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비엔날레 2026 DAY 2 : 자르디니를 걷다

국가관 앞에서는 시위가 이어졌고, 전시장 안에서는 숨과 물, 돌봄의 이야기가 흘렀다. 충돌과 토론, 그리고 공존의 감각이 뒤엉킨 베니스 비엔날레 DAY 2.
BY 에디터 이미혜 | 2026.06.03
DAY 2. 자르디니의 국가관 탐색하기
자르디니의 국가관은 오프닝 첫날부터 시끌벅적했다. 이란은 불참을 선언했고, 군인들이 둘러싼 러시아 파빌리온 앞에선 연이어 연막탄이 터졌다. 러시아의 여성주의 펑크록 집단 ‘푸시 라이엇’과 우크라이나 여성 인권 단체 ‘페멘’의 활동가들이 분홍색 복면을 쓰고 ‘반푸틴’ 퍼포먼스를 펼친 것이다. 페미니즘을 상징하는 분홍색 연기와 우크라이나의 국기를 뜻하는 노란색과 파란색 연기가 뒤섞였다. 프리뷰 마지막 날인 5월 8일에는 역사상 최초로 파업이 일어났다. 스무 개가 넘는 국가관이 이스라엘의 비엔날레 참가에 항의하는 뜻으로 임시 폐관을 선언했고, 굳게 닫힌 한국관의 문 앞에도 ‘Palestine is the future of the world’라는 문구가 붙었다. 시위대의 가두 행렬을 향한 반대의 목소리도 들렸다. 정치가 예술을 멈춰 세울 수는 없다는 것. 반대와 그 반대의 입장이 서로 충돌하며 곳곳에서 토론이 벌어졌다.
정치적 문제와 별개로 SNS에서 가장 화제가 된 건 오스트리아관이다. 파빌리온 입구에 세워진 크레인 끝엔 거대한 황금색 종이 걸렸고 그 안에선 알몸으로 매달린 퍼포머가 몸을 움직여 종을 쳤다. 이 퍼포머가 바로 오스트리아관의 작가 플로렌티나 홀칭어. 최근 타데우스 로팍의 전속작가가 된 안무가이자 전위 예술가다. 그는 국가관 내부에 배설물이 작품이 되는 일종의 수자원 순환 시스템을 건설했다. 관객이 전시장 안 간이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면 그 액체가 여과시스템을 거쳐 중앙의 대형 수조로 흘러가는 식. 그 수조 안에선 놀랍게도 스쿠버 마스크를 쓴 나체 상태의 퍼포머가 생활한다. 베니스의 홍수와 기후 재난에 대한 경고라는 이 작품의 제목은 <시월드 베니스(Seaworld Venice)>. 기꺼이 자신의 흔적을 작품에 남기고자 하는 관객들 덕분에 입장을 위해선 몇 시간씩 줄을 서야만 했다. 단, 대변은 금물. 화장실이 막히기 때문이다.
캐나다관 역시 수조를 준비했으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분홍색 재배 조명을 갖춘 이곳에선 수련이 자라난다. 빅토리아 시대에 유했던 식물과 문화적 상징을 통해 세계 역사의 중요한 순간을 재조명하는 명상적 공간을 제공한 것. 한편 스페인관은 상투적이고 상업적인 이미지들로 예술적 스펙터클을 완성했다. 20년 이상 벼룩시장에서 수집한 관광 엽서 수만 장을 색과 종류별로 재배치해 벽면 가득 새로운 서사를 만들었는데, 놀랍게도 어느 것 하나 같은 게 없다. 가까이에서 보면 익숙한 싸구려 엽서들이지만 멀리서 보면 장대하고 낯선 풍경이다.
150개의 아기 인형으로 채운 일본관도 인기를 끈 국가관 중 하나. 성별도 국적도 알 수 없는 아기들은 전시장 곳곳을 경계 없이 기어 다니고 관람객들은 아기를 안아 옮기거나 기저귀를 갈아주는 등의 돌봄을 행한다. 일본관과 한국관은 젖병 커튼을 사이에 두고 이웃해 있다. 최빛나 예술감독과 노혜리, 최고은 작가가 참여한 한국관은 《해방공간: 요새와 둥지》라는 타이틀로 문을 열었다. 이들에게 해방공간은 미완의 시간이자 반복되는 투쟁과 돌봄, 공동체의 실천이 행해지는 장소다. 산업 재료인 동파이프를 이용한 최고은의 <메르디앙>은 한국관의 안팎을 관통하며 이리저리 나아가고, 밥상보 같은 오간자 조각 수천 개를 이어 붙인 노혜리의 <베어링>은 한국관 내부를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여기엔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모티브가 된 꿈속 장면을 재현한 작은 조각도 있다. 이번 전시에는 이들 외에도 농부이자 활동가인 김후주, 사진가 황예지, 싱어송라이터 이랑, 르완다 출신의 네덜란드 작가이자 영화감독 . 음악가 크리스티안 니얌페타 등이 펠로로 참여했다. 이들의 활동은 한국에서도 이어질 예정이다.
국가관 외 본전시의 초대를 받은 111 팀 중에도 마이클 주, 요이, 갈라 포라스-김 등 한국 작가들이 있다. 특히 지난해 송은문화대상 본선에 진출한 바 있는 1987년생 작가 요이의 <숨 프로젝트> 연작은 인상적이다. 해녀들의 호흡과 몸의 리듬, 물을 통해 이어지는 관계를 다룬 작업으로, 두 개의 영상 채널에선 바닷가 소녀들과 물질을 마친 해녀 할머니들의 잠든 모습이 서로를 마주한다. 어두운 전시장 안에 호흡 소리가 울리고, 한쪽에선 악보가 된 숨비소리를 볼 수도 있다. 팬데믹을 계기로 뉴욕에서 제주로 이주했다는 작가는 이후 현지 주민들과 함께 예술 교육과 돌봄 프로그램을 꾸려오고 있다.

사진

Andrea Avezzu, Jacopo Salvi, Marco Zorzanello, Luca Zambelli Bais, Kim Dong Hwan, Lee Mee Hye Courtesy of La Biennale di Venez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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