이 3분 이상 사우나를 즐겨야 득점이 인정되며, 제한된 시간 안에 가장 많은 사우나를 방문한 팀이 우승하는 대회다. 웰니스와 커뮤니티라는 공중목욕탕의 오랜 기능을 시대에 맞게 업그레이드하려는 움직임은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역시 사우나가 자리 한다. 영업 사원들의 비밀 접선 장소나 운동선수들의 긴급 체중 감량을 위한 치트 키, 돈많고 시간 많은 사장님과 사모님들의 힘 안 드는 자기 관리 비법 정도로나 여겨지던 사우나가 최근 몇 년간 소셜미디어를 위한 여행과 아카이빙의 테마로 떠올랐다. 그렇게 커뮤니티가 형성됐고, 이제 그 관심을 상업화하려는 시도도 이어진다.
사우나 크리에이터의 등장
한국 사우나 커뮤니티 ‘먼데이사우나’는 사우나 월드맵을 통해 세계 사우나 지도와 사용자 후기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그들의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는 1400여 명의 사용자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한다. 인스타그램에서는 퇴근 후 도쿄 사우나 투어, 치앙마이에서 아이스 배스를 즐길 수 있는 피트니스 클럽, 방콕 도심의 노천탕 등 여행 잡지 못지않게 충실하고 전문적인 콘텐츠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먼데이사우나는 최근 서울드래곤시티, 서울모닝커피클럽과 함께 ‘SMCC 사우나 에스프레소 챗’을 개최하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의 고독한 사우너(@godoghan_sauner)는 먼데이사우나와 비교하면 정말이지 고독해 보인다. 팔로어가 6만9000여 명이지만 커뮤니티 활동 없이 혼자 우직하게 국내외 사우나 탐방을 다니고 리뷰를 쓴다. ‘내 돈 주고 흘린 땀만 리뷰합니다. #내돈내땀’이 모토다. 그런데 ‘사우나에 월급 태우는 직장인’이라는 프로필이 무색하게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다. 매주 한 번씩 전국 방방곡곡의 목욕탕을 찾아가고, 일본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스위스, 독일, 태국에 가서도 독특한 사우나 체험을 거르지 않는다. 2025년 한 해 동안 사우나 입장료로 쓴 돈만 700만원이라고. 피드를 보고 있으면 그 열정 때문에 감동이 밀려올 정도다.
네이버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한국 사우나 문화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해온 닥터사우나(@docsauna)는 지난해 말 ‘사사사(sasasa. com)’라는 스타트업을 론칭했다. ‘사우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풀어 쓰면 촌스러운데 ‘사사사’라고 하니 다르게 들린다. 새로운 사우나 경험을 선사하는 크리에이티브 그룹이자 한국의 사우나 문화를 재해석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사사사의 지향점을 잘 드러낸다. 소셜미디어와 브랜딩에 능숙한 MZ세대를 중심으로 사우나를 재해석하는 움직임은 옆 나라 일본에서 영향을 받았다. 닥터사우나는 사사사를 설립하면서 일본의 TTNE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TTNE는 사우나 시설 전문가와 브랜딩 전문가가 2018년 설립한 크리에이티브 팀이다. 당시만 해도 일본에서 사우나는 힙한 이미지와 거리가 멀었다. 이를 개선하고자 TTNE는 여성, 청년, 의료계, 패션, 서핑, 고급 음식, 건축, 디자인 등을 사우나와 연결시키는 활동을 해왔다. 아름다운 웹사이트와 인스타그램 피드로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사우나 장비나 굿즈, 의류를 제작하고, 팝업 스토어를 열고, 미디어에 출연하고, 왕성하게 콘텐츠를 쏟아냈다. 그중 가장 큰 업적은 일본 최고의 사우나를 뽑는 연간 ‘사우나쉐린’을 제정한 것이다. 사우나쉐린 가이드는 불과 8년 만에 한국 사우너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권위 있는 리스트가 됐다. 2026년 1월, 사사사는 한국판 사우나쉐린이라 부를 만한 ‘올해의 사우나’를 제정했다. 욕실 전문 기업 로얄앤코가 협업했고, 전국 6000여 개 목욕탕과 사우나 중 로컬, 웰니스, 엔터테인먼트 세 분야에서 영감을 주는 12곳을 선정했다. 지하 암반수를 사용하며 매일 물을 교체하는 서울 종로의 ‘쉐레이암반수’, 부산의 여성 전용 사우나 ‘금샘탕’, 경기 하남시의 차세대 찜질방 ‘아쿠아필드 하남’, 부산 동래구의 사우나 테마파크 ‘허심청’ 등이 포함됐다. 아직은 닥터사우나가 ‘2세대 사우나’라고 일컫는 찜질방 형태의 공간이 많다. 하지만 사사사가 소규모 지역 사우나들과 전개하는 프로듀싱 작업이 성공한다면 한국판 사우나쉐린에도 개성 있는 공간이 늘어날 듯하다.
오프라인 사우나 커뮤니티
사우나 커뮤니티는 오프라인으로도 확장 중이다. 러닝 열풍이 운동 후 세신과 회복, 크루들의 결속력 강화, 동계 모임에 대한 필요에 따라 사우나 열풍으로 옮겨붙기도 했다. 사사사는 이미 1기 사우나단 모집을 성황리에 끝냈고 사우나 버스, 사우나 런 등의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선릉동 찜질방 ‘클럽케이 서울’은 러닝 크루를 조직, 야외에서 땀 흘린 후 사우나로 마무리하는 코스를 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아웃도어 셀렉트 숍 ‘아웃오브올’도 지난해 말 사우나 런을 진행했는데, 3km 러닝 후 텐트 안에서 사우나를 즐기는 프로그램이었다. 도시가스와 온수 샤워가 어지간한 가정마다 보급되기 전, 동네 목욕탕은 공중 보건을 지키는 민간 기지였고, 이웃끼리 안부와 스캔들과 자식 자랑 따위를 나누는 소통의 장이었다. 그때는 펄펄 끓는 온탕에서 “시원하다~” 소리가 나오면 늙은 거라는 농담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늙은 게 아니라 유행에 민감한 겁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이것은 어쩌면 긴 변화의 서막일 수 있다. 자기계발과 웰니스도 과시, 경쟁, 도전의 영역이 돼버리곤 하는 한국에서, 집 가까이에 가서 앉아 있는 것만으로 건강, 뷰티, 정신 관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건 축복이 아니겠는가. 우리네 어르신들은 이미 알고 있던 사우나의 가치가 이제야 새로운 세대에게 전승이 되는 중이고, 뉴비들은 그것을 자기들만의 언어로 재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사우나에서 경험하는 카타르시스를 일본에서는 ‘도토노이(ととのい, 整い)’라고 표현한다. 우리 말로는 ‘정돈됨, 형태가 갖추어짐, 구비됨’을 뜻하는 단어다. 사우나와 냉탕의 극단적인 온도 차를 견딘 후 휴식 단계에서 찾아오는 황홀경, 몸이 공중에 붕 뜬 것처럼 가벼운 상태 등을 아우르는 표현이다. 스마트폰 중독으로 늘상 브레인 포그에 시달리는 현대인은 나이 불문하고 도토노이를 경험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오라, 사우나 붐이여!
사우나의 진심이라면? 주목!
1. 고독한 사우너 @godoghan_sauner 팔로어 6만 9000여명의 사우나 크리에이터. 진정정 있는 '내돈내땀' 리뷰로 사랑받는다. 2. 먼데이사우나 @mondaysauna 사우나 매니아들이 추천하는 특별한 사우나, 목욕탕, 커뮤니티 크루들이 남긴 후기가 궁금하다면 팔로우 필수. 3.사사사 @sasasakorea 새로운 사우나 경험을 선사하는 크리에이티브 그룹으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중.

사진

먼데이사우나, 고독한 사우너,사사사, 서울드래곤시티, unsplash.com

이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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