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T & FRESH SWEAT : 하이록스를 직접 해봤더니!
땀 냄새와 진흙탕 사이 우리는 왜 굳이 힘든 걸 선택하는가.
BY 에디터 김초혜 | 2026.05.05
요즘 피트니스의 대세 하이록스, 과연 운동 초보에게도 적합한 종목일까?
천하제일 몸치의 하이록스 체험기
writer 이숙명 <싱글즈> <엘르> <프리미어>에서 기자로 일했고, 현재 발리에서 프리랜서 에디터로 살고 있다.
하루를 살아도 건강하게 살고 싶다. 계단 몇 개만 올라도 숨이 찰 정도로 몸이 무너지면서 뒤늦게 철든 책상물림의 바람이다. 요즘 하이록스가 유행이라기에 그것부터 체험 을 해보기로 했다.
첫 단계는 운동화를 사는 것이었다. 한국 성인 여성 중에 운동화가 단 한 켤레도 없는 사람이 있다? 믿기 어렵겠지만 그게 바로 나였다. 스니커즈 전문 잡지에 영화 속 스니커즈에 대한 칼럼을 연재하면서도 그 원고를 마감하느라 바빠서 자기 신발장에는 운동화 한 켤레가 없는 사람. 거북목, 부종, 소화불량을 달고 사는 황무지 같은 신체의 사무직 노동자.
나 같은 미물들을 위해 말해두자면, 하이록스는 2017년 독일에서 탄생한 피트니스 레이싱이다. 1km 달리기를 반복하면서 스키에르그, 썰매 밀기, 썰매 당기기, 버피 브로드 점프, 로잉, 파머스 캐리, 런지, 월 볼 등 여덟 가지 기능성 운동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크로스핏이 체조, 역도, 유산소 운동을 섞어 매일 다른 운동을 수행한다면, 하이록스는 프로그램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내가 동네 체육관에서 낸 기록을 전 세계 참가자들과 비교하는 것도 가능하다. 크로스핏에 비해 기술 난도가 낮아서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성장세가 가팔라서 2025년에만 80개의 글로벌 레이스가 열렸고, 55만 명 이상이 참가했다.
하이록스 정보를 찾아보고 나는 오랜만에 승부욕을 느꼈다. 어떤 운동이든 슬랩스틱 코미디로 만들 수 있는 몸과 누구든 참가할 수 있다고 자랑하는 운동 프로그램의 대결! 반드시 지고 말겠다는 다짐과 함께 결전의 날이 밝았다. 체육관은 넷플릭스 <피지컬: 100>에서 본 것 같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중력에 복종하고 뼈대에 빌붙는 나의 비굴한 살점들과 달리 그들의 근육은 자기 주장이 강해 보였다. 특히 커다란 속눈썹을 붙이고 쌍갈래로 디스코머리를 땋은, 브라 톱과 레깅스 쇼츠 차림의 여성이 인상적이 었다. 하이록스(Hyrox)가 하이브리드(Hybrid)와 록스타(Rockstar)의 합성어라는 게 실감이 났다. 그곳은 피트니스계의 록스타들을 위한 콘서트장이었다.
강사의 지도 아래 사람들이 버피테스트를 하면서 트랙을 걷기 시작했다. 그게 몸풀기란다. 내가 우두커니 서서 보행을 방해하자 강사가 나를 트랙 밖으로 불러내서 제자리에서 런지를 하게 했다. 초등학교 때 동네 언니들 꾐에 빠져서 학교를 땡땡이치고 놀러 간 적이 딱 한 번 있었는데, 그게 하필 구구단을 처음 배우는 날이어서 다음 날 방과 후 ‘나머지 공부’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생각이 났다. 나머지 공부를 마치자 기구와 트랙 달리기를 반복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내가 로잉 머신에 발이 걸려서 버둥거리자 온몸에 문신을 한 중년 체육인 커플이 나를 구출해주었다. 썰매를 당기다가 엉덩방아를 찧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역시 친절은 근육에서 나오는 것이다.
트랙에서는 남들의 반만 뛰자는 목표로 달렸다. 나는 평소 분당 심박수가 60 이하인 서맥이다. 그런데 이 게으른 심장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땀이 뻘뻘 났다. 검정 뿔테안경에 습기가 차올랐다.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기구와 트랙 과정이 끝나자 성취감이 찾아왔다. 통성명도 안 한 문신 커플이 동지처럼 느껴졌다. 클래스가 끝난 직후에 그 사람들이 돈을 꿔달라면 차비 정도는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보람찬 체험이었다. 하이록스가 인기인 이유를 알겠군. 이거라면 계속할 수 있겠어! 끝나고 뭐 먹을까?’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내가 찾은 곳은 하이록스 수요가 높아지니까 기존 시설을 변형해서 간신히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게 만든 작은 체육관이었다. 이 때문에 진행 방식이 하이록스 표준과는 달랐다. 케틀벨을 들고 걷는 파머스 캐리, 벽에 공을 던지는 월 볼 등 후반 프로그램은 야외 달리기와 병행해서 이루어졌다. 내가 저녁 메뉴를 생각하고 있을 때 강사가 체육관에서 나가 다음 블록까지 뛰고 오라고 했다. 잠시 러닝 크루에 속한 것 같은 뿌듯함을 느꼈지만 곧 숨이 한계까지 차올라서 대열을 이탈했다.
나의 풀린 동공을 확인한 강사는 달리기를 건너뛰고 버피 브로드 점프를 해보라고 했다. 그런데 이것도 쉽지가 않았다. 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싱크가 맞지 않는 듯 내 팔다리 위치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서 늘 몸에 멍을 달고 사는 사람이다. 박자 감각이 전혀 없어서 줌바와 에어로빅도 못 한다. 고장난 로봇처럼 삐걱대고 있자 강사가 다시나를 트랙 밖으로 이동시키고 스쾃 50개를 하라고 지시했다. ‘피프틴’이 아니라 ‘피프티?’ 내 귀를 의심했다. 아니 선생님, 내가 스쾃 50개를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왜 돈 내고 이 짓을 하고 있겠습니까!
그렇게 속으로 불평할 때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하이록스 매직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그 분위기, 달리기만 아니면 뭐든 좋겠다는 절박함, 남들이 뛰고 있으니 나도 가만있을 수 없다는 군중심리가 결합돼 난생처음 스쾃 50개를 달성했다. 그러고 있자니 파머스 캐리와 월 볼이 너무 재미있어 보이면서 내가 지금 그것을 못 하는 게 너무 원통하고, 다음에는 꼭 해야겠다는 목표 의식이 생겼다. 나는 이것이 하이록스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운동 초보들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동기 확보다. 하이록스는 그 점에서 대단히 훌륭한 프로그램이다. 퍼스널 트레이너 없이도 검증된 루틴을 수행할 수 있고, 집단 활동을 통해 소속감, 경쟁심, 목표 의식을 느끼게 되며, 수준에 관계없이 클래스에 참가하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 운동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무턱대고 피트니스 기구를 쓸때처럼 지루하지 않다. 이게 건강을 위한 최고의 운동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하이록스가 싫을 정도면 헬스장 자체가 안 맞는 사람이라는 건 알겠다.
생전 그런 적이 없는데 운동 며칠 뒤까지 아드레날린의 여운이 느껴졌다. 모처럼 구매한 러닝화가 일회용이 되지는 않을 듯하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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