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비엔날레 2026 DAY 1 : 세계의 입구에서
약 180일간의 예술 축제, 제61회 베니스 비엔날레의 막이 올랐다. 핑크색 연막탄, 초록색 레이저, 군인들과 시위대… 정치적 긴장감 속에 공개된 프리뷰 현장을 찾았다.
BY 에디터 이미혜 | 2026.06.02“깊게 숨을 들이키고, 내쉬고. 어깨를 떨어뜨리고, 눈을 감으세요.” 베니스 비엔날레 총감독 코요 쿠오의 초대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첫 아프리카 출신 여성 총 감독으로 화제를 모았던 그는 지난해 세상을 떠났고, 러시아와 이스라엘의 참여 논란 속에 다섯 명의 국제심사위원단이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코요 쿠오의 유작 전시가 된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In minor keys’. 세상은 늘 혼란과 불협화음으로 가득하지만, 폐허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노래, 비극의 상처를 치유하는 이들의 하모니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의미다.
지난 5월 6일 프리뷰 오픈을 시작으로 약 180일간의 대장정에 나선 베니스 비엔날레를 찾았다. 패션 위크를 방불케 하는 패셔너블한 사람들의 행렬, 알록달록한 깃발과 조형물, 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축제의 장에서 반짝이는 작은 존재들의 낮은 가락에 주파수를 맞춘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심호흡을 하고, 그 울림의 순간들을 탐색해보자.
DAY 1. 세계의 입구 찾기
만약 베니스 비엔날레 투어가 처음이라면 전시를 보는 데 최소 3일은 필요하다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전시만 봐도 하루 1만 보는 너끈히 채우니 운동화는 필수다. 전시는 크게 세계 각국의 국가관이 자리한 자르디니(Giardini) 공원과 본전시가 펼쳐지는 아르세날레(Arsenale)로 구분된다. 시작점이 어디든 상관없지만 이번만큼은 자르디니부터 시작할 것을 추천한다. 통상적인 섹션 구분이 없는 이번 전시는 성소(Shrines), 행렬의 집회 (Processional Assemblies), 오아시스(Oases), 학교(School) 등을 모티브로 흘러가는데, 이번 비엔날레를 앞두고 리노베이션한 자르디니의 중앙 파빌리온이 성소의 역할을 한다. 즉 마이너 키의 세계로 통하는 입구가 되는 셈이다.

푸른빛의 이 성소는 코요 쿠오가 ‘눈부신 세계의 창조자’라 부른 두 예술가 이사 삼브(Issa Samb, 1945~2017)와 베벌리 뷰캐넌(Beverly Buchanan, 1940~2015)의 실천을 조명한다. 아프리카 세네갈의 거리 문화와 공동체 감각을 상징하는 이사 삼브는 나뭇가지, 옷, 잡동사니 등 버려진 물건들로 구성한 설치 작업과 퍼포먼스를 통해 끊임없이 새롭게 재생되는 살아 있는 예술을 보여 준다. 베벌리 뷰캐넌은 아프리카계 미국 작가로 미국 남부 흑인 공동체의 삶을 담은 오두막 형태의 조각과 이미지들로 유명하다. 강렬한 색감과 토템 같은 오브제로 가득한 이 공간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름을 바꿔가며 이 땅에 존재해온 소수 집단의 역사와 예술의 영혼을 담고 있다.
엄숙한 성전을 나와 다리 건너편으로 가면 <오즈의 마법사>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샛노란 땅 위에 정차한 운송 트럭의 모습은 그야말로 동화의 한 장면이다. 지난해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연 알바로 베링턴의 작업으로 그는 런던에서부터 직접 트럭을 몰고 유럽을 횡단했다고 한다. 이 움직이는 회화 작업은 축제 경로를 따라 행진하는 런던의 오케스트라 ‘맹그로브 스틸 밴드’의 트럭을 위한 그의 지난 작업에서처럼 천을 덧대고 기워 조각보 같은 형태로 완성했다. 입는 조각 <사운드슈트> 연작으로 패션계에도 잘 알려진 닉 케이브의 작업 또한 비엔날레의 키워드 중 하나인 ‘행렬’을 상징하는 주요 작업이다. 본전시는 아르세날레에서 본격적으로 이어진다. 물의 도시 베니스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이곳은 과거 베니스 공화국의 조선소였고, 이후에는 군수 창고로 사용됐다. 이제는 전시장이 된 길고 긴 창고는 끝없는 미로 같다. 이곳의 전시는 다시 한번 이사 삼브의 작품으로 시작, 알프레도 자르의 붉은 방 <세계의 끝>을 지나 베니스의 수로 위에 부표처럼 떠오른 앨리스 마허의 <우라노스의 딸들> 로 끝을 맺는다. 그리스 신화 속 우라노스의 핏방울에서 태어난 이 주홍빛 머리 들은 복수의 여신일까, 사랑의 여신일까?
사진
Andrea Avezzu, Jacopo Salvi, Marco Zorzanello, Luca Zambelli Bais, Kim Dong Hwan, Lee Mee Hye Courtesy of La Biennale di Venez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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