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나가 꾸는 새로운 꿈
아이오아이, 구구단, 그리고 배우. 데뷔 10년 차를 맞이한 강미나는 또 한 번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기리고>와 <내일도 출근!>으로 새로운 챕터를 시작하며.
BY 에디터 김초혜 | 2026.05.06
1년 사이에 작품이 네 개예요. 쉴 틈이 없죠?
작년 올해 네 작품하고 지금 유일하게 숨 쉴 수 있는 시간이에요. 집에서 3일 동안 안 나오기도 하고, 강아지들이랑 산책하고. 요즘 치아바타 맛집을 찾아다니고 있어요. 원래 완전 한식파였는데 다이어트하면서 입맛이 확 바뀐 거예요. 발효 빵이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거든요. 강아지들이랑 산책하다가 빵집 보이면 들어가 보고, 그게 요즘 낙이에요.
작품마다 장르가 달라지던데요?
의도했던 건 아니에요. 대본을 봤을때 ‘이거 재밌다, 너무 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드는 게 가장 중요하거든요. 그 마음을 따라가다 보니까 액션 하다 호러 하다 드라마 하다 여러 장르를 거치게 된 것 같아요. 오피스물도 오랫동안 해보고 싶었고요. 강렬하고 장르적인 걸 자주 하다 보니 일상적으로 출퇴근하는 역도 한 번쯤 해보고 싶었거든요.
매번 처음이잖아요. 두렵진 않았어요?
두렵죠, 진짜로. 〈영복, 사치코〉도 처음엔 못 하겠다고 했어요. 이 인물이 가진 슬픔이랑 역사적인 무게가 너무 커서 제가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얘기했죠. 그런데 실장님이 미나 씨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믿어주시는데, 저 그런 말에 혹하거든요. 하하. 그래서 해보겠다고 했어요. 넷플릭스 시리즈 〈기리고〉도 너무 연기하고 싶었는데 제가 잘할 수 있을지 끝까지 고민됐어요. 그런데 어찌저찌 하다 보면 또 되더라고요. 항상 그랬던 것 같아요. 두려운 채로 시작하고, 하다 보면 어떻게든 돼 있고. 결국 마음이 움직이는 작품을 선택하고, 너무 무서워하지 않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나머지는 미래의 저한테 맡기면 되니까.

블루 레이어드 티셔츠는 Yuhan Wang, 그레이 스커트는 Shushu/TONG, 화이트 스니커즈는 Nike, 귀고리는 Grayeline.
벌써 10년 차예요. 실감이 나요?
전혀요. 10년 차라는 말을 들으면 내가 과연 이걸 자연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10년 차 아티스트 강미나입니다, 이렇게 흔들림 없이 말할 수 있을까? 아직은 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고민을 끝없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뒤돌아보기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더 생각하게 돼요. 더 단단해지고 싶거든요. 어떤 캐릭터를 받아도 흔들림 없이 흡수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고.
처음이랑 비교하면 어때요?
가수 활동이랑 겹쳐 배우 활동을 할 때는 잠도 못 자고, 제가 무슨 신을 찍는지도 모르겠더라고요. 방금 내가 어떻게 연기했지 하면서 진짜 정신없이 지나갔던 것 같아요. 현장에서 갑자기 상황이 바뀌면 그냥 얼음이었어요. 그때는 감독님한테 뭘 물어보지도 못했어요. 이걸 물어봐서 감독님이 싫어하면 어떡하지 혼자 걱정했으니까요. 그래도 지금은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장에서 아이디어도 많이 내고, 조금은 유연하게 받아들이게 됐으니.
촬영장을 즐기게 됐군요.
아직 저 긴장 많이 해요! 풀샷에서 좋았던 연기가 바스트 샷 찍을 때 긴장해서 안 나올 때도 있고요. 하하. 그래도 달라진 점은 예전엔 그 긴장이 저를 완전히 멈추게 했다면 지금은 균형을 잘 잡으면서 해낼 수 있게 됐어요.
터닝 포인트가 있었어요?
음… 〈미남당〉이라는 작품을 할 때 처음으로 연기 레슨을 그만뒀거든요. 저는 되게 이과적인 사람이에요. 무언가 배우면 그대로 나오는. 좋게 이야기하면 빨리 배우는 건데, 다르게 바라보면 배운 대로만 하게 돼서 틀에 갇히는 것 같았거든요. 당시 감독님이랑 주변 배우분들이 함께 대화하면서 만들어 가보자고 응원해 주셨어요. 덕분에 대본을 보는 눈도 넓어졌어요.

화이트 티셔츠는 Blumarine, 스카이블루 풀스커트는 Hannah Shin.
<미남당>에 이어 6월 공개되는 드라마 <내일도 출근>에서 서인국 배우와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됐어요.
현장에서 오빠랑 별다른 얘기는 안 해요. 음식 얘기가 95%예요. 간장게장 맛있다, 짬뽕이 진짜 맛있다, 짜장면이 맛있다. 거의 맛집 대화예요. 하하. 그런데 〈기리고〉 처음 결정됐을 때 오빠한테 이런 작품을 하는데 걱정된다고 말했더니, 잘해봐, 축하해 하더라고요. 그 말이 되게 힘이 됐어요. 길게 뭔가를 얘기해주는 것보다 그냥 잘해봐, 그 한마디가.
오랫동안 하고 싶던 오피스물을 만났네요!
먼저 〈내일도 출근〉 대본이 너무 재밌어서 하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감독님이랑 처음 만나는 날, 저한테 꽃다발을 주시는 거예요. 저 그런 이벤트에 약한데. 그 자리에서 홀딱 반했어요(웃음). 극 중 윤노아라는 캐릭터는 어렸을 때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고 대기업에 들어가서 안정적인 삶을 살거든요. 어쩌다 인생의 굴곡을 겪게 되지만, 밝게 빛나는 연하남이 주는 에너지로 건강한 사랑을 하는 이야기예요. 어떻게 보면 제가 본격적인 멜로를 제대로 하는 첫 작품이기도 해서 진짜 잘하고 싶었어요.

레드 체크 반팔 톱과 스커트는 모두 Bmuet(TE).

핑크 니트 카디건은 Self-Portrait, 화이트 스커트는 Yuhan Wang, 귀고리는 Tani By Minetani.
넷플릭스 시리즈 〈기리고〉 얘기도 궁금해요.
소원을 들어주는 핸드폰 애플리케이션의 저주로 고등학생 친구들의 우정과 신뢰가 깨지면서, 각자 고군분투해서 저주를 푸는 이야기예요. 제가 연기한 나리는 시샘과 질투가 많고 우정보다 자신의 이익을 먼저 추구하는 사람인데, 저는 솔직한 친구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악역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어쨌든 18살이잖아요. 내면엔 순수함과 두려움이 있어요. 혼란스러운 마음이랑 이기심이 공존하는 게 이 친구의 매력이에요.
대본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는 신이 있어요?
3부에서 전소영 배우가 저주 공간에 들어가면서 세 개의 문을 열어야 하는 장면이 있어요. 귀신이랑 무당 역할로 나오는 전소니 배우가 서로 문을 열어, 아니 열지 마, 이러면서 싸우거든요. 대본을 읽는데 저도 누구의 말을 믿어야 될지 모르겠는 거예요. 저주 공간이 첫 번째 문은 학교, 두 번째 문은 어릴 적 트라우마, 세 번째 문은 핏물이 흐르는 강으로 확확 바뀌는데, 머릿속에서 싸우는 거죠. 소름 끼치면서 재밌더라고요.
귀신 연기는 어떻게 준비했나요?
원래 공포 영화 보는 걸 진짜 무서워하거든요. 〈기리고〉 촬영할 땐 예능도 안 보고 멜로도 안 보고 오로지 호러물만 봤어요. 예를 들면 〈서브스턴스〉 같은 영화도 참고했거든요. 가만히 누워서 눈이랑 입술만 움직이는 연습을 하고, 그게 화면에 어떻게 보이는지 카메라로 직접 찍어보는 식으로 연습했어요. 그리고 현장에선 매 신마다 감독님한테 지금은 나리와 귀신이 각각 몇 퍼센트예요? 여쭤봤어요. 완전 귀신이면 아예 넋이 나간 듯 움직이고, 나리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땐 눈동자에서만 살짝 슬픔이 배어나오게 해봤어요.
두 캐릭터를 오가는 연기가 쉽진 않았을 것 같은데요.
아지트 공간에서 제가 주인공 세아를 거의 죽이다시피 하고 그 친구가 기절해서 쓰러지는 장면이 있어요. 그런 세아를 보면서 울면서 웃어야 했어요. 나리의 슬픔과 귀신의 기쁨이 뒤섞인 감정이 드러나야만 했던 거죠. 제가 너무 어렵다, 못하겠다 했더니 감독님이 해보라고, 할 수 있다고 하셨거든요. 기어코 두 테이크 만에 오케이 났을 때 진짜 살았다 싶었어요.

블랙 드레스는 Thetis, 귀고리는 Polene, 오버니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극 중 전소영 배우랑 팽팽하게 대치하는 사이잖아요.
맞아요. 그런데 촬영 끝나고 소영이가 언니, 오늘 맥주 한 캔만 할까요? 이러는 거예요. 호텔방에서 같이 마스크팩 붙이고 수다 떨면서 많이 친해졌거든요. 나중에는 너무 친해서 촬영 때 긴장감 있는 기류가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소영이가 보이면 제가 일부러 조금 떨어져 거리를 두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어요. 하하.
이번 작품에 유독 애정이 많아 보여요.
촬영장이 무척 더웠고, 피도 진짜 많이 뒤집어썼고, 액션 드라마 〈트웰브〉 때보다 와이어를 더 많이 탔어요. 2층 체육관 난간에서 떨어지는 연기도 하고. 이 모든 과정이 쌓이면서 애정이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최근에 감독님이 편집하시면서 나리가 생각보다 나쁘게 나온 것 같은데 괜찮겠냐라고 물으시는 거예요. 저는 좋죠,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는 거잖아요 했더니, 좀 많이 나쁘다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그 말 듣고 처음엔 조금 걱정되더라고요. 그래도 나리 진짜 못된 캐릭터는 아니에요. 너무 나쁘게만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아직 〈기리고〉 보기 전이잖아요. 누구와 함께 볼 계획인가요?
혼자요! 집에서 불 다 꺼놓고 이불 뒤집어쓰고 보려고 해요. 하하. 저 원래 호러물 대낮에 불 다 켜놓고 보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은 이미 대본을 아니까 얼마나 무서운지, 시청자의 입장에서 가늠해보고 싶어요.

화이트 드레스는 Vente, 블랙 메리제인 슈즈는 Jimmy Choo.

화이트 티셔츠는 Blumarine.
아직 <기리고> 보기 전이잖아요. 누구와 함께 볼 계획인가요?
혼자요! 집에서 불 다 꺼놓고 이불 뒤집어쓰고 보려고 해요. 하하. 저 원래 호러물 대낮에 불 다 켜놓고 보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은 이미 대본을 아니까 얼마나 무서운지, 시청자의 입장에서 가늠해보고 싶어요.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어요?
드라마 〈사랑의 이해〉를 진짜 좋아해서 다섯 번도 넘게 봤어요. 이어질 듯 안 이어지면서 현실적이고, 그 안에 사람의 진짜 본심이 표현되는 게 좋았어요. 극 중 문가영 선배님이 연기하신 역할 같은 걸 진짜 해보고 싶어요. 제가 원래 좋아하는 장르는 극과 극이거든요. 판타지 웹툰이나 애니메이션, 게임도 진짜 좋아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드라마도 좋아하고. 아직 낭만 있는 나이라 그런 듯해요. 뭔가 동심 같은 게 남아 있는 것 같은데. 하하. 〈기리고〉가 소원에 관한 이야기잖아요.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을지 궁금해요. 데뷔하고 나서부터 매년 새해마다, 생일 초를 불 때마다 항상 똑같은 소원을 빌고 있어요. 그게 뭔지는 아무에게도 말 안 하지만.

그레이 드레스는 Ganni, 귀고리는 Tom Wood.
인터뷰 내내 캐릭터 얘기 나오면 눈빛이 달라지는데요.
그죠? 저도 알아요. 나리 얘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거든요. 그 신이 왜 어려웠는지, 감독님이 뭐라고 하셨는지, 소영이랑 어떻게 친해졌는지. 막 두서없이 쏟아지는데, 어느 순간 아, 내가 이걸 진짜 좋아하는구나 싶은 거예요. 말이 많아지는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보면 애정이 너무 커서거든요. 분장하고 피 묻히고 카메라 앞에 섰을 때, 모니터 속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보이는 그 순간이 너무 재밌어요. 그리고 그 사람을 제가 만든 거잖아요. 요즘 뭘 얘기해도 결국 연기로 돌아오는 것 같아요. 기승전 연기예요, 저는. 제가 연기를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인 줄, 사실 얼마 전에야 알았어요.
언제부터 그런 걸 느꼈어요?
이렇게 인터뷰하거나 현장에서 캐릭터 얘기를 하다가 문득 알아챈 것 같아요. 말이 이렇게 많아지는구나, 이렇게 신나는구나. 누가 가르쳐준 게 아니라, 그냥 어느 순간 느껴지는 거예요. 아, 나 이거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오래오래 연기하고 싶어요. 이순재 선배님처럼. 나이 들어서도 현장에 있고 싶고, 대본 보면서 이거 재미있네 하면서 설레고 싶고. 그냥, 오래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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