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비엔날레 2026 DAY 3 : 도시 전체가 전시가 되는 순간

180일간 이어지는 베니스 비엔날레는 자르디니와 아르세날레에서 끝나지 않는다. 도시 곳곳의 궁전과 미술관, 광장과 수로까지. 비엔날레의 마지막 여정.
BY 에디터 이미혜 | 2026.06.04
DAY 3. 베니스의 또 다른 전시들
DAY 3. 베니스의 또 다른 전시들 베니스에 머무는 기간 동안 밤하늘에는 초록색 광선이 비쳤다. 영국 작가 크리스 러빈이 베니스 근처 섬에서 쏘아 올린 군사용 레이저였다. 레이저가 발명된 해에 태어났다는 이 빛의 예술가는 이탈리아 전역에 432Hz의 광선을 발사하며 빛을 전쟁으로 만들지 말 것을 주장했다. “지금의 우리가 겪고 있는 어두운 날들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빛을 만들어주는 겁니다.” 우주를 향한 빛의 퍼포먼스는 5월 11일까지 지속됐다. 베니스 비엔날레 총감독 코요 쿠오는 이번 전시에 대한 글에서 흑인 작가이자 인권 운동가 제임스 볼드윈의 책 의 한 구절을 빌려 온다. “어떤 사람들은 달을 식민지로 만들고 싶어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달 앞에서 춤을 추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우린 모두 달빛 아래에서 춤을 추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고 있다.
비엔날레가 끝나는 11월 22일까지 베니스 전역에서는 여러 전시가 펼쳐진다. 자르디니와 아르세날레 외에도 들를 곳이 많다. 프라다 예술재단 폰다치오네 프라다의 기획전 《Helter Skelter》은 그중 하나다.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아서 자파, 그리고 패션계 사람들에겐 루이 비통과 협업한 <간호사>연작으로 더욱 잘 알려진 리처드 프린스의 2인전이다. 무법자 정신으로 무장한 이들은 만화와 공상과학 소설, 영화, 로큰롤을 넘나들며 미술의 언어로 만든 한 편의 <매드 맥스> 같은 짜릿함을 선사한다. 팔라초 디에도의 《Strange Rules》도 놓쳐선 안된다. 베니스의 18세기 궁전을 리노베이션해 2024년 전시 공간으로 개장한 이곳에선 지금 한국 작가 김아영을 포함, 현대미술계의 뜨거운 이름들로 채워진 그룹전이 열리고 있다. 가장 영향력 있는 큐레이터 중 하나로 꼽히는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가 기획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 인근에서는 아니시 카푸어의 전시 포스터가 보일 것이다. 아니시 카푸어는 아예 팔라초 만프린에 자신의 이름을 건 파운데이션을 설립해 대규모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마리나 아브로모비치의 신작을 만날 수 있는 아카데미아 미술관의 전시, 언제가도 기분 좋은 따뜻함을 주는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도 꼭 들러보자. 비엔날레 기간에는 마르셀 뒤샹부터 사무엘 베케트, 메리 레이놀즈까지 그의 비전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 예술인 네트워크에 초점을 맞춘 《런던의 페기 구겐하임: 메이킹 오브 컬렉터》전이 열린다. 푼타 델라 도가나의 로나 심슨 전시를 단독 후원하는 보테가 베네타의 특별한 영상 전시도 있다. 캄포 마닌 광장의 건물 파사드를 전시 공간 삼아 6월 7일까지 매일 밤 캔디스 윌리엄스, 타이 샤니 등 여러 작가의 영상을 상영하는 것. 맛있는 음식점과 바가 즐비한 이 거리에서 밤 시간을 보내는 것도 베니스를 100% 만끽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베니스의 명물 수상 보트는 하루에도 여러 번 타야 하니 반드시 3일 권 이상을 끊어두자. 거대한 권력과 전쟁, 소음의 시대에 잠시나마 우리 주변의 낮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 예술의 도시에서는 어떠한 상상도 가능하다.

사진

Andrea Avezzu, Jacopo Salvi, Marco Zorzanello, Luca Zambelli Bais, Kim Dong Hwan, Lee Mee Hye Courtesy of La Biennale di Venez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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