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WITH LOVE, 콤파니
헬싱키의 디자인 스튜디오 콤파니는 세계 곳곳의 송이버섯 같은 사람들을 찾아다닌다. 잘 보이진 않지만 어디에나 있는 숨은 장인들. 그들의 손끝에 온 세상 만들기의 비밀이 있다.
BY 에디터 김초혜 | 2026.04.24
세계는 크고, 알고 싶은 게 많다고 고백한 콤파니는 전 세계 장인들을 20년간 찾아다녔다. 비밀처럼 숨어 있는 공방들과 이름 없는 마을들, 대대로 같은 일을 해온 두 손들을.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지나치는 사람과, 멈추는 사람. 아무 송은 거리에서 자꾸 멈춘다. 앞사람의 옷감을 눈으로 짚고, 저게 어디서 왔을까 궁금해한다. 요한 올린은 그 옆에서 책을 펼친다. 안데스산맥의 역사, 실크로드의 경로, 직물의 기원까지. 그 궁금증이 가방을 싸게 하고, 기차를 타게 하고, 이름도 낯선 마을까지 걸어가게 한다. 둘이 함께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콤파니(COMPANY)는 한국인 아무 송과 핀란드인 요한 올린이 만든 디자인 스튜디오다. 두 사람은 20년간 지구 구석구석을 찾아다녔다. 러시아 시베리아 깊숙한 마을, 멕시코 골목 공방, 경북 영천의 목탁 장인, 대구에서 기차를 한 번 더 타야 닿는 작업장. 이들이 찾아가는 곳은 파리도 밀라노도 아니다. 어떤 공예 사전에도 이름이 실리지 않았지만, 아직 그 물건을 직접 만드는 이들이 머무는 공간이다.
두 사람은 장인에게 의뢰할 작품의 도안을 두 손으로 그려 건넨다. 펜으로, 붓으로 완성한 그림 속엔 콤파니의 상상력이 오롯이 담겨 있다. 자신들이 꿈꿔온 세계를 그대로 옮겨놓듯이. 언어도 국경도 달랐지만 장인들은 그림을 받아 들고 웃었다. 러시아의 할머니들, 멕시코 골목 공방 주인, 경북 영천의 목탁 장인까지. 멀리서 자기 물건을 보고 찾아온 두 사람을 장인들은 가족처럼 맞이했다. 그렇게 긴 모험 끝에 탄생한 물건들은 이들의 동화 같은 숍 ‘살라카우파’로 모인다. 이번 피크닉의 전시 《COMPANY World Affair: 온 세상 만들기의 비밀을찾아서》는 콤파니가 마주한 20년의 시간이, 서울에 처음으로 닿는 자리다.

여러 러시아 장인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마트료시카.
어제 오프닝에서 두 사람을 봤다. 무척 행복한 얼굴이더라.
아무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한 번도 서울에 무언가를 돌려준 적이 없다. 빚을 지고 떠난 거다. 코로나 때 한국이 너무 그리워졌고, 4년 전 피크닉에서 연락이 왔다. 우리만의 속도대로 천천히 준비해 이 자리에 왔다.
요한 아무는 나를 블루투스 코리안이라고 부른다. 하하. 서울은 나에게도 또 다른 고향이다. 2007년에 레지던시로 처음 왔고, 그때부터 한국의 제조 방식과 가능성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때는 도시 생활과 가능성을 봤다면, 이번엔 전국의 장인들을 훨씬 더 깊이 찾아다녔다.
콤파니의 아이디어는 전 세계 장인을 통해 사랑스러운 작품으로 거듭난다. 보통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될까?
아무 이민자 비자 받는 줄에 서 있을 때면 저 옷감은 뭘까, 저분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 다 알고 싶어진다. 그렇게 길에서 만난 칠레 아주머니 이야기를 꺼내면, 요한은 즐거워하면서 안데스산맥에 관한 두꺼운 책을 읽기 시작한다. 내가 어떤 색감과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면, 요한이 실크로드 역사까지 공부하는 식이다. 사실 모든 나라가 궁금하다. 이 일을 20년 동안 하다 보니 어떤 방식이 있다기보다 태도가 생겼다. 아마 혼자라면 못 했을 거다.
요한 아무리 공예로 유명한 지역이라도 결국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한 사람을 찾아 좁혀 들어가는 식이다. 아무가 비밀을 포착하면 나는 가방을 싼다. 매우 빨리. 아무는 가방을 느리게 싸는 편이니까. 그래서 우리가 잘 맞는다.

《COMPANY World Affair: 온 세상 만들기의 비밀을찾아서》는 피크닉에서 9월 6일까지 열린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지구본과 지도가 먼저 보인다. 본격적으로 전시가 시작되기 전 여행지를 고르는 느낌이다.
아무 내 마음속에 있는 나라들의 크기에 비례한 아주 주관적인 지도다. 해안선을 그리다 보면 내가 조금만 넓히면 다른 나라 바다가 좁아지고, 국경이 달라진다. 지도를 직접 그려보면 나라 사이의 관계가 왜 복잡한지 딱 알 수 있다. 작업하면서 힘들었지만 너무 재밌었다. 지도 한쪽에 아직 빈자리가 많이 남아 있다.
요한 지도는 우리가 직접 가볼 장소를 찾고 이해하는 데 항상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인에게 지도를 그리라고 하면 한국이 중심에 있을 거다. 핀란드인에게는 핀란드가 중심에 있고. 이건 우리만의 지도다. 완전히 다른 문화 안에 스스로를 던져 넣고, 평소 익숙하게 하던 일들을 새로운 각도로 생각할 때 무언가가 벌어진다.
전 세계에서 만난 수많은 장인들의 공통점이 있나?
아무 한국에도 송이버섯이 자라고, 핀란드에도 송이버섯이 자란다. 누가 씨를 뿌린 것도 아닌데 세계 어딘가에 피어 있는 송이버섯처럼 장인들도 어디에든 있다. 꼭 그런 분들이 있다. 돈이나 명예보다 다른 것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이들은 얼굴에서부터 삶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진다. 그분들에게 우리가 가져간 도록을 보여드리면 멕시코에 이런 색깔을 쓰는 사람이 있냐고, 너무 만나보고 싶다고 하신다.

콤파니는 장인에게 의뢰하는 작품의 도안을 손으로 그려 건넸다.
드로잉으로 가득한 전시실에는 장인들에게 보낸 그림이 자리한다. 작품을 의뢰할 때 꼭 손으로 그려서 보낸다고?
아무 처음부터 그렇게 했던 건 아니다. 한 번은 러시아에서 장인 한분을 찾는 데 열흘이 걸렸다. 기차를 타고 찾아간 마을의 문방구에서 물감을 사서, 대학 때도 안 했던 수채화를 그자리에서 그리기 시작했다. 손으로 만드는 분께 보내는 그림이니 컴퓨터를 거칠 이유가 없었다. 그림 한 장으로 편지를 쓰듯 모든 마음을 담고 싶었다. 장인들이 우리가 그린 그림을 보고 ‘너무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고 싶었거든. 그러다 보니 오브젝트 하나를 앞, 뒤, 옆 다양한 각도로 여러 번 그리게 됐다. 하다 보니 그 과정이 재밌어졌고.
요한 컴퓨터 도안이 아닌 드로잉을 받아든 사람은 어떤 재료로 만들지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다. 나는 5년 전부터 볼펜만 쓰기로 했다. 영리한 결정은 아닐 수 있다. 그런데 하나의 도구 안에서 끝까지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 아무는 파키스탄 공예 전통을 배우기 위해 1년 동안 크레용만 썼다. 도구도 장인의 방식에 따라 달라지니까.
전시장 전체에 장인들이 작품을 만드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목탁 작업도 마찬가지고.
아무 영천 목탁의 안진석 장인을 만났을 때 감동했다. 할아버지 때부터 해온 일을 대를 잇기 위해 다시 시작하신 분이다. 목탁을 핀란드까지 들고 가서 쳐봤는데, 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집에 세워두고 싶은 마음에 세워두면 어떤 모양이 될지 생각하다 보니 목탁이 헤드폰을 낀 사람처럼 보였다. 그렇게 목탁 위에 얼굴을 그렸다. 공장이나 공방에 가면 일하는 소리가 들린다. 펠트 공장에서 일하는 친구가 이런 말을 해줬다. ‘땅땅땅’ 하다가 ‘띵’ 소리가 나면 저기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안다고. 소리로 오늘 누가 몸이 안 좋은지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요한 제조 과정을 지켜보면 안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명의 무용수가 하는 안무처럼 동작에 군더더기가 없다. 소리가 좋지 않으면 어려움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오페라와 아주 비슷하다.

전시장 중앙에 마트료시카 시리즈도 펼쳐진다. 하나씩 열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작품이 콤파니와도 잘 어울린다.
아무 처음 규칙은 러시아 장인들과 러시아에서 볼 수 있는 나무들, 러시아에서 볼 수 있는 꽃들을 만들자는 거였다. 미키 마우스 같은 것이 아닌 장인들이 좋아할 듯한 것들로. 그렇게 구상한 마트료시카 그림을 보여드리면 장인들이 깔깔 웃으면서 너무 좋아하신다. 자기들도 30년, 40년 동안 만든 건데 열 때마다 하하하 하신다. 드로잉 하나만 보여드리면 “이게 다야?”라며 더 가져오라고 말씀하신다. 그분들이 그렇게 재미있어하시는 게 이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다.
요한 마트료시카는 나무를 깎는 사람, 풀을 먹이는 사람, 채색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 특히 나무 조각 부분은 기술적으로 정말 경이롭다. 볼 때마다 마술 공연을 관람하는 것 같다.
세계는 크고, 알고 싶은 게 많다고 고백한 콤파니는 전 세계 장인들을 20년간 찾아다녔다. 비밀처럼 숨어 있는 공방들과 이름 없는 마을들, 대대로 같은 일을 해온 두 손들을.

커다란 눈사람이 물방울이 되는 과정을 표현한 마트료시카.
15년째 함께하고 있는 러시아 장인들은 두 사람에게 어떤 존재인가?
아무 가족이다. 너무나 그리운 사람들이고. 코로나가 끝나면 가야지 했는데 전쟁이 났다. 아직도 못 보고 있다. 마트료시카는 한 분이 다 채색하지 않는다. 머리는 이분이, 옷은 다른 분이 칠한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말했다. 한 사람이 다 칠하면 그 사람의 예술적 표현이 들어가게 된다고. 자기들이 원하는 건 이 물건을 가진 사람의 감정이라고. 그 말이 너무 오래 남았다. 우리도 그렇게 살고 싶다.
3층은 시장처럼 구성했다. 전 세계 장인들과 만든 물건들이 마치 살아 있는 것 같다.
요한 전시장에 가득한 작품들을 받아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장인들 대부분은 물건을 보내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 물류에만 반년이 걸리기도 했다. 현지 세관, 인천 세관. 서류가 수천 장이었다. 우리가 주고받은 메시지로만 전시를 하나 더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하하. 전시장에 비디오를 쓰고 싶지 않았고, 진짜 마켓을 원했다. 생생하게 살아 있는 마켓을.
아무 동대문시장에 갔을 때 ‘이걸 피크닉 3층에 그대로 옮겨 놓으면 되겠다’ 싶었다. 층계 아래는 노랗게 칠해서 매점이 되고, 냉장고가 되고, 약수터가 됐다. 시장은 단 1cm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헬싱키엔 그런 시장이 이제 한 군데밖에 없다. 어쩌면 이 꿈의 마켓을 만들고 싶었던 건 그게 그리워서였는지도 모른다. 포디움도 직접 만들고, 벤더 뼈대도 나무로 만들고, 거기 놓인 물건들에 이름도 다 붙였다. 림순이, 넬리. 야채 가게 아주머니 넬리가 들고 있던 배추가 처음으로 뱅글뱅글 돌아가던 날, 감격해서 또 울었다. 우리는 정치가도 말하는 사람도 아니다. 그냥 뭔가를 만들어서 보여주고 싶었는데, 물건들이 공간에 모이면서 스스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지구본과 지도는 모험을 꿈꾸게 한다.
여행하고 장인들을 만나는 일을 ‘공부’라고 표현했다. 두 사람에게 공부란 무엇인가?
아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할 수 있는 주제를 찾고 싶었다. 그게 직업이 될 수 있으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림 그리는 것도 좋고, 만드는 것도 좋고, 여행도 좋은데 그게 다 이렇게 됐다. 일을 하다가 ‘내가 여기 왜 있지, 내가 뭐 하는 거지’ 싶은 순간이 재밌다. 피크닉 바닥에 누워서 뭔가 그리고 있다가 지금 내가 뭘 하고 사는 건지 모르는 그 순간. 그걸 찾게 되는 거다.
요한 우리는 만들 때 결과에만 집중한다. 깊이 들어가면 뭘 하고 있는지 설명도 못 할 정도로 몰입한다. 어릴 때 고고학자가 꿈이었는데, 지금 우리는 거의 문화인류학자처럼 살고 있다. 꿈이 다른 모양으로 이루어진 것 같다. 그래서 전시를 만드는 거다.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 펼쳐보고 싶어서. 근데 사실 아직 못 봤다. 항상 그랬다. 만들고 나면 투어가 있고, 보여주는 쪽이었으니까. 이번 주말엔 관람객으로 피크닉을 돌아보려 한다.
손으로 만드는 일의 매력이 뭘까?
아무 바이올린을 컴퓨터 기계가 연주하면 완벽하겠지만, 작곡가의 역사를 공부한 연주자가 들려줄 때와는 감동이 다르다. 어머니가 끓여준 냉면처럼. 그 정성, 그게 손으로 만드는 것의 힘이다. 가짜 악수와 진짜 악수는 다르듯이. 손에는 마음이 담긴다.
요한 손으로 만든 것이 꼭 공예일 필요는 없다. 그 안에 인간적인 무언가가 있으면 된다.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해할 수 있는 것들. 아무가 학생시절, 운송 수단을 디자인하라는 과제에서 신발을 제안했다가 수업에서 쫓겨난 적 있다. 차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모르니까, 자기가 이해하는 운송 수단인 신발을 디자인하겠다고 했던 거다. 그 마음이 콤파니 20년을 만들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들은 뭘까?
아무 지리산 근처에 장인 한 분이 계신데 그분에게 연락드렸더니 이런 말을 했다. 딸이 다 컸고, 이제 더 필요한 게 없다고. 그렇지만 계속 편지를 보내볼 생각이다. 안 힘든 건 재미없지 않나. 세계는 크다. 다행히도.
관람객들이 어떤 마음으로 전시장에서 나가길 바라는가?
아무 피크닉 옥상 작품이 전시의 열린 결말이다. 지구는 에어비앤비 같은 거다. 깨끗이 쓰고, 다음 손님을 위해 잘 남기고 가는 것처럼. 전시장에서 관람객들 눈에서 뭔가가 읽히는 그 순간, 그런 게 사랑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요한 우리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필요 없어졌을 때 그것들은 어떻게 되는가. 다음 세계로 갈 때 무엇을 가져갈 것인가. 그 질문들을 품고 나갔으 면 한다.
사진
이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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