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전주국제영화제가 발굴한 다큐멘터리

전주국제영화제는 유명한 다큐멘터리 맛집이다. 시의적절한, 뭉클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 3.
BY 에디터 김초혜 | 2026.05.05
딸이 몰랐던 엄마, <공순이>
영화
딸이자 감독인 유소영은 오랫동안 엄마의 이름이 부끄러웠다. 김공순. 농인 부모 아래서 이름 없이 자라 마을 이장이 즉석에서 지어준 이름, 신발공장에서 일을 시작해 지금 도배장판 일을 하는 여자. 김공순은 원피스에 귀걸이를 하고 출근해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남자 인부들을 진두지휘한다. 유소영은 서른이 넘어 카메라를 들고 3년을 찍고 나서야 비로소 엄마를 제대로 알게 됐다. 영화 〈공순이〉는 고된 삶을 비장하게 다루지 않는다. 도배·미장·장판·타일·목공까지 평생 몸으로 버텨온 이 여자는 어디서나 웃고, 사랑을 나누고, 삶을 기필코 이겨낸다. 한국 사회를 떠받쳐온 이름 없는 '공순이'들, 놀림거리가 되어야 했던 '코다'들, 〈공순이〉는 엄마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모든 여성들을 위한 작품이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 사흘간 전석 매진. 모든 공순이들에게 바치는 영화다.
아티스트로 산다는 것, <베니타>
영화
영화
베니타 라판은 유서를 남기지 않았다. 대신 필름, 미완성 컷, 노트, 드로잉, 40개가 넘는 하드드라이브가 남았다. 에밀리 디킨슨, 존 내시, 버크민스터 풀러의 삶을 필름에 담아온 뉴욕의 감독은 타인의 내면을 누구보다 예리하게 포착했지만 자신의 감정은 드러내지 않았다. 코로나 팬데믹의 고립 속에서 그는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그의 멘토이자 영화 <베니타>의 감독 앨런 버리너는 남겨진 아카이브를 들여다봤다. 베니타가 남긴 것들 사이에서 그가 미처 말하지 못한 것을 발견했고, 그것으로 영화를 완성했다. 베니타 떠난 뒤, 베니타와 함께 만든 영화. 베니타는 평생 타인의 내면을 들여다봤지만, 자신의 것은 끝내 보여주지 않았다.
거장의 민낯 <메가독>
영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는 자기 돈 1억 2천만 달러를 들고 영화판에 돌아왔다. 누가 말려도 소용없었다. 〈메갈로폴리스〉는 수십 년간 머릿속에서 키워온 작품이었고, 그는 끝까지 자기 방식대로 밀어붙였다. 〈메가독〉은 그 현장을 여과 없이 담은 다큐멘터리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마이크 피기스가 카메라를 들고 촬영장 안으로 들어갔다. 아담 드라이버, 오브리 플라자를 비롯한 배우들의 날것의 모습과 코폴라가 로마 역사, 정치적 알레고리, 자신의 타협 없는 비전으로 세계를 빚어가는 과정이 그대로 담겼다. 2025년 베니스국제영화제 초연작. 모든 것을 건 거장의 현장. 이 정도 고집이면 영화가 되든 안 되든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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