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의 본질
“내 마음속에 저장”을 외치던 소년은 이제 눈빛 하나로 1640만명이 넘는 관객을 웃고 울게 한 배우가 됐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시선이 달라져도 박지훈은 동요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며 본질에 집중할 뿐.
BY 에디터 김화연, 송선민(프리랜서) | 2026.05.10
메탈락한 무드의 블랙 재킷은Maison Margiela.
‘박지훈 신드롬’을 실감하나요?
검색을 잘 하지 않아 실감을 못하는 편인데, 어느 날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우리 회사에서는 <왕과 사는 남자> 안보면 대화가 안 돼. 그래서 보고 왔어”라고. 가까운 사람이 이렇게 생생한 후기를 전해주니까 와닿았어요.
SNS 알고리즘 역시 온통 ‘박지훈’이었잖아요.
릴스를 넘기다 보면 <왕과 사는 남자> 패러디 영상도 많이 보이고, 무대인사 영상도 자주 등장하더라고요. 무대인사 때 팬분들이 정말 다양한 걸 준비해 오시잖아요. 저는 그렇게 소통하는 시간이 재미있어요. 팬분들이 보고 싶어 하는 걸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기도 하지만, 즉석에서 소통하는 과정 자체가 즐겁거든요. 제가 그 미션을 잘 해내고 못 해내고를 떠나서. 또 이렇게 소통하는 모습이 제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떻게 보일지 고민하기보다는 그 자리에 시간 내어 와주신 분들께 최대한 많은 걸 보여드리자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바로 오늘 <왕과 사는남자>가 역대 한국 영화 흥행 순위 2위 기록을 경신했어요.
이렇게까지 큰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어요. 작품을 선택할 때 흥행보다는 이 작품이 관객분들께 어떤 감정을 전할 수 있을지, 어떤 여운을 남길 수 있을지를 더 많이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왕과 사는 남자>는 촬영 때 많이 울기도 했고, 에너지도 아낌없이 쏟은 영화라 특별했어요. 또 함께할 수 있어 뜻깊었던 작품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많은 사랑을 받게 돼서 감사한 마음이 커요. 그렇지만 큰 사랑을 받았다고 들뜨지 않고 평소처럼 지내려고 하고 있어요.
특히 박지훈 배우의 눈빛 연기에 호평이 많았죠.
부모님께 감사할따름입니다. 하하. 사실 그동안 제 연기에 확신이 부족했었어요. ‘내가 상대 배우에게 충분한 에너지를 주고 있을까?’라는 고민도 정말 많이 했고요. 이번 작품은 특히 선배님들과 함께 작업을 해서 촬영 중간중간 생각이 많아졌는데, 촬영장에서 선배님들께서 “억지로 뭔가를 표현하려 하지 않는 점이 좋다” “자기 색을 지키는 게 인상적이다”라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선배님들께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까 ‘나에게도 나만의 에너지가 있구나’ ‘함께하는 분들께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돼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요즘은 제 연기에 대한 믿음이 생기기시작했어요.
선배님들이 말한 배우 박지훈의 색깔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필모그래피가 적기도 하고 경험도 부족해서 여전히 저의 색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어떤 색이든 입힐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때로는 ‘박지훈이 이런 캐릭터를 한다고?’ 할 만한, 안 어울릴 것 같은 역할에도 도전해 부딪쳐보고 싶어요. 결국 이런 경험들이 시간이 지나 좋은 자산이 될 것 같고요.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아련하고 공허한 색은 꽤 많이 만들어왔다는 거 아닐까 해요. 하하.

새틴 소재의 오버사이즈 재킷은 Songzio, 화이트 슬리브리스 톱은 Recto, 팬츠는 Marine Serre.

반투명한 노방 소재의 흑색 도포는 Saimdang by Leehaemi, 화이트 슬리브리스 톱은 Recto, 팬츠는 Marine Serre, 엔지니어 부츠는 Coach.
차기작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어떤 점이 끌렸어요?
제가 ‘밀리터리 덕후’거든요. <취사병 전설이 되다>가 군대 이야기라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또 단순한 군대 이야기가 아니라 ‘요리’로 세계관이 확장되는 작품이라 더 끌렸고요. 여기에 판타지 요소까지 더해져서, 제가 맡은 강성재라는 인물이 가진 특별한 능력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상상하는 재미도 있어요. 그렇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대본이 무척 재미있다는 점입니다. 무겁지만은 않은 작품이라 시청자분들이 유쾌하게 즐겨주셨으면 해요.
윤경호, 이상이 배우와의 케미도 기대되는 포인트 중 하나죠.
기대하셔도 좋아요. 촬영 내내 정말 재미있었어요. 대본 외에 현장에서 즉석에서 추가된 요소도 많았고, 또 과한 부분이 있으면 덜어내기도 하면서 함께 만들어나갔어요. 감독님께서도 저희들의 애드리브를 은근히 기대하시더라고요. 대본에 있는 대사를 다 했는데도 컷을 안 주시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하. ‘이 사람들이 뭔가 만들어낼 거야!’ ‘뭐가 더 있을 거야’ 하는 마음이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도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한 마디라도 더 하고 그랬어요.
외모 덕일까요? 웹툰이 원작인 작품에 출연을 많이 했어요. 원작이 있는 작품은 보통 어떤 식으로 접근하나요?
웹툰만이 담을 수 있는 것과 그것을 영상화했을 때 표현할 수 있는 요소들이 각각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웹툰을 완벽하게 재현하려고 하기보다는 캐릭터의 중요한 베이스를 파악하고 그것을 가져가려고 노력해요.
극 중 성재처럼 지훈 씨도 요리에 재능이 있는 편인가요?
아니요. 컵라면을 잘 끓이는 것 외엔 요리를 잘 못하는 편이에요. 이 작품을 하면서 좀 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더 멀어진 것 같아요. 그래도 칼질은 조금 성장했어요!
방금 그 말 드라마에도 나오는 대사잖아요. “라면 끓일 수 있습니다!” 지훈 씨만의 라면 잘 끓이는 비법이 있다면요?
정말 1급 노하우인데 특별히 알려드릴게요.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컵라면 용기를 보면 물을 넣는 기준선 있잖아요. 거기에 딱 맞추면 안 됩니다. 그거보다 약간 모자라게, 70~80% 정도만 넣어주면 최고의 맛이 나요.

부드러운 실루엣의 오픈 칼라 셔츠는 Tod’s
<워너원 고 : 백 투 베이스> 촬영도 한창이라고 들었어요.
처음엔 걱정되는 마음도 있었어요. ‘예전처럼 그런 케미가 나올까?’ 하는 생각에서요. 그룹으로 같이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나기도 했고, 떨어져 있는 동안 멤버들과 함께 한 활동도 많지 않고요. 또 예전처럼 풋풋하고 귀여운 모습이 담길 수 있을까 염려했는데 기우였어요. 정말 배꼽이 빠지게 웃었거든요.
누가 가장 비슷하고, 달랐나요?
다 그대로였어요. 정말! 변함이 없더라고요. 긍정적인 의미에서요. 다들 한결같고 서로를 배려하고 또 잘 해주고, 유쾌함도 여전하고요.
이렇게 모여서 활동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맞아요. 이번 활동을 함께 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멤버들이 그리워서였어요. 사실 너무 보고 싶었거든요. 같이 활동을 하던 시절엔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더 끈끈했던 사람들이잖아요? 또 워너원으로 보낸 시간들이 저에겐 꿈같은 시간으로 남아 있어요. 너무 빠르게 지나갔고, 진짜 치열하게 보냈고 또 정말 감사한 시절이었죠. 좋은 기억을 선물해주신 팬분들께 다시 한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참여했어요.
요즘 일정을 보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것 같아요. 일하는 시간 외에는 어떻게 보내나요?
사이클에 빠져 있어요. 스케줄 끝나고 30분, 1시간 정도 짧게 사이클을 타곤 해요. 고강도 운동을 하면 잡념이 사라지기도 하고,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해내는 데서 오는 성취감도 있더라고요. 스케줄이 많아 거의 밤이나 새벽에 타서 풍경을 즐기지 못하는 건 조금 아쉬운데, 그래도 좋아요. 오늘도 아침에 타고 왔어요.

화이트 타이 디테일 셔츠는 Ziosongzio, 블랙 팬츠는 Jil Sander, 엔지니어 부츠는 Coach.

반투명한 노방 소재의 흑색 도포는 Saimdang by Leehaemi, 화이트 슬리브리스 톱은 Recto.
<싱글즈>와 지난 인터뷰에서 좌우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어요. 그때의 박지훈은 “걱정할 시간에 연습을 하자”라는 말을 했더라고요. 지금의 박지훈은 어떤가요?
요즘 새롭게 새기는 말이 있는데요, 사람들이 보통 “오늘은 날이 아니다”라고들 하잖아요? 근데 저는 ‘오늘이 그날이다!’라고 종종 생각해요.
이유가 있어요?
지나간 일과 아직 벌어지지 않는 일을 걱정하기보다는 현재에 충실하자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오늘만 사는 것처럼 최대한 느끼고 표현해보자는 다짐이에요. 또 요즘 ‘순수함’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보고 있어요. 데뷔 초나 어렸을 때는 1차원적으로 느낀 것을 그대로 표현했던 듯한데 연차가 쌓여가니까 내가 어떤 말을 했을 때 어떤 반응일지, 이 행동이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 많이 고려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나라는 사람의 본질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면서요.
어떤 결론을 내렸나요?
아직 답은 못 내렸어요. 또 정답이랄 것도 없고요. 그냥 ‘잘하고 있으니까 지금 이 상태로만 가!’ ‘그냥 하면 돼!’라는 생각으로 마무리되는 것 같아요. 이런 마음가짐이 단순한 것 같은데 어렵더라고요. 무언가를 시작하는 게 사실 어떨 때는 두렵기도 하고 힘들 때도 있지만, 생각을 비우고 직진하면 어떤 것이든 해낼 수 있거든요.

옥사와 모란숙고사 소재의 흰색 등거리는 Navue Hanbok, 그레이 와이드 팬츠는 Emporio Armani, 블랙 타이가 붙은 화이트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낌없이 지지해주고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팬분들이 아니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걸 잘 알고 있거든요. 앞으로도 박지훈만이 보여드릴 수 있는 것들을 갈고닦아서 저만의 색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또 팬 미팅을 앞두고 있는데, 제가해드릴 수 있는 최대한을 꾹꾹 눌러 담았으니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격사 수직 실크 소재의 소매가 좁은 소창의는 Navue Hanbok, 블랙 팬츠는 Jil Sander.
사진
윤송이
헤어
신효정
메이크업
박민아
스타일리스트
신민경
세트 스타일리스트
유여정
어시스턴트
정승연
디지털 에디터
옥희정, 심예원, 최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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