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BOOT! ON AIR : 직관을 넘어, 집관의 시대
폭발적인 인기로 ‘직관’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프로야구. 직접 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덜어줄 초연결 ‘집관’의 시대가 열렸다.
BY 에디터 김화연 | 2026.04.29예매 창이 열린다. 손놀림이 빨라진다. 하지만 대기 창이 열리지 않는다. 3년 연속 1000만 관중을 노리는 프로야구는 선수 개인의 인기까지 높아지면서 ‘직관’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광클’의 전쟁터에서 살아 남지 못한 대다수의 팬에게 프로야구 구장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그러나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2026년의 프로야구는 경기장 밖에서 더 화려하고 입체적으로 펼쳐지기 때문. 이제 팬들은 집에서 치맥을 하면서 8K의 고화질로 투수의 손끝을 관찰하고, 스마트폰으로 수만 명의 ‘찐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중계 카메라가 미처 담지 못한 더그아웃의 은밀한 대화까지 엿본다.
직관의 현장감을 뛰어넘는 초연결 ‘집관’의 시대. 프로야구는 그 자체로 거대한 극장이 됐다. 시범 경기 시청률을 확인하고 방송사 PD들조차 깜짝 놀랐다는 것을 보면 ‘프로야구’라는 콘텐츠의 물량 공세는 한동안 이어질 듯하다. 지상파 3사가 금(KBS), 토(SBS), 일(MBC)에 프로야구 생중계를 결정한 것만 봐도 그렇다. 한국 시리즈도 아닌 정규 경기인데 말이다. 케이블 스포츠채널의 프로야구 광고 또한 완판 행진이다. 대중의 관심은 콘텐츠 생산자를 춤추게 한다. 어느 춤사위를 택할지는 야구 팬들의 몫이다.

writer 김양희
한겨레 스포츠팀장으로 27년째 프로야구를 취재하고 있다. <야구가 뭐라고> <인생 뭐, 야구> 등을 집필했으며 야구 그 자체에 대한 탐구를 즐긴다.
티빙이 연 ‘숏폼’ 시대
프로야구는 지상파 3사와 케이블 스포츠 채널 4사, 그리고 OTT 티빙(TVING)이 중계권을 가지고 있다. 티빙은 자체 중계뿐 아니라 타사의 중계도 자신들의 플랫폼에서 실시간으로 내보낸다. 2024년 연평균 450억원의 유·무선 중계권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는 직전 계약(연평균 220억원)보다 무려 2배 이상 뛴 수치다. 그동안 네이버, 다음 등 포털에서 무료로 볼 수 있던 프로야구는 이를 기점으로 유료 중계로 바뀌었다. 온라인에서는 돈을 내야만 프로야구를 시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티빙은 2025년 말 KBO와 유무선 중계권 5년 연장(2027~2031년) 계약을 했다. 연평균 900억원(총액4500억원)의 초대형 계약으로 알려져 있다.
네이버가 프로야구 중계권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자 티빙이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추측이 많다. ‘야구는 티빙’이라는 공식은 어쨌든 2031년까지 이어진다. 온라인에서는 오로지 티빙에서만 프로야구 시청이 가능한, ‘야구는 티빙’ 시대의 가장 혁신적인 지점은 역설적으로 권리의 개방에 있다. 네이버 중심의 중계 체제 아래 야구 영상은 철저히 닫힌 콘텐츠였다. 저작권 장벽에 가로막혀 야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조차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을 자유롭게 쓸 수 없었다. 팬들이 만든 이른바 ‘움짤(GIF)’이나 ‘숏폼’ 영상은 저작권 침해의 대상이었을 정도다. 하지만 티빙은 2차 저작물 이용을 과감히 허용했다.
이는 프로야구 흥행의 결정적 기폭제가 됐다. 팬들이 직접 가공한 40초 내외의 숏폼 영상과 재치 있는 ‘짤’들은 SNS를 타고 빛의 속도로 확산됐고, 이는 야구 선수의 ‘스타화’와 MZ세대의 폭발적인 유입으로 이어졌다. 방송사들이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비야인드’나 ‘오프더TV’ 같은 생생한 비하인드 영상을 자유롭게 송출할 수 있게 된 것 역시 이러한 구조적 변화 덕분이다. 결국 티빙의 중계권 참여는 단순한 플랫폼 이동을 넘어 야구 관련 콘텐츠가 24시간 내내 재생산되고 소비되는 거대한 ‘디지털 놀이터’로 탈바꿈시켰다.
야구 중계의 진화
중계 방송사들도 이러한 변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숏폼 영상 등의 확보를 위해 경기장 안팎으로 보다 다양한 화면을 찍으려 심혈을 기울인다. < MBC스포츠플러스 > 등은 지난해 올스타전을 기점으로 8K 슈퍼 슬로 카메라를 전격 도입했다. 투수의 손끝을 떠나는 공의 미세한 회전부터 타격 순간 배트가 휘어지는 찰나의 미학까지 초고해상도로 구현해낸다. 드론 촬영 등은 이미 일반화가 됐다. 내야 쪽에 긴 와이어를 설치해 경기장 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촬영하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이제 핸드헬드(ENG 무선) 카메라로 선수 교체 장면 등에 따라붙어 근접 촬영을 진행하고 한층 가벼워진 카메라를 활용해 관중석을 돌아다니면서 팬들의 모습을 더욱 생생하게 담는다.
일부 방송사는 엄파이어(구심) 캠을 도입, 투수가 던진 공의 궤적이 한눈에 들어오는 구도를 확보한 것은 물론 포수, 타자의 반응을 그대로 전하기도 한다. 더욱 주목할 점은 올해 엄파이어 캠을 넘어서 2루심 캠 도입도 시도하고 있다는 점! 2루심이 카메라를 달고 있으면, 타 자가 쳐낸 강습 타구가 내야를 가르는 속도감을 정면에서 포착 가능하다. 유격수와 2루수가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는 긴박한 찰나를 수비수의 시선과 가장 유사한 각도에서 보게 되니 시청자는 마치 내야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주자의 슬라이딩과 야수의 태그 동작을 불과 1~2m에서 생생하게 담아낼 수도 있다.
야구장 맨 앞줄에서도 보기 힘든 초밀착 앵글을 ‘집관’ 팬들은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베이스(1루, 2루, 3루) 바로 옆 흙바닥에 아주 작은 렌즈를 매립한 베이스 캠도 있다. 주자가 슬라이딩할 때 뿜어져 나오는 흙먼지와 야수의 태그 동작을 지면 높이에서 포착할뿐더러 세이프, 아웃 판정 때 가장 박진감 넘치는 화면을 제공한다.
‘최애 해설’은 취향 차이!
“어떤 해설을 좋아하세요?” 취향은 각각 다를 수 있다. 기술이나 전략적인 부분을 설명해주는 해설 혹은 선수 시절 겪은 소소한 에피소드를 풀어내는 해설을 택하기도 한다. 포스트시즌 경기나 올스타전 경기가 아닌 이상 중복 중계를 하지 않기에 채널을 골라 볼 여지는 없으나 그래도 챙겨 ‘듣고’ 싶은, ‘최애’ 해설은 있을 수 있다.
야구 팬들 사이에는 이대형 SPOTV 해설위원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경기 흐름을 잘 파악하고 때에 맞는 ‘작두 해설’을 하기로 유명하다. 박용택 KBS 해설위원은 나름의 깊이가 있으나 가끔 그의 전망과는 정반대의 결과물이 나와서 ‘박펠레’로 불리기도 한다. 기존 해설진과 별도로 은퇴한 뒤 곧바로 마이크를 든 신규 해설진의 활약도 볼 만하다. 이 들은 데이터 분석뿐 아니라 최신 야구 트렌드와 선수들의 심리를 생생하게 읽어낸다.
이택근 해설위원이 티빙으로 이적한 뒤 < SBS스포츠> 는 롯데 자이언츠에서 최근 은퇴한 정훈을 해설위원으로 영입했다. “유틸리티 플레이어 출신으로 선수의 마음을 잘 안다”라는 게 제작진의 평가.
< KBS N 스포츠 >에는 조성환 해설위원이 돌아왔다. 조성환 해설위원은 롯데와 두산 코치, 감독 대행 등을 거치면서 현장 경험을 많이 쌓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차분한 말투로 해설을 진행해 다소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반응이 있지만, 뜬공 하나에도 샤우팅을 날리는 것이 지친 팬들에겐 안정적인 해설이라는 평도 많다.
< SPOTV >는 오재일, 이학주가 해설위원으로 새로 합류했다. 이들은 얼마 전까지 그라운드를 누볐던 터라 ‘현역 시점’의 해설로 팬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특히 이학주 해설위원은 유틸리티 플레이어 출신답게 세밀한 수비 위치와 작전 수행 능력을 예리하게 짚어낸다는 평. 오재일 해설위원 또한 한 장면에 대해 공격, 수비 팀 모두를 칭찬하는 해설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고 있다.
티빙은 주 2회 ‘슈퍼매치’ 중계를 실시, 차별점을 뒀다. 경기 전 진행하는 프리뷰 쇼를 시작으로 경기 생중계, 경기 후 리뷰쇼에 이르기까지 탄탄한 구성을 선보인다. 게다가 이택근, 정근우, 윤석민, 황재균에 이르는 초호화 라인업을 갖췄다.
새로운 ‘입덕’의 성지
방송사가 담지 못하는 내밀한 이야기는 구단 유튜브가 채워준다. 가장 가까이에서 선수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타석에서 물러난 타자가 더그아웃 한쪽에서 어떤 표정을 짓는지, 홈런을 쳤을 때 더그아웃에서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 가감 없이 전한다. 2023년까지는 경기 영상 없이 더그아웃 반응만 카메라에 담아 아쉬움이 있었는데, 2024년부터는 그라운드 모습까지 함께 어우러지면서 더 생동감이 생겼다.
프로야구 구단들은 자체 유튜브 채널을 팬덤 구축의 핵심 플랫폼으로 활용하며 새로운 소통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구단 유튜브는 ‘이글스TV’다. 지난해 9월 말 KBO 구단 최초로 50만 구독자를 넘어섰다. 3월 말 현재 구독자는 53만 명으로, 이는 한·미·일 프로야구단 전체를 통틀어도 톱 5 안에 드는 수치다. ‘이글스TV’의 강점은 빠른 업로드다. 다른 9개 구단이 외주 제작 형태로 구단 유튜브를 운영하는 것과 달리 한화 이글스는 구단에 소속된 내부 직원들이 영상을 만드는 터라 일 처리 속도가 빠르다.
승리했을 때 올리는 더그아웃 밀착 취재 영상(오이유·지난해까지 킹착취재)이 다음 날 새벽에 바로 올라온다. 선수 개개인에 서사를 부여하는 데 탁월한 면도 있다. 국내 프로야구구단 중 큰 팬덤을 자랑하는 KIA 타이거즈 자체 유튜브 (일명 갸TV)도 구독자가 37만 명을 넘어섰다. LG 트윈스(LGTwinsTV)는 3년간 두 차례 우승을 자양분 삼아 31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 중이다.
이전에는 자체 유튜브가 팬 서비스 차원이었다면 지금은 구단의 또 다른 수익원으로서의 가능성도 엿보인다. 실제로 ‘이글스TV’는 지난해 수익 면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자체 콘텐츠의 경우 신인 선수의 팀 적응기, 베테랑의 인간적인 모습 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팬들에게 ‘우리 팀’ ‘우리 선수’라는 소속감을 심어준다. 운동장 밖에서 만날 수 있는 선수들의 진솔한 면면을 전하면서 선수와 팬 간의 거리를 좁혀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진솔한 면이 드러나는 쇼츠 등을 통해 새로운 팬을 유입하는 촉매제 역할도 한다. ‘한번 가볼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이다. 직관보다 나은 집관은 없다. 하지만 직관만큼의 짜릿함이 집관에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잊지 말자.
사진
Tving, Spotv, KBS Sports, SBS Sports.
글
김양희
일러스트
노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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